양종희 KB금융 내부 출신 회장 후보들 쑥쑥 키우다, 이환주 구본욱 김재관 정문철 주목 받아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2025-08-12 09:22:07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주택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정통 KB맨이다.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실무와 전략을 모두 경험한 ‘진짜 내부인사’출신 첫 회장으로 불린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KB금융지주는 출범일인 2008년 9월29일부터 2014년까지 줄곧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2014년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내부 출신 대표이사 회장 선임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는 양종희 대표이사 회장 역시 내부 출신이다.
특히 양 회장은 주택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정통 ‘KB맨’이다. 윤종규 전 회장은 내부 승진이긴 했지만 KB금융그룹보다 외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 왔다면 양 회장은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실무와 전략을 모두 경험한 ‘진짜 내부인사’출신 첫 회장으로 불린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뒤를 이을 다음 회장도 KB금융그룹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지 오래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 상위 기관인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강한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금융지주회사에서는 이미 내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차기 회장 논의는 시기상조, 그러나 점점 확고해지는 ‘내부 출신’ 리더십 계보
물론 양 회장의 현재 임기가 2026년 11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아 있으며 연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 차기 회장을 맡을 인물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현재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자리를 대부분 내부출신 인물들이 맡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KB금융그룹이 향후에도 내부에서 성장한 리더를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양종희 회장처럼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물은 이환주 KB국민은행 행장,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 김재관 국민카드 사장 등 3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문화에 익숙하고 그룹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내부 출신 회장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며 “양종희 회장부터 KB금융그룹도 내부 출신 회장 선임 문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 양종희 회장과 ‘평행이론’처럼 닮은 이환주 행장
양종희 회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모두 ‘주택은행 라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양 회장이 주택은행에서 출발해 KB금융의 핵심 인물로 성장한 것처럼 이 행장 역시 주택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국민은행에서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으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양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그룹 내에서 ‘통합 인맥’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은행은 1967년 한국주택금고법 제정 후 ‘한국주택금고’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1969년 한국주택은행법 제정에 따라 은행으로 전환됐다. 이후 2001년 국민은행과 대등합병됐다.
양 회장과 이 행장은 모두 재무·전략 부문 출신이기도 하다.
양 회장이 국민은행의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에서 20여 년간 근무했고 2014년부터는 KB금융지주의 전략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맡으며 KB금융그룹의 대표적 재무·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 것처럼, 이 행장 역시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 등을 맡아온 인물이다.
특히 KB금융그룹이 전통적으로 재무라인 인재를 중용해왔다는 점에서 이 행장은 현재 차기 회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재무라인 가운데 KB금융그룹에서 커다란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는 양 회장뿐 아니라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재근 전 KB국민은행장 등이 있다.
◆ 양종희가 직접 발탁한 원클럽맨,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
구본욱 사장은 1994년 럭키화재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KB손해보험에서만 근무해온 ‘원클럽맨’이다. 재무, 리스크, 경영관리 등 보험사의 핵심 기능을 모두 경험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구 사장 전까지 KB손해보험 사장은 다른 계열사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구 사장은 김병헌 전 사장 이후 오랜만에 KB손해보험이 맞이한 ‘손보출신’ CEO로,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이 최고경영자가 된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구 사장은 양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양 회장이 KB손해보험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구 사장은 전략본부장과 CFO를 맡아 양 회장의 ‘가치경영’ 철학을 실무에 구현하는데 힘썼다.
금융권에서는 이 시절 구축된 신뢰와 호흡이 구 사장이 KB손해보험의 CEO로 발탁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구 사장은 2024년부터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됐는데,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전무에서 바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 사장을 향한 양 회장의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 사장은 양 회장의 신임에 ‘실적’으로 보답했다. KB손해보험은 2024년에 2023년보다 17.7% 증가한 순이익 8395억 원을 내며 KB금융그룹 비은행부문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 33년 정통 ‘성골’ KB맨, 김재관 국민카드 사장
김재관 사장은 1992년 국민은행 입행 이후 33년간 KB금융그룹에서만 근무한 ‘정통 KB맨’이다.
영업, 기업금융, 경영기획, 재무 등 주요 부문을 두루 거쳤다.
무엇보다 은행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영업부문에서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으면서 KB국민은행, KB금융지주의 최고재무전문가(CFO)를 역임하는 등 재무관리분야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은행원의 ‘꽃’이라는 부행장, KB금융지주에서는 부사장 직책까지 오르면서 KB금융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부각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2023년 말, 양 회장의 첫 임원인사에서 그룹 최고재무책임자로 발탁되면서 신임을 입증했으며 올해 1월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다만 김 사장이 이끄는 KB국민카드는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이익 비중이 낮은 편이다.
2024년 기준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3915억 원으로, KB손해보험(8359억 원)과 KB증권(5904억 원)에 비해 낮다.
KB금융그룹이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김 사장이 카드 부문의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향후 김 사장을 향한 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그룹 핵심 부서 모두 거친 경영관리 전문가, 정문철 KB라이프 사장
정문철 사장 역시 김재관 사장처럼 KB국민은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KB금융그룹의 ‘성골’ 인사다.
정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기획부장, 전략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 등 경영관리와 관련된 요직을 두루 경험했고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그룹대표, 개인고객그룹대표 등 고객들과의 접점도 충분한 인물이다.
2020년에는 KB금융지주 홍보·브랜드 총괄 상무를 맡는 등 지주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KB라이프 사장 자리는 KB국민은행 행장으로 가는 ‘로얄 로드’로 꼽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재 KB국민은행 행장을 맡고 있는 이환주 행장 역시 2023년부터 KB라이프 사장을 맡고 있다가 올해 1월 KB국민은행장으로 발탁된 케이스다.
KB국민카드와 마찬가지로, KB라이프의 낮은 그룹 이익 기여도는 정 사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KB라이프는 2024년에 당기순이익 2999억 원을 냈는데, 이는 KB금융그룹 비은행 부문의 주력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약 35.9% 수준이다.
다만 KB라이프의 이익 성장세가 매우 또렷하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를 이어나가면 곧 비은행부문의 주력 계열사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KB라이프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22년 2033억 원에서 2023년 2364억 원, 2024년 2999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