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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이 그리는 HL그룹 미래 받치는 두 CEO, '글로벌'은 조성현 '노사관계'는 김광헌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이른바 '믿을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그룹의 미래 비전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정몽원 HL그룹 회장이 그룹의 미래 비전을 안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비결은 그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인재들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여러 핵심 인재들 중에서도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광헌 HL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두드러
정몽원 HL그룹 신사업 선봉은 로봇 사업, 아버지 정인영 'Man Do' 정신으로 오뚝이처럼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2016년 7월 아버지 정인영 HL그룹 명예회장 10주기 추도행사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HL그룹을 IMF 외환위기에서 일으켜 세운 '의지의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이제 HL그룹의 중심축을 자동차 부품 중심의 전통적 산업에서 로봇 등 첨단 신산업으로 이동시켜 사업영역과 고객층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극복하고 재기를 향한 끈질긴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HL그룹의 신산업 진출과 혁신, 로봇 사업의 미래 정몽원 회장은 로봇산업에서 미래 가능성을 엿보고 자회사 HL로보틱스 출범과 함께 주차로봇 전문기업 스탠리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신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HL그룹의 계열사 HL로보틱스는 실내외를 아우르는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개발에 힘쓰며 그동안 각 계열사가 진행해온 자율주행 로봇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24년 10월 창립 62주년 기념사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토대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계획이다'며 'HL로보틱스가 그룹 안에서 신사업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HL그룹은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를 비롯한 첨단 제품들을 글로벌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서 선보이며 시장 선점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파키는 세계 최초의 실내 자율주행 주차로봇으로 2024년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의 성장세로 성장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20억 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주차로봇 시장 규모는 2030년 67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함에 따라 HL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L그룹은 신사업의 초기 단계인 만큼 단기간 수익 창출보다 중장기적 기술 고도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한라공조 재인수 실패, 미완의 그룹 재건의 아픔 정 회장이 이끄는 HL그룹의 변화의 여정이 이처럼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한라공조(현재 한온시스템)를 되찾지 못한 일은 뼈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한라공조는 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한라그룹과는 별도로 외환위기 여파로 미국 포드 산하 비스티온에 넘어갔다가 2014년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컨소시엄이 지분을 인수하며 현재의 한온시스템이 되었다. 정 회장은 앞서 2010년 인터뷰에서 "한라그룹의 과거 계열사였던 한라공조는 자동차 핵심기술을 보유해 관심이 크다"며 공개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2014년 인수전에서 HL그룹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에 밀려 실패했다. 그 뒤 2021년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매각을 선언했고, 2024년 8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분 33%를 인수하면서 HL그룹의 한라공조 재인수 숙원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 IMF 늪에 빠졌던 HL그룹, 2008년 만도 재인수 성공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HL그룹, 옛 한라그룹이 1997년 겪은 외환위기는 그룹 역사상 최대의 고비였다. 한라그룹은 당시 재계 12위까지 성장했으나 부채비율이 무려 2000%에 달해 극심한 재무취약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한라중공업 부채가 회생의 불씨를 꺼뜨리고 말았다. 외환위기 여파로 금융시장과 산업 전반의 경색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1997년 말 한라그룹 전체가 부도로 분해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 뒤 한라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매각 혹은 청산 수순을 밟았다. 만도, 한라중공업, 한라펄프제지 등 알짜 기업들이 외국계 투자자나 별도의 기업에 인수되어 대기업집단으로서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구조적 충격 아래 정몽원 회장과 HL그룹은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특히 만도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재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권토중래하던 정몽원 회장은 2008년 만도기계(현 HL만도)의 재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의 기틀을 닦았다. IMF 위기 당시 팔려나갔던 만도를 범현대가의 도움과 산업은행, 국민연금 관리공단 등 3사 컨소시엄과 함께 되찾아 온 것은 한라그룹 재건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HL그룹은 만도 인수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었으며, 만도는 그룹 전체 매출의 76%를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부활했다. 만도는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판교에 첨단 연구소 '넥스트M'을 세우고, 레벨4 자율주행 시험운용 성공과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조직 개편을 통해 구조 조정과 연구개발 강화에 집중했다. 정몽원 회장은 특히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에도 힘써 2020년에는 김광헌 부사장을 영입해 노사문제를 직접 다루며 위기 돌파를 꾀했다. ◆ 한라그룹의 창업과 성장, 정인영 명예회장의 중공업 도전 HL그룹의 뿌리는 1962년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국제개발처(AID)를 방문해 차관협상을 진행해 한국기업 최초로 AID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공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1962년 '5대양 6대주를 넘어 나간다'는 뜻을 담아 현대양행을 설립했다. 그리고 중공업 중심의 꿈을 목표로 우선 기술축적과 기계공업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1964년 안양기계제작소에서 양식기 생산을 통해 외화 벌이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정 명예회장은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 사회의 기계공업 추세를 탐색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중공업이 미래산업을 이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미국 포드가 1966년 한국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 겸 한국파트너를 물색하러 왔고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현대를 한국 측 포드 협상파트너로 만드는 일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현대건설은 자동차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포드의 접촉 물망에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정 명예회장은 포드 측 조사단이 묵고 있는 조선호텔을 찾아 현대건설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을 내세워 설득했다. 최종적으로 포드와 협력관계 구축을 약속받고 그 해 12월 현대그룹은 자동차회사를 세웠고 1967년 자동차 조립기술 제휴 계약을 맺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코티나'였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이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부품에 있으니 부품 국산화를 이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1970년대 자동차 부품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여 안양공장을 브레이크, 스티어링, 히터 등 300여 종의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발돋움시켰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할 당시 정인영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우리는 항상 20~30년을 내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양식기 생산은 오늘의 도약을 위한 워밍업으로 우리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자동차 부품사업에 대한 열망과 의지는 아직도 HL그룹에서 회자된다. 정 명예회장의 큰 뜻은 1979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정책으로 현대양행의 중공업 사업 부문을 강제로 매각당하면서 주춤한다. 하지만 정인영 회장은 만도기계로 새 출발해 '인간은 할 수 있다(Man Do)'는 정신으로 다시 일어섰으며, 1990년대 들어 급성장하는 자동차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한라그룹의 재건에 나섰다. 정인영 회장의 '재계의 오뚝이'라는 별명과 '꿈을 갖고 신념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좌우명은 HL그룹이 오늘날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장우 기자
HL그룹 계열사와 오너 정몽원 두 딸 사모펀드의 '수상한' 거래, 승계자금 편법 마련인가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이 설립한 사모펀드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가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이 설립한 사모펀드인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이하 로터스PE)와 HL그룹 사이 수상한 돈 거래가 주목된다. HL홀딩스가 로터스PE에서 투자한 펀드에 약 2170억 원의 거액을 우회출자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승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HL그룹 계열사 로터스PE 출자와 투자실적 부진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 정지연씨와 정지수 상무보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출범했다.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는 10만 주이고 1주당 금액은 5천 원으로 자본금은 5억 원이다. 로터스PE가 운용하는 5개 펀드의 전체 운용자산은 약 3600억 원에 달하지만 핵심 투자처인 더블유씨피(WCP)에서는 단일 종목 투자금액 1천억 원 가운데 800억 원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운용역량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HL홀딩스는 직접 투자 대신 자회사인 HL위코와 HL D&I를 경유해 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GP)으로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HL홀딩스 한 해 영업이익(약 922억 원)의 2.4배에 달하는 큰 규모다. 문제는 이 투자 내역을 분기보고서에 특수관계 공시에서 누락해 투자자 보호와 기업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로터스PE는 단독으로 펀드를 결성한 경험 없이, 오로지 공동운용 형태로만 투자 활동을 해왔고 수임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통해 수익을 거둬온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해당펀드의 평가손실에도 일부 운영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우회출자는 승계작업을 위한 포석인가 특히 이번 의혹을 한층 심화시키는 것은 HL홀딩스가 왜 직접 투자 대신 자회사 경유를 선택했는가에 관한 의문이다. 자회사 경유는 법적·회계적 공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인 데다가, 내부 거래의 불투명성을 증가시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힌다. 또한 로터스PE의 운용능력과 성과보수 산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가 없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로 거론된다. HL홀딩스가 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소액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훼손 위험까지 감수했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재계에서는 로터스PE가 HL그룹의 후계자 가족이 전적으로 소유하는 사모펀드라는 사실이 주목하고 있다. HL그룹의 경영권 승계 전략에서 로터스PE를 중추적 역할을 맡을 개연성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기업 경영권 승계 전략을 검토하면 대략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삼성·LG·한진 등에서 볼 수 있듯 정당하게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납부하는 방식이 있다. 다음으로 그룹 내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한 계열사를 활용하여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해당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후계자의 자금원으로 삼는 방식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삼성SDS 등 IT 계열사에 내부 일감을 집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 승계자금을 마련했다. 세번째로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핵심회사(A)의 지분을 후계자가 대주주로 있는 다른 회사(B)를 통해 확보한 후, 양사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방식도 있다. 마지막으로 총수가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A)의 지분을 후계자가 대주주인 회사(B)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원익그룹이 대표적 사례로, 자회사나 다른 법인을 통해 지분을 이전하여 승계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한 사례가 꼽힌다. HL그룹은 이번 로터스PE를 두 번째 방식인 승계자금의 원천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즉, 자회사들을 활용한 내부거래 형태로 자산을 이전하고, 총수 자녀들이 지분을 전적으로 소유한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 승계를 위한 재원을 형성해 경영권을 견고히 하는 방식을 채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HL홀딩스와 로터스PE, 그리고 재벌 승계의 현실과 과제 HL그룹의 로터스PE에 대한 대규모 우회출자를 비롯한 일련의 사례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재벌 오너 일가가 가족 소유의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우회 이전하고, 불투명한 구조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편법 승계 패턴으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HL홀딩스의 공시 누락 및 정보 비공개 문제는 자본시장 신뢰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를 야기할 수 있어 문제로 떠오를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재계에서는 HL그룹은 이러한 경영권 승계 방식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운용능력과 성과보수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무엇보다 투자 현황과 특수관계 거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주주들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HL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법규인지는 모르겠으나 법령상 HL홀딩스가 로터스PE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어서 우회출자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출자할 계획도 없으며 이 문제는 승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장우 기자
한전 재정건전화 5개년 계획 남은 시간 많지 않다, CFO 오흥복에게 얼마나 시간 주어질까
한국전력공사의 재정건전화 5개년 계획 완료까지 2년이 남았다. CFO로서 한전의 재무개선을 이끌고 있는 오흥복 기획본부장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22년 사상 최대 적자를 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운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 한국전력은 2022년 33조9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자구노력을 중심으로 한 '재정건전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재무개선에 나섰다. 뼈대는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비용 절감, 수익 확대,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그룹사 전체 기준 20조 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전의 재무상태는 건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총부채는 2022년 193조 원 수준에서 2024년 205조 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물론 부채가 늘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무건전성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459%에서 497%로 높아졌다. 단순한 수치 변화만으로 재무건전성의 악화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목표 달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재무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은 오흥복 기획본부장이다. 오 본부장은 2024년 2월 기획본부장 CFO로 선임되며 한전 재정 정상화의 중책을 맡게 됐다. 오 본부장은 1987년 한전에 입사한 이후 비서실장, 남서울본부장, 인사처장, 인재개발원장을 지냈다. 예산실장과 정책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재무분야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도 갖췄다. 오 본부장은 고위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및 경영평가 성과급 반납, 비핵심 자산 정리, 공정관리 강화, 단가 절감 등을 통해 강도 높은 비용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 본부장의 이런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전은 2024년 4년 만에 3조2천억 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며 재무 개선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여전히 200조 원이 넘는 부채와 연간 4조 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은 오 본부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오 본부장이 재무구조 개선 5개년 계획의 남아있는 2년 동안 어떤 전략과 실행력으로 이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도 오 본부장에게는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윤휘종 기자
방시혁 하이브 중국 진출 넓은 길 닦기 포석인가, 텐센트에 SM엔터 지분 넘긴 까닭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4년 5월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하이브에게 '계륵'이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정리됐다. 하이브는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중국 IT 공룡 텐센트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하이브의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이 많다. 하이브 역시 공시에서 매각 목적을 두고 "투자 자산 관리 효율화"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번 거래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자본의 한국 엔터 산업 침략을 돕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은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가 중국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넓히려는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 '넷마블'이라는 약한 고리로 엮여 있던 텐센트와 하이브, '거래 상대방'으로 서로를 인식하다 하이브는 텐센트와 직접적 협력 관계는 아니지만 간접적 연결고리는 가지고 있다. 넷마블이 하이브의 2대주주로 지분 9.44%를 보유하고 있고, 텐센트는 그런 넷마블의 지분 17.52%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자사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 등에서 텐센트와 협력하며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넷마블-텐센트로 이어지는 간접적 관계는 그동안 하이브의 중국 진출 전략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져 왔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직접적 지분관계가 아니라 매우 약한 연결고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거래 상대방'으로서 직접적 관계를 맺게 됐다. 특히 이번 매각이 현재 시점에서는 '전략적' 측면에서 하이브보다는 텐센트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이브가 이번 매각을 통해 추가적으로 전략적 이익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브와 텐센트가 지금까지 전혀 협력관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이브는 2023년 5월 텐센트가 운영하는 음악 유통 플랫폼 '텐센트뮤직'과 음원 유통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 다만 당시 하이브와 텐센트의 협력관계는 합작해 산하 레이블을 만드는 등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 ◆ 하이브, 텐센트에 한국 엔터산업 교두보 깔아주고 중국 내 우군 확보하나 이번 매각으로 텐센트는 한국 엔터 산업에 보다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됐다. 텐센트는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직접적 지분 확보와 함께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한쪽에서는 텐센트가 이번에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가 매각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모두 9.66%로 텐센트는 카카오 21.61%,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9.89%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5.95%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는 차오 양 써니 텐센트 전무이사가 자리잡고 있다. 하이브 역시 텐센트라는 중국 최대 플랫폼 기업과의 접점을 확보해 향후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베이징 법인 설립, 단순한 마케팅 조직 넘어 전방위 활동 거점 하이브는 최근 자사 아티스트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방시혁 의장이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조와 맞물려 K팝의 중국 재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인다. 이미 하이브의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모두 중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 SM엔터테인먼트가 텐센트와 지분관계로 얽히게 된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내 영향력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지분매각 공시가 나온 바로 다음날 텐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3년 내 중국 현지 아이돌그룹 데뷔를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쪽에서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공략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브는 국내 아티스트의 중국 진출, SM엔터테인먼트는 현지 아티스트 발굴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중국 법인을 통한 현지 그룹 육성, 신인팀 데뷔 등의 계획 등은 수립하지 않고 기존 아티스트들의 지원 업무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한 첫날인 2020년 10월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 이사회 의장(앞줄 왼쪽)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회와 리스크 공존하는 중국 전략, 하이브의 시험대 될까 방시혁 의장의 중국 진출 움직임은 하이브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특수성과 정치적 변수, 규제 리스크 등을 살피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무게감 있는 현지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가 지분관계로 얽힌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에 주력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하이브가 반드시 텐센트와 협력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엔터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이 단순히 하이브의 재무적 유동성을 위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하이브 방시혁 오너 리스크 '뿌리'는 어디인가, 견제장치 없는 창업주의 아킬레스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최근 4천억 원대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4천억 원대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이 엔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이야기다. 방시혁 의장은 최근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그들의 지분을 특정 사모펀드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그 사모펀드가 하이브 주식을 통해 올린 수익을 분배받은 혐의로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창업주 리스크가 곧 기업 전체의 경영 불확실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브의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66.7점, 지표가 말해주지 않는 구조적 우려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에 이른다.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준수율(63%)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하이브가 '거버넌스 우등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 잠재적 리스크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표 프로듀서의 능력과 이미지가 기업 전체의 인상을 결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창업주이자 대표 프로듀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또다른 공룡인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대표프로듀서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와 관련된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알았던 적이 있다. 특히 방시혁 의장은 최대주주로서 하이브를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이브는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분리돼 있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방 의장이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라면 이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방 의장이 이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결과적으로 '경영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창업주의 의사를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 사외이사는 '무늬만 독립', 출석률·의결 내역이 말해주는 현실 하이브 이사회는 외형적으로는 독립성이 확보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질적 감시와 견제 기능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명의 사외이사 중 이사회 출석률이 100%인 인물은 단 한명(이미경 이사) 뿐이며 나머지 이사들은 출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외이사 전체 평균 출석률은 91.4%로, 삼일PwC거버넌스센터가 조사한 상장사 평균치(96%)에 못 미친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이사회 안건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일률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2024년 하이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열렸던 이사회의 모든 안건에서 단 한 번이라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다. 물론 국내 많은 상장사들의 이사회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사회 의장인 오너에 대한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월2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제64회 정기총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창업주의 개인 역량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 창업주의 권력은 경쟁력인 동시에 리스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IT 산업은 창업주의 개인 역량과 영향력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경우가 많다. 방시혁 의장뿐 아니라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 더 나아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등 창업주의 카리스마와 능력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나 IT 기업을 위로 도약시키는 핵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창업주의 카리스마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화에서 구조적으로도 창업주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면, 창업주의 개인 리스크가 곧 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카카오가 대표적 사례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무기로 성장했지만 그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이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방 의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현재의 구조 아래에서는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 인사에게 위임하고, 사외이사의 실질적 역할을 강화하는 등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 뿐 아니라 대부분 엔터사에서 창업주의 영향력은 굉장히 강하다'라며 '상장된 엔터기업들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하이브 경쟁력이었던 방시혁 이제 오너 리스크 폭탄으로, BTS 복귀가 구세주 될까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7년 12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진출 유공포상 문화교류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 한때 BTS(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두고 시중에 떠돌았던 루머다. BTS가 직접 "10대 20대를 위해 편견을 막아내고 활동하겠다는 뜻의 '방탄'"이라는 팀명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 루머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름이 BTS, 나아가 하이브 전체에 갖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은 한때 하이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방 의장의 이름은 하이브에게 '강점'이 아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더의 능력이 회사의 추진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리더 개인의 리스크가 곧 회사 전체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치명적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사법 리스크'부터 방 의장 개인의 사생활 문제까지, 하이브의 오너 리스크는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 왔을까? ◆ 방시혁은 어쩌다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섰나, '언아웃' 계약부터 '사기적 부정거래'까지 최근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벌어진 의혹의 중심에 섰다. 202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방 의장이 사모펀드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시작이었다. 2024년 11월 국내 언론들은 방시혁 의장이 빅히트의 상장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과 기간 내에 IPO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방 의장이 이들의 지분을 되사주고, 만약 IPO가 성공한다면 IPO 이후 사모펀드들의 매각 차익 30%를 받겠다는 주주간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상장한 이후 이들 사모펀드는 보호예수 기간이 걸리지 않은 지분을 쏟아냈고, 방 의장은 이 과정에서 약 4천억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빅히트 주가는 1주일 만에 약 60% 하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5월29일 경제종합지 '한국경제'는 금융감독원이 방 의장의 사건을 증권신고서 기재 위반 관련 사건으로 다루다가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로 전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빅히트는 2019년 말 상장을 촉구하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현재 기업가치 수준에서는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당시 빅히트가 이미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계획이 없다고 속여 특정 사모펀드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가 방 의장과 위에서 언급한 주주간 계약을 맺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방 의장 개인의 도덕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5월28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하이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동시에 하이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 사법 리스크와는 별개, 사생활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던 과거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방 의장의 사생활이 논란이 된 사건도 있다. 소위 '과즙세연' 사건이다. 2024년 8월8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한 누리꾼은 유튜브를 보다가 방 의장이 한 여성 BJ와 나란히 걷는 영상을 찾았다며 게시글을 올렸다. 이후 방 의장과 해당 BJ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들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고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하이브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일정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즉각 해명했지만, 영상이 공개된 시점, 28세라는 방 의장과 해당 BJ의 나이 차이, 해당 여성BJ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이 뒤섞이며 하이브의 이미지에 손상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해당 논란이 나온 다음날인 2024년 8월9일 하이브 주가는 6.31% 급락했다. 본질적으로 기업가치와 큰 의미가 없는 사생활 논란이지만, 방시혁 의장이라는 개인과 하이브의 정체성이 지나치게 일체화 된 구조 아래에서는 비본질적 이슈조차 기업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하이브 소속 보이그룹 '앤팀'의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방시혁 의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 BTS 복귀 초읽기, 하이브는 오너 리스크를 넘을 수 있을까 BTS가 군 복무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하이브는 뉴진스, 세븐틴, 르세라핌, 아일릿 등 다수의 그룹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하며 BTS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의 기업가치에 BTS가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며, 시장은 올해 6월 슈가, RM, 지민, 정국의 전역 이후 다시 모일 BTS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방 의장의 오너리스크는 BTS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올라있는 팬들과 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하이브 주가는 BTS 복귀를 향한 기대감으로 올해 4월9일 종가 기준 21만5천 원에서 5월26일 28만9500원까지 상승했지만 27일부터 30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BTS의 복귀 이후 여러 활동들을 통해 하이브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할 텐데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의 오너리스크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이재명 실용주의 에너지 노선, 황주호 물러나고 새 사장 오면 한수원 역할 또 어떻게 바뀔까
10년 만의 학계 출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인 황주호 사장은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확대, 원전 강화 기조를 선명히 반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다시 원전 강국을 만들자."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사에서 한 이야기다.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선임된 황 사장은 핵연료처리 분야의 권위자로 오랜 기간 학계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다. 10년 만의 비관료 출신 한수원 사장인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확대, 원전 강화 기조를 선명히 반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황 사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경험을 토대로 체코에서는 원전 건설 본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고,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백지화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전 건설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데 집중했다.재미있는 점은 원전정책에서 윤석열 정부와 커다란 차이를 두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과 황 사장의 임기 종료 시점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 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까지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에너지 정책 전환의 시점에서, 황 사장의 후임 인선과 한수원의 향후 방향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에너지 노선과 원전 활용의 딜레마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을 내세우며 이전 정부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원자력의 중요성은 인정하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반영하겠다는 것이다.이러한 전략은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압박과 국내 에너지 안보 이슈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이 주요 국가의 안보 의제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의 미래 산업들이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에만 힘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하지만 이 대통령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국제캠페인) 등을 중시해온 진보 진영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짜기도 어려운 일이다.정부의 기조가 한쪽으로 쏠려있는 것이 아니라 탈원전과 원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쪽으로 펼쳐지게 된다면 정부의 에너지 비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한수원의 키를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한수원 사장 인사는 단순히 공기업 운영자를 뽑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현장에서 정확하게 구현할 전략가를 세우는 인선인 셈이다.◆ 한수원 사장은 정부 원전 정책과 한마음, 7대 이관섭부터 9대 황주호까지그동안 한수원 사장 자리는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실행 주체로서 역대 정부의 철학과 전략이 뚜렷이 반영돼왔다.특히 기후위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원전 감축'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수원 사장은 정부의 원전 기조를 반영하는 주요 창구가 되어왔다.7대 이관섭 사장은 산업자원부 출신 관료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인사다.이 전 사장은 임기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발하며 2017년 자진 사퇴하면서 원전 정책에 따른 사장 인사의 시작을 알렸다.이 자리를 대신한 8대 정재훈 전 사장은 이관섭 전 사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정 전 사장은 관료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충실히 반영해 원전 해체 기술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했으며, 한수원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정 전 사장은 회사명에서 '원자력'을 빼는 방안까지 검토할 만큼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는다.이러한 흐름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급변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윤 대통령의 집권 이후 선임된 황주호 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에 따라 원전 중심의 사업 확대, 해외 수출 전략 추진 등 정권의 에너지 철학을 선명하게 실현해 왔다.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5월8일 체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수원의 미래, 에너지 정책의 시험대가 되다한수원은 단순한 전력공기업을 넘어, 한국의 원자력 산업을 대표하고 에너지 주권을 상징하는 국가 전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한수원과 정부가 어떻게 발을 맞춰 나아가느냐가 국내 산업 생태계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동시에 폐기물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소형모듈원전(SMR) 등의 신기술과 관련해 사회 곳곳에서 안정성과 비용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에너지 정책의 갈림길에서 한수원이 어떤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지에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윤휘종 기자
한전KPS '사장 공백' 너무 길어졌다, 이재명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춰 사장 인선 주목
한전KPS가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변화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에 맞춰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한전KPS 다음 사장 선임이 늘어지고 있다.한전KPS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중심 원전 정비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에서 새롭게 인선되는 사장이 한전KPS의 역할에 변화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다음 사장 인선 길어져, 한전KPS의 경영 불확실성 심화한전KPS는 신임 사장 선임 지연으로 경영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어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전KPS는 김홍연 사장이 임기 만료 뒤에도 계속 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 2024년 6월 임기 만료됐으나2025년 들어서도 사장 임명이 계속 지연되면서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대내외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공기업 특성상 정부 기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전KPS는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조직 기강의 해이 또한 우려된다.2025년 6월2일 충남 태안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기계 공장실에서 협력업체 직원 A씨가 끼임 사고를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점이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표적 허점으로 꼽힌다.사망한 직원은 한전KPS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아니지만 원청으로서 관리·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KPS 사장 임명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한전KPS가 이재명 정부의 정책 변화 속에서 전략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장 인선이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한전KPS의 전략 변화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 정부와 달리 원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한전KPS로서는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원자력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며, 미래 에너지 산업에서 균형 잡힌 역할 분담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한전KPS는 기존 원전 정비 사업뿐 아니라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는 EPC(설계·조달·시공)와 O&M(운영·유지보수),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며 전문성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한전KPS는 양양·지산 풍력발전 경상정비, 신보령 태양광 건설공사 등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추진 중이며, 디지털 트윈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및 태양광용 ESS 시스템 개발 등 첨단 기술 연구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읽힌다.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은 한전KPS에 새로운 도전과 함께 부담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원전 정비에 특화된 조직 체제와 전문 인력 구조를 신재생 분야에 효율적으로 전환시키는 과제가 남아있어서다. 아울러 사장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경우 이러한 전략 추진력의 약화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 원전정비 정책에서 한전KPS의 역할과 성과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과 원전정비의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삼은 바 있다.이 과정에서 한전KPS는 원전 정비 서비스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원전 유지보수와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을 주도하며 전략적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계속운전 절차 개시에 발맞춰 한전KPS는 원전 일감 조기 발주에 따른 정비 및 개보수 사업에 집중해 원전 생태계 복원에 일조했다.또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 개선,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참여 준비 등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하며 수출 산업화에 앞장선 바 있다.원전 정비 전문기업으로서 한전KPS는 국내외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올해에도 체코를 비롯한 신규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최근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문제와 기후변화 대응,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원전 회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스웨덴 등 다수 국가가 원전 가동 연장 및 신규 건설,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유럽 내 원전 신규 건설과 노후 원전 성능 개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전KPS는 체코, 루마니아, 영국 등 유럽 각국의 신규 원전 건설, 설비 개선, 시운전 정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즉, 유럽 원전 회귀는 한전KPS의 해외 원전 정비 및 수출 사업 확대에 긍정적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다만 원전 산업 생태계는 정부 에너지 정책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미래 성장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특히, 새로운 원전 사업에서 첨단 기술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경영체제 확보가 필수적이다.조장우 기자
친윤 정치인 출신 첫 한전 사장 김동철,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성과에도 윤리경영은 낙제점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23년 9월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씨저널]한국전력공사(한전)의 첫 정치인 사장 김동철 체제가 출범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김 사장은 정치인이 공기업 사장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김 사장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됐다.한전 실적과 경영혁신을 통해 이 오명을 벗고 신뢰 회복의 길에 들어섰을까.김 사장이 이끈 한전은 2024년 한 해에 걸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문제와 거대한 부채, 각종 비판적 목소리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그리고 해외사업 투자회수액 역대 최대김동철 사장 체제의 한전은 먼저 재무 건전화와 수익 확대 노력을 병행하며 경영 정상화에 꽤나 눈에 띄는 발걸음을 내디뎠다.특히 2024년 한전은 해외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전은 2024년 해외사업에서 연 매출 3조 원 이상, 투자회수액 3천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이는 2023년에 비해 매출이 약 20%, 투자회수액은 무려 130%가량 오른 성과로, 투자회수액에는 2900억 원 이상의 배당금과 100억 원 이상의 발전사업 기술지원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이러한 견고한 해외사업 성과는 1995년 해외시장 진출 이래 17개국에서 37개의 해외사업체를 운영해 온 한전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 달성된 것으로, 글로벌 사업 다각화와 수익 확보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또한 김 사장 취임 이후 한전은 내부적으로 고강도 자구 노력을 지속해 왔다.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통해 비용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연료비 및 전력 구매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한전은 설비 운영 효율화와 업무 비용 절감에 더해, 전력시장 제도 개선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전력구입비 절감을 이루는 등 수익 구조 개선에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노력은 불확실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상황 속에서도 한전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출자회사 자율경영 체제로의 전환, 정치적 개입 최소화김동철 사장에게 부여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과제는 한전 출자회사들의 경영 자율성 강화와 효율적 지배구조 확립이다.한전은 2025년 4월, 7개 주요 출자회사와 '자율·책임경영협약'을 체결해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권한을 사장들에게 최대한 보장하고, 법령에 정해진 주주권 외 경영 관여를 최소화할 방침을 세웠다.이는 외부적 영향력 논란에서 자유로운 경영을 가능하게 만들어 각 출자회사가 자체 비전과 경영 목표에 기반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 경영을 수행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조치로 평가된다.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모회사가 무대를 마련해주지만, 어떤 공연을 펼칠지는 각 자회사의 몫이다"면서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체계 정착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구축으로, 향후 한전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두운 그림자, 요금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과 거대 부채 속 배당 논란김 사장이 이룬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한전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약 94조 원과 영업이익 8조3500억 원을 기록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하지만 이와 동시에, 2024년에 약 1374억 원 규모의 배당을 재개한 것은 여전히 거대한 부채 문제 앞에서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공기업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2025년 현재 약 205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으며, 연간 이자비용으로만 4조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이 부채 규모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재무적 부담이 극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이처럼 막대한 부채와 지속적인 이자 부담 속에서 배당 실는 '배당 잔치'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적절한 재무관리와 미래 투자 대비라는 본연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일각에서는 특히 전기요금 인상이 지난 수년간 재무 악화 책임 부담과 맞물려 부담스럽게 이뤄졌으며 이를 통한 실적 개선을 '국민과 기업에 부담 전가'로 해석하기도 한다.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무려 227% 상승하며, 낮은 전기요금을 기대하는 국내 산업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정상화와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이 쟁점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윤리경영 최하위 E+ 등급, 내부통제 강화 요구재무성과와 해외사업 수익 확대와 달리 한전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내부통제 및 윤리경영이다.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전은 2023년 대비 D등급에서 B등급으로 경영평가 등급은 상승했으나, 윤리경영 분야에서는 최하위인 E+ 등급을 받았다.이는 부패 방지, 청렴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뜻으로, 한전의 신뢰도와 사회적 책임에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물론 내부 윤리경영의 뿌리 깊은 문제들은 시스템적 변화와 더불어 문화적 쇄신 없이는 해소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하지만김동철 사장이 정치권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외부의 '낙하산' 오명에서 벗어나 경영혁신과 청렴성 제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는데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조장우 기자
대기업 전력 직접구매 움직임에 한전 독식체제 흔들려, 김동철 부채 200조 해결 고민 깊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징이 잠자고 있던 전력직접구매제 제도의 활성화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대기업들의 이른바 '탈한전' 확산 조짐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최근 국내 전력시장에서 잠자고 있던 전력직접구매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한전의 독점적 시장구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한전은 부채가 200조 원에 달하는데 전력다소비 기업들이 전력구매소에서 직접 전력을 도매가격으로 사는 비중이 늘어나면 이른바 큰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 안정성과 시장 지배력 유지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전력직접구매 제도의 본질과 활성화 배경전력직접구매 제도는 2001년 전력시장 구조 개편 당시 도입되었지만, 한전의 전기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저렴해 사실상 활성화되지 못했던 제도였다.이 제도는 수전설비 용량이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인 대규모 전기사용자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회사 등으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전력거래소는 정부 산하 준정부 기관으로, 전력시장 참여자 간 투명한 가격 입찰과 정산 등 시장 운영을 담당한다.하지만 2023년 이후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전력직접구매 제도가 재조명되면서 한전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예컨대 2024년 말 SK가스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가 전력직접구매를 신청해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2025년에는 LG화학이 이에 동참하는 등 대기업들이 직접구매에 뛰어들었다.이러한 움직임은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들이 한전의 소매요금을 뛰어넘어 시장가격에 기반한 전력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한전의 독점 구조 붕괴와 재무구조 위기기존 전력 시장은 한전이 전력 공급망과 판매를 독점하는 구조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일반 가정까지 대부분 한전을 통해 전력을 구매해왔다.이 독점 체제는 한전의 수익 기반을 견고히 했으나, 전력직접구매 제도의 활성화 조짐은 이 균형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특히 3만kVA 이상의 대규모 산업용 고객이 전력거래소를 통한 직접구매를 확대하면서 한전의 주요 수익원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한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대형 고객은 전체 전력 판매에서 29% 이상(약 526개 사업장)의 비중을 차지하는 '큰손'들이기 때문에 이탈 시 한전의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한전은 이런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재무 압박이 심화되어 이미 약 200조 원에 달하는 부채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따라 한전은 부족한 재원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기업 이하 및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와 동시에 경제 전반에 위기감을 조성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김동철 사장의 고민과 경영 전략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4년 한전이 8조 원대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다소 호전된 국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그는 2025년 'New 비전'을 선포하며 한전을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김 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4가지 전략방향을 제시했다.4대 전략 방향은 △본업사업 고도화(국가전력망 적기 건설 및 고객 감동 서비스 구현) △수익구조 다변화(에너지 신기술․신사업 기반 신성장동력 확보) △생태계혁신 주도(R&D 혁신 및 기술사업화로 전력산업 생태계 육성) △조직효율 극대화(기업체질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경영기반 확립)이다.김 사장은 이를 통해 한전을 2035년까지 매출 127조 원, 총자산 규모 199조 원, 해외·성장사업 매출 20조 원, 전체 인원 2만6천 명에 달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그는 비전 선포식에서 '국민편익을 제고하고 에너지생태계 혁신성장 견인을 위해 전 직원이 합심하여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그러나 대기업들의 전력직접구매 활성화라는 새로운 악재는 김 사장의 경영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대기업들이 직접구매를 확대할 경우 한전은 안정적인 수익구조 유지가 힘들어지고 부채 감축 및 전력망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진다.김 사장은 이에 대응해 영업 효율화, 수익 다변화,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과 더불어 정부와 협력해 적절한 전기요금 정책 마련 및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전력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전력직접구매 제도 활성화가 가져올 시장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전력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대기업의 직접구매 확산은 한전 독점 체제의 해체를 촉진하는 동시에, 전력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활성화도 제도 개선과 맞물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력 공급 안정과 요금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한전이 대규모 산업용 고객 이탈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요금을 올려 부족분을 보충하면, 전력비 부담은 중소기업과 가정용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김동철 사장이 이와 같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한전 사장 김동철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중시 이재명 정부 출범에 거취 어떤 선택할까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전력공사 수장인 김동철 사장의 지위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표적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방향성도 변화할지 주목된다.한전은 역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영향을 밀접하게 받있으며 한전 사장의 거취도 관심이 집중됐다.한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으로 사장이 된 김동철 사장이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재명 정부 아래에서 어떤 운명에 놓일지 시선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대 대선 에너지 정책에서 드러난 정책적 온도차 '신재생 vs 원전'2025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에너지 및 전력 정책은 확연한 온도차가 드러났다.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지향하되 원전과 병행하는 다각적 전략을 내세웠다.특히 2040년 석탄화력 발전 폐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AI·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친환경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하며, 태양광·풍력 확대,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캠페인) 산업단지 조성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반면 국민의힘은 원전 중심 에너지체계 복원과 전기요금 부담 경감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국민의힘은 원전 비중을 현 32.5%에서 60%로 확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내세웠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높은 단가 및 간헐성 문제를 들어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정권교체 결과에 따라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특히 김동철 사장은 한전의 재무위기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그는 국회 자료를 인용해 2016~2021년 원전 비중은 30%에서 27.4%로 감소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4.8%에서 7.5%로 증가해 비용 효율성과 계통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정책 속에서 김동철 사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역대 한전 사장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자리를 내준 사례가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자리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치적 희생의 역사한전 사장의 임기는 통상 3년으로, 1년 단위의 연임이 가능하다(한전 정관 제27조). 법령상으로는 '법령 위반'이나 '직무 태만' 등이 있어야 해임할 수 있으나(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22조 1항), 현실에서는 정치권의 압력과 갈등에 민감하게 노출되어왔다.특히 전력 및 에너지 정책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부담, 국민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해당 기관장들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23년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이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되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택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뒤바꾸면서 '30조 원 적자'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당했다.박대출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월 28일 공개적으로 정승일 당시 사장을 향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고 사퇴를 압박했다.결국 정승일 사장은 2023년 5월12일 25조7천억 원 규모 자구안 발표 직후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정치권의 압력이 공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과거 사례를 보면 2012년 김중겸 사장의 행보도 유사하다.이명박 정부 시절 임기 3년의 약 2년을 남긴 중에도 서울 소재 청와대 내에서 교체 검토가 떠돌았다. 주된 이유는 김 사장이 3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요구(13.1%, 10.7%, 4.9%)를 강행해 정부 내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데 있었다.김중겸 사장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4천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 추진을 발표하는 극한 대립까지 보이며, 공기업 경영진이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공공요금 문제에서 얼마나 쉽게 희생되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줬다.김동철 사장의 운명 역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앞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김 사장이 거취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김승연 주진우 장인화 김남호 유정준, KS 용어 낳은 경기고교 출신 최고경영자 넓다
경기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한국의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씨저널]경기고등학교는 1900년 설립 이래로 신학문을 받아들이고 근대적 교육제도를 빠르게 도입한 학교 가운데 하나였다.1970년대 중반까지 입학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서 전국의 앨리트 학생들이 모인 집단으로 평가받았다.특히 시험을 통한 선발을 성적순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계층이나 지역을 막론하고 실력있는 학생들이 모일 수 있었다.경기고등학교 졸업생의 60~80%가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압도적 진학률을 자랑했고 이런 진학 실적은 자연스럽게 'KS(경기고-서울대)'라는 용어를 낳았다.아직까지도 경기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신용과 의리로 이끌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 2월7일 충남 천안에서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섀턱세인트메리스쿨과 멘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유학을 떠나 세계 경영 지식으로 무장한 기업가로서 그는 '신용과 의리'를 경영 이념으로 삼아 한국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한화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영역을 확장해왔으며, 과거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과 승부사 기질로 그룹을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국내 화학, 방산, 금융, 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 금융과 반도체 중심 재도약 이끄는 젊은 리더김남호 DB그룹 회장은 1975년 8월23일 서울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창업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동부제철에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제철 인사팀 부장, 동부팜한농 부장을 지냈다.DB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과 부사장을 거쳐 DB그룹 회장이 됐다.특히 DB하이텍을 '미운오리새끼'에서 그룹 캐시카우로 성장시키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며, 보험·금융 분야 실적도 크게 개선하는 등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겸손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과 다른 젊은 리더십을 보이고 잇다는 평을 듣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철강과 신사업의 균형 잡힌 전문가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1955년 8월17일에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대학원(MIT)에서 해양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구조연구소 소장,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을 거쳐 기술투자본부장과 기술연구원장으로 근무했다.철강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하다 2018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뒤 철강부문장을 맡았다.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신 뒤 퇴사했다가 2024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사내 구성원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으며, 신사업과 재무 및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해 철강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도전과 인내의 승부사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1949년 8월28일 경상북도 성주에서 주인용 사조산업 창업회장의 2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외환은행의 행장 비서를 거쳐 28세라는 젊은 나이로 부친의 갑작스런 상속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이후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특히 수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대 기업으로 사조그룹을 성장시켰으며, 수산자원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주 회장은 채근담의 한 구절인 '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구절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지킬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 전문성과 신뢰의 에너지 전문가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1년 3월3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권 전 부회장은 1985년 한화에 입사해 주로 정유,석유화학,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요직을 거쳐 '정통 한화맨'으로 불린다.특히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성공적인 인수를 이끌었고, 이후 한화오션의 재도약과 친환경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바 있다.정유·석유화학·에너지 분야에서 공학적 지식과 업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LNG(액화천연가스), 수소·암모니아, 해상풍력 등 에너지 분야를 기존 조선사업과 접목해 시너지를 확대할 적임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 에너지와 재무의 조율자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맥킨지, LG 등을 거쳐 SK그룹에 합류했다.그는 SK 이노베이션과 SK E&S에서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았고, 2024년부터 SK온 대표이사로서 사업 정상화와 미국 현지 확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유 부회장은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재무 관리와 에너지 전문성을 접목해 SK온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유정준 부회장은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재무전문가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배 사장은 1990년 현대그룹에 입사하며 종합기획실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재무와 기획 업무를 집중해 왔다.현대차 기획실장, 기업전략실장,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CFO)를 거쳐 2023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다.그는 정몽구-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그룹 내 재무 안정성과 미래차 전략에 큰 기여를 해왔다.현대차증권에서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으로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시절에도 외부 노출은 주주총회나 실적발표자리에 국한됐다. 특히 자신의 역할을 두고 '회사를 뒤에서 뒷받침할 뿐이다'라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장우 기자
하이트진로 형 대신 물려받은 박문덕, 두 아들 계열분리도 염두에 두고 경영 승계 판 짜나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씨저널]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애초 친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에 견줘 그룹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이후 박문효 회장은 계열사 중 하나인 맥주병 제조업체 하이트진로산업 등기임원직만 유지한 채 후계구도에서 멀어졌다.그런데 박문덕 회장은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에도 박문효 회장의 아들들의 회사인 연암과 송정을 내부거래를 통해 적극적으로 챙겼다. 이 과정에서 조카들의 회사를 계열사로 등록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이 같은 사정은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일만큼은 막겠다는 박문덕 회장의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박 회장은 두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자신의 전례를 비춰 보며 분쟁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해놓을 가능성이 크다.특히 서영이앤티에 사업을 몰아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두고 두 아들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문덕이 형 대신 회사 물려받은 사연박문덕 회장의 부친인 고 박경복 명예회장은 1969년 조선맥주를 인수했다. 이후 조선맥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동양맥주(오비맥주의 전신)에 밀려 만년 2위 신세를 면치 못했다.하지만 조선맥주는 1993년 출시한 하이트맥주가 대히트를 치면서 오비맥주를 제치고 맥주업계 1위에 올랐다. 이에 탄력을 받아 1998년에는 사명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꿨고, 2005년에는 소주업체인 진로를 인수하면서 국내 주류업계 1위에 올랐다.박문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장남으로서 후계구도에서도 앞서 있었다. 그는 조선맥주에서 이사·전무·부사장을 거쳐 198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198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하지만 박문효 회장은 1991년 사장으로 승진한 박문덕 회장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2001년 박문덕 회장으로 지분 승계가 완료되며 경영권을 완전히 뺏겼다. 박문효 회장은 2001년 가지고 있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박문덕 회장은 하이트맥주 출시와 회사의 업계 1위 등극, 이후 진로 인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1등공신으로 평가되며 후계자가 됐다.당시 박문덕 회장은 업계 2위라는 위치에 안주하고 있던 회사를 바꾸고자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하고, 직원들과 합숙하면서 하이트맥주를 탄생시켰다고 전한다. 또 생산현장 중심의 기업문화를 영업과 마케팅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100% 암반천연수'를 콘셉트로 혁신적인 마케팅을 펼쳐 제품을 1위에 올려놓았다.다만 하이트진로는 2012년 카스를 내세운 오비맥주에 맥주업계 1위 자리를 다시 내줬고, 지금은 소주 시장에서만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로 맞불을 놓으며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역전은 이루지 못했다.박문효 회장 일가는 경영권 경쟁에서 패배한 이후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두 아들 박세진 대표와 박세용 대표가 각각 하이트진로 협력업체인 연암과 송정을 경영하고 있다. 각각 지분 100%를 갖고 있다.연암은 주류 용기에 붙이는 상표 라벨을, 송정은 인쇄용 그라비아 용지와 라벨지를 각각 생산한다.박문덕 회장은 연암 및 송정과 꾸준히 거래를 유지하며 조카들을 지원해 왔다. 이는 형인 박문효 회장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형의 가족에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는 결국 자신의 경영권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다만 박문덕 회장은 연암과 송정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고 두 회사를 지원해 왔고 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그룹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연암과 송정 등 친족회사 5곳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이유로 2021년 박문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문덕 회장은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하이트진로그룹 로고.◆ 박문덕은 두 아들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박문덕 회장은 형과 갈등을 빚었던 자신의 개인사에 비춰, 혹시 있을지 모를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은 사전에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형제 간 계열분리를 이른 시점에 추진하는 것이다.계열 분리는 이해관계 충돌을 줄이고 형제가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좋은 방법이다.서영이앤티가 뷰티사업을 포함해 신사업을 확대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서영이앤티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도 그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있다. 서영이앤티는 박태형·박재홍 형제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용이한 상태다.만약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면 그룹의 주 사업인 주류사업과 뷰티 등 그 외 사업을 형제가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다.이승열 기자
하이트진로 후계자 박태영의 서영이앤티 뷰티사업 확대, 박문덕 승계 완성 시나리오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씨저널] 하이트진로그룹은 2024년 10월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비앤비코리아는 자산 263억 원(2024년) 규모의 화장품 회사다. 2024년 매출액(이하 연결기준) 803억 원, 영업이익 166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국내 화장품 ODM 업계 15위권으로,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닥터펩티 등 100여 개 화장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하이트진로그룹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뷰티'를 낙점하고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와 진로소주에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 95.2%를 함께 인수하기도 했다.그런데 하이트진로그룹은 비앤비코리아를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또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아닌 서영이앤티를 통해 인수했다. 그 배경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서영이앤티 통해 비앤비코리아 인수한 이유먼저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의 비앤비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너 3세가 신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박태영 하이트진로홀딩스 및 하이트진로 사장의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서영이앤티가 박문덕 회장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이며, 특히 오너 3세인 박태영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오너 일가의 사업다각화 의지를 비앤비코리아에 직접적으로 투영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다.또한 서영이앤티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만약 하이트진로홀딩스 차원에서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면 지배구조의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었다.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매출을 키워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정부 당국의 사익편취 규제의 칼날을 피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내부거래를 통해 서영이앤티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3세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이 같은 이유로 서영이앤티는 앞으로도 박태영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서영이앤티는 기존 주력 사업인 식품·주류 외의 분야에서 지속해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2022년에는 놀이터컴퍼니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PB(Private Brand,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주문자위탁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맞춤형 제품 개발과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다만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비앤비코리아는 하이트진로 그룹 차원이 아니라 서영이앤티 자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했다"면서 "앞으로도 뷰티 분야 신사업은 서영이앤티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 강남구 소재 하이트진로그룹 본사 전경 <네이버 지도 갈무리>◆ 서영이앤티 통한 지배구조 개편 방법결국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를 활용한 승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사업다각화'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매출을 키우고 내부거래 비중을 낮출 수 있다.추후 승계 작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서영이앤티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는 3가지 방법이 가능하다.우선 박문덕 회장이 자신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29.49%)을 서영이앤티에 증여 또는 매각의 방법으로 넘길 수 있다. 이러면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를 넘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게 된다.박태영·박재홍 두 형제가 부친인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인수하거나 증여받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지분 인수 또는 증여세의 재원으로 서영이앤티의 배당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하이트진로홀딩스와 서영이앤티를 합병해 단일 지주회사를 출범하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확률이 높고 위험부담이 작은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합병비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서영이앤티의 회사가치를 더욱 키워야 한다.이승열 기자
하이트진로 유죄 판결에도 '옥상옥' 서영이앤티 건재, 박문덕 '아들 편법승계' 논란 계속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사익편취로 제재와 처벌을 받았음에도 아들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를 통한 승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하이트진로그룹은 오너 3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홀딩스 및 하이트진로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을 한 사실이 2018년 적발됐다.박태영 사장은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아들이다.이때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79억 원) 처분을 내리고, 법인(하이트진로)과 박태영 사장, 김인규 하이트진로홀딩스 및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박태영 사장은 이 일을 주도한 혐의로 2024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았다. 김인규 사장 역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하이트진로 법인은 벌금 1억5천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이 사건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려던 하이트진로그룹 오너 일가의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총수 일가의 가족회사인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우고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섰다.하지만 박문덕 회장 일가는 이 같은 제재와 처벌에도 서영이앤티 지원을 통한 승계 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영이앤티는 어떤 회사? 옥상옥 구조 완성된 과정서영이앤티는 생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회사로 2000년 설립됐다. 2025년 현재 박태영 사장(1978년생)이 58.44%, 박문덕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1982년생)이 21.62%, 박문덕 회장(1950년생)이 14.69%, 박문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1947년생)이 5.16%를 들고 있는 가족회사다.서영이앤티는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들고 있다. 박문덕 회장(29.49%)에 이은 2대주주다. 박태영·박재홍 형제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따라서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회사 위에 오너 일가 회사가 하나 더 있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너 3세인 박태영·박재홍 형제는 서영이앤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하이트진로홀딩스(옛 하이트홀딩스)는 2007년 옛 하이트맥주가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로 분할되면서 생긴 회사다.박태영·박재홍 형제는 서영이앤티 설립 시점부터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다가 2007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그러자 박문덕 회장은 2008년 자신 소유의 회사 두 곳(하이스코트, 근대화유통)을 서영이앤티에 증여했다. 두 회사는 당시 하이트맥주 지분 10.3%를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박태영·박재홍 형제는 하이트맥주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박태영 사장은 2009년 하이스코트를 하이스코트와 삼진인베스트로 분할했다. 그러면서 하이트맥주 지분을 삼진인베스트에 몰아주고 하이스코트는 다시 하이트맥주에 매각했다.하이트홀딩스는 2009년 하이트맥주 주식을 하이트홀딩스 주식으로 맞바꾸는 주식 스와프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 과정을 통해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지분 24.66%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랐다.이어 2010년 서영이앤티가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해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홀딩스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가 완성됐다.◆ 서영이앤티 부당지원 과정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7년 박태영 사장과 박재홍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하자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바꿔 이른바 '통행세'를 서영이앤티에 지급했다.2013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돼 서영이앤티로부터 직접 구매가 어려워지자 삼광글라스를 압박해 알루미늄 코일, 글라스락 캡을 서영이앤티로부터 구매하도록 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과장급 인력 2명을 서영이앤티에 파견해 내부거래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급여를 대신 지급했다.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회지원하기도 했다.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10년간 서영이앤티를 부당지원했다.이 기간 서영이앤티의 매출액은 크게 성장했다. 2007년 142억 원이던 매출액은 2008년 623억 원, 2009년 852억 원으로 올랐고, 2012년 1118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에 본격 나선 2012년까지 90% 이상을 유지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 삼광글라스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와 박태영 사장, 김인규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왼쪽)과 박태영 하이트진로홀딩스 사장. <하이트진로>◆ 공정위 제재와 유죄 판결에도 계속되고 있는 '사익편취'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는 여전히 사익편취 규제기준인 200억 원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186억 원에서 2022년 215억 원, 2023년 284억 원, 2024년 280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사익편취 규제의 또 다른 기준인 '매출의 12%'로 봤을 때는 위반 정도가 더 심하다. 서영이앤티의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에 22.63%, 2022년 22.07%를 기록했다가 2023년 33.98%, 2024년 35.47%로 크게 높아졌다. 이 기간 서영이앤티의 매출액은 2021년 823억 원, 2022년 972억 원, 2023년 835억 원, 2024년 789억 원이었다.사익편취 규제는 공시대상기업집단 회사 중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막론하고 동일인 단독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한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 또는 그 계열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동일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대상이 된다. 서영이앤티는 당연히 이에 해당된다.하이트진로그룹 쪽은 2022년 말 '몬델리즈' 사업 철수로 서영이앤티의 매출이 줄어들고 2023년 4월 신제품 켈리 출시로 맥주 기자재 판매가 늘어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서영이앤티는 2019년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과 유통 계약을 맺고 호올스,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 등의 브랜드를 수입·판매해 왔다.아울러 하이트진로그룹 쪽은 국내 생맥주 냉각기 제조업체가 서영이앤티를 비롯해 몇 곳밖에 없는데 경쟁사의 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사정으로 볼 때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가 지주회사 위에 존재하는 옥상옥 구조를 해체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서영이앤티의 매출을 키우고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서영이앤티를 통한 3세 승계 작업을 이어갈것으로 전망된다.이승열 기자
네이버 AI에서 다윗이 돼야 한다는 이해진 "AI 기술력 앞선 골리앗 이길 돌멩이 잘 잡아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025년 6월5일 미국 실리콘밸리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벤처링 네이버스 넥스트 챕터(Venturing NAVER's Next Chapter)'에서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씨저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네이버는 스타트업 발굴·투자를 위한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를 미국에 설립하기로 하고 6월5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 포시즌 호텔에서 법인 설립을 위한 행사 '벤처링 네이버스 넥스트 챕터(Venturing NAVER's Next Chapter)'를 열었다.행사에는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이사 사장, 김남선 전략투자부문 대표 등 네이버 주요 임원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지역 주요 창업가와 엔지니어, 투자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이해진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네이버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해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네이버벤처스의 설립은 글로벌 기술 흐름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기 위한 네이버의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AI 관련 기술 확보에 중심을 둔다.첫 투자 대상도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비디오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를 선정했다.네이버는 앞서 2015년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사내 조직인 네이버 디투스타트업팩토리 (NAVER D2 Startup Factory, D2SF)를 출범한 바 있다.네이버 D2SF는 2025년 5월까지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를 비롯해 국내 주요 기술기업 115곳을 발굴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해 왔다. 누적 기업가치 합이 5조2천억 원에 이른다.특히 네이버 D2SF는 AI, 로보틱스, 헬스케어, 커머스 등 네이버의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주력 투자해 왔다.미국에 설립되는 네이버벤처스도 이 같은 방식의 투자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승열 기자
원익그룹 키운 원동력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 이용한 용인술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2022년 제15회 반도체의 날에서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씨저널]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삼성 출신 인재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익그룹을 키우는 용인술울 보이고 있다.이 회장은 삼성그룹과 견고한 상생관계를 마련하고 반도체와 2차전지 장비라는 원익그룹의 핵심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들을 최고경영자로 발탁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인맥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넘어서는 셈이다.◆ 원익그룹 주력 계열사의 삼성 출신 최고경영자들2025년 기준으로 원익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다수가 삼성 출신 인재들이 최고경영자를 맡아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반도체 장비 및 소재, 2차전지 장비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이들 기업들은 삼성 출신 CEO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우선 반도체 증착장비 업체인 원익IPS의 대표이사인 안태혁 사장이 원익그룹의 대표적 삼성 임원 출신으로 꼽힌다.안 사장은 1962년생으로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금속공학 석사와 일본 나고야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제조센터장과 삼성SDI 소형·중대형 전지 사업부장 부사장을 지냈다.안 사장은 2024년 1월 원익IPS의 대표이사에 선임되어 조직의 연구개발과 생산역량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안 사장의 임명은 원익IPS가 삼성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재 기용 사례로 꼽힌다.다음으로 2차전지 장비 업체인 원익피앤이(PNE)의 최고경영자인 이기채 대표도 삼성SDI 출신이다.이 대표는 삼성SDI에서 배터리 기술팀장과 제조센터장, 소형전지 선행기술 개발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배터리 분야에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듣는다.이기채 대표는 원익그룹이 전자부품 제조장비 업체 엔에스를 인수할 당시 엔에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영입됐고 원익피앤이와 엔에스의 합병을 주도했다.원익피앤이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는 이른바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으로 인해 2차전지 분야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위기 극복과 체질 개선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원익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에도 삼성그룹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조남성 부회장과 장성대 부사장이 각각 투자와 사업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들 역시 삼성 출신이다.조 부회장은 1983년 삼성에 입사해 30여년간 반도체, 전자 소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삼성전자 일본본사 법인장, 메모리 사업부 마케팅팀장, 스토리지 사업부장을 거쳐, 제일모직 대표,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장성대 부사장은 삼성전자 인프라기술 총괄 부사장 출신이다.원익홀딩스는 자회사의 경영전략 및 자금 운영을 총괄하며, 삼성 출신 경영진들의 전략적 기획 능력이 그룹 전체의 성장 견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이밖에 이현덕 전 원익ISP 대표이사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삼성 출신이다.◆ 삼성맨 등용이 가져온 효과와 그룹 내 시너지이용한 회장이 삼성 출신을 전면에 등용한 전략은 원익그룹의 성장과 시장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우선 이른바 '삼성맨'들이 갖고 있는 조직 운영의 노하우와 기술 전문성은 원익그룹 각 계열사의 안정적 경영과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원익IPS가 2024년과 2025년 들어 삼성 반도체 고객사의 D램 투자가 확대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고,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원익그룹에서 일하는 삼성 출신 경영자들은 삼성 내부의 복잡한 기술 기획과 품질 관리 체계 경험을 갖고 있어, 원익그룹이 삼성이라는 최대 고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이런 구조는 원익QnC와 원익머트리얼즈 등 원익그룹 계열사의 소재와 부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출신 등용의 전략적 의미이용한 회장은 1981년 무역회사 원익통상으로 시작했지만, 1983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본격화와 발맞추어 방향을 전환했다.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인 쿼츠웨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당시, 이용한 회장은 한국큐엠이를 인수해 쿼츠웨어의 국산화를 추진하며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다.이 성공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마련하였고, 이후 인수합병을 통한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함께 삼성 출신의 영입에 집중했다.이 회장이 삼성 출신 CEO를 중용하는 배경에는 삼성과 원익그룹 간의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삼성은 원익그룹의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로, 반도체와 2차전지 양대 핵심 사업 분야에서 원익의 제품과 기술력이 삼성의 공정 경쟁력에 직결된다.이용한 회장은 이런 상생 구조에서 삼성 내부의 복잡한 경영 환경과 기술 수준을 잘 이해하는 인재들이 경영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효과적인 고객 대응과 그룹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유리한 토대를 조성했다.이 회장은 단순한 인력 활용을 넘어서 인수합병(M&A) 이후 확보한 계열사의 경영을 삼성 출신에 맡기면서 기술력 강화와 경영 안정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같은 용인술은 원익그룹의 빠른 성장뿐 아니라, 그룹 내 신뢰 체계 구축과 리스크 분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원익그룹 무역회사에서 출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로, 이용한 삼성전자와 한몸이었다
2021년 1월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2번째)과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왼쪽 3번째)이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 반입식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씨저널]2021년 1월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제막식 줄을 맞잡았다.당시 이용한 회장과 이재용 회장 곁에는 원익그룹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 화학기상증착장비(CVD)가 놓여 있었다.삼성전자와 원익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원익의 성장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두 회사는 밀접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원익의 협력관계를 원청과 하청의 모범사례로 꼽기도 한다.이용한 회장은 삼성전자와 어떻게 인연을 맺고 성장해 왔을까.◆ 무역회사에서 반도체용 석영 제조사업 진출과 국산화 성공1981년 이용한 회장은 무역회사 원익통상을 설립하며 원익그룹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그는 27세의 젊은 창업자로서 의료기기, 산업용 원료, 조명기기 등을 취급하는 무역업을 시작했다.작은 무역회사였던 원익통상이 오늘날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는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하지만 반도체와 소재 분야에서의 과감한 전환과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원익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원익그룹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용한 회장은 무역업 중심의 원익통상에서 벗어나 반도체용 석영(쿼츠) 제조사인 한국큐엠이를 인수하며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석영용기는 반도체 웨이퍼를 보호하는 핵심 장비 부품으로, 당시 국내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의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나 소재 국산화가 늦어져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이에 원익그룹은 국산 석영용기 개발에 전념하며 원익큐엠이(현재 원익석영)를 1997년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 이르렀다. 이 성공은 삼성전자와의 첫 번째 인연이었다.이용한 회장은 국산화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회사 분할 전략을 통해 원익그룹의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1998년에는 원익통상이 한국큐엠이를 흡수합병하고 회사 이름을 원익으로 바꾸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정비에 나섰다. 그 뒤 IPS, 아토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 기업까지 품에 안으며 반도체 장비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다.특히 2010년 반도체장비업체 IPS와 아토를 합병해 원익IPS를 출범시키며 반도체장비 분야에서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한몸 같은 동행의 시작원익그룹의 또 다른 변곡점은 2000년대부터 심화된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다.이용한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협력사로 자리매김했다.특히 2010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특별상을 수상할 정도로 반도체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기여한 공로가 컸다.삼성전자가 원익IPS의 연구개발과 경영 부문에 깊이 관여하며 이른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로 불릴 정도로 상호 의존적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삼성전자와의 협업은 단순 납품 수준을 뛰어넘어 신기술 개발과 현장 맞춤형 서비스까지 이뤄졌다. 원익IPS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양산 성공과 플라즈마 화학기상 증착(PECVD) 장비 개발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와의 공동 연구개발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원익IPS는 국내 굴지의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로 자리 잡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미주센터'를 개소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끊임없는 M&A와 사업 다각화원익그룹의 성장 비결은 사업 다각화와 인수합병 전략에 있다.이용한 회장은 신원종합개발, 원익큐브,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피앤이 등 다양한 계열사를 인수 또는 설립했다.특히 2차전지 후공정 업체 피앤이솔루션 인수를 통한 2차전지 사업 진출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대표적 사례다.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성장해 온 원익그룹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 이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원익그룹이 무역 소규모 업체에서 국내외 반도체·소재·장비 분야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이용한 회장의 승부사 기질과 삼성과의 특별한 협력이 큰 몫을 했다.이용한 회장이 일궈낸 '무역에서 반도체 장비까지'의 여정이 앞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원익그룹의 옥상옥 지배구조와 지분 편법승계, 이용한 자녀의 경영권 분쟁 막을 복안 있나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의 정점에 있는 가족회사 호라이즌에서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중견 반도체·2차전지 전문 기업 원익그룹의 창업주 이용한 회장이 구축한 지배구조는 편법승계 의혹과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특히 '호라이즌'이라는 가족회사(유한회사)를 활용한 지분 승계 방식은 승계 과정의 투명성 결여와 자녀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또한 원익그룹 내에 깊이 뿌리내린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체제의 취지와 크게 상충하며 지배구조의 단순화 및 투명화 숙제를 안고 있다.◆ 호라이즌을 활용한 편법승계의 실체와 그 문제점이용한 회장은 지분 승계의 중심축으로 자녀들이 전적으로 소유하던 가족회사인 '호라이즌(옛 호라이즌캐피탈)'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호라이즌은 장남 이규엽씨가 지분 37%, 차남 이규민씨가 37%, 막내딸 이민경씨가 26%를 들고 있는 가족회사다.원익그룹은 원래 2024년 7월까지만 해도 이용한 회장→원익→원익홀딩스→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었다.이용한 회장은 2024년 8월 보유하고 있던 원익 주식 38.18%(약 694만 5천주)를 호라이즌에 약 263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호라이즌은 자기자본 50억 원과 회장으로부터 차입한 213억 원이라는 사실상의 외상자금으로 이 지분을 인수했다.그 결과 호라이즌은 기존 원익 보유지분 8.15%에 이용한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38.18%를 더해 지분 46.33%를 보유하면서 원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원익그룹의 지배구조는 호라이즌→원익→원익홀딩스→계열사 순으로 변모했다.이 거래는 이 회장의 지분 매각대금 대부분이 이 회장으로부터 나온 차입금에 의존한 데다 차입금에 대한 담보 설정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 지배구조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고 외견상 합법의 틀 안에 숨은 편법승계라는 비판을 받았다.아버지가 자녀들이 지배하는 가족회사 호라이즌에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그룹 정점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손쉽게 물려준 셈이다.이런 구조는 전통적 승계 방식과 달리, 자녀들이 막대한 증여세 부담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룹 핵심 지분을 물려받게 돼 탈법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균등 지분 승계가 남긴 자녀 간 경영권 분쟁의 그림자이용한 회장은 호라이즌 지분을 장남 이규엽씨, 차남 이규민씨, 막내 이민경씨에게 각각 일정한 비율로 분산해 나눠줬다.호라이즌의 지분 분포는 장남과 차남이 각각 약 37%, 막내딸이 26%를 보유하는 구조로, 세 자녀가 합하여 호라이즌 주식의 99.999%를 소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얼핏 공평한 지분 분배 같지만, 오히려 경영권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동일한 수준의 지분율은 세 자녀 간 지배력 경쟁과 이견 발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경영권이 한 명에게 집중되지 않아 그룹의 일관된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현재 장남 이규엽씨는 원익홀딩스 부장으로, 차남은 이규민씨는 원익로보틱스 이사로, 막내딸 이민경씨는 케어랩스 최고전략책임자(CSO) 및 여러 계열사의 이사를 맡으며 각자 영역에서 활발히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승계구도에서 도드라지는 사람은 아직 없다.이처럼 분산된 지분과 현장에서 경영활동은 승계구도가 잡히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전통적 장자승계 원칙이라면 장남 이규엽씨를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경영권 이전 계획과 지분구조 정리가 진행 중이지 않아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더욱이 이용한 회장은 후속 지분 증여 재원과 계열사 주식 분배문제도 남겨두고 있어 승계 리스크는 한층 심화될 수 있다.◆ 옥상옥 구조, 내부통제 부재와 투명경영 숙제원익그룹의 지배구조는 2024년 7월에도 '옥상옥'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호라이즌과 이용한 회장의 지분거래로 옥상옥 구조가 중첩돼 더욱 심화하게 됐다.이는 한 기업집단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단순하고 투명한 지주사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는다.'옥상옥' 체계는 소수 투자금으로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주주와 시장, 규제당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회사 내부 통제와 의사결정 투명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국내외 대기업들이 이미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자료 축소, 합병, 지주사 정비 등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지속해서 해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원익그룹은 여전히 이 구조를 유지하며 내부 개혁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당한 경영권 승계 및 원익그룹의 장기적 건전성 확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원익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원익그룹은 법과 규제에 맞춰 경영에 임하고 있다'며 '(옥상옥 구조 해소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 방향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HS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공략 중심축 유럽으로, 성낙양 미국 수소산업 둔화에 대응
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에 대응해 탄소섬유 시장을 다각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미국 행정부 집권당이자 의회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거한 청정에너지 관련 지원을 폐지하는 작업에 나서면서 수소산업의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수소를 대량으로 운반하는 고압용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첨단소재인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HS효성첨단소재의 사업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는 이런 흐름에 맞춰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시장 및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위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하원 세입세출위원회가 공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미국 여당은 전기 수소 등 청정에너지 관련 조항을 축소 폐지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특히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45V)를 조기 종료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개편안에는 청정 수소생산 세액공제는 당초 종료시점이 2033년 1월이었는데 7년 앞당겨 2026년 1월에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조 바이든 미국 전 행정부는 수소 인프라 확대를 위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면 1kg당 최대 3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2031년까지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 생산단가는 kg당 1달러·소매가격은 3달러 이하로 낮추는 정책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하지만 미국 공화당에서 이번에 IRA 폐지를 추진하면서 수소 관련 공급망에 얽혀 있는 기업들의 미국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나아가 글로벌 수소 가치사슬에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HS효성첨단소재는 수소 고압용기(수소탱크)에 제작에 필요한 탄소섬유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8위(202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사업기회가 축소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HS효성첨단소재는 당초 미국에서 수소 고압용기 시장이 IRA에 따라 성장하는 것에 주목한 바 있는데 사업계획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불어오는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HS효성첨단소재의 사업영역 중심축을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옮기면서 적극적으로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에너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수소 생산 목표를 키우고 있어 수소용기를 비롯한 가치사슬의 확대가 예상돼 시장 전망이 밝다.허예지 에너지연구원 수소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수소생산목표를 기존 560만 톤에서 1천만 톤으로 상향조정하고 1천만 톤을 추가로 수입하는 계획을 세워 뒀다'며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지침에 따라 재생수소를 강조하는 정책적 방향성이 힘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성 대표는 나아가 탄소섬유의 활용처를 다각화해 미국발 수소산업 축소 움직임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탄소섬유는 고압 수소용기뿐만 아니라 전선심재, 건축보강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인 만큼 잠재 고객사를 다변화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HS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의 활용분야가 항공·우주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강도가 철보다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 탄소섬유 사업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는 올해 초 탄소섬유의 주성분인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에 식물성 원료 바이오 아크릴로니트릴(ACN)을 합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점을 알리면서 글로벌 공략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성 대표는 'HS효성첨단소재는 100% 바이오 기반 탄소섬유 상용화를 넘어 당사가 사용하는 석유화학 소재 전반을 친환경 바이오 제품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다'며 '친환경 첨단소재 사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한국GM 철수설에 2대주주 산업은행 역할 보이지 않는다, 강석훈 이은 다음 회장은 다를까
2018년 5월31일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모습. <연합뉴스>[씨저널] 한국GM은 2018년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이때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전 사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당시에도 철수설이 제기됐지만 GM 본사와 KDB산업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위기는 일단락됐다.이를 통해 당시 2대주주였던 KDB산업은행은 2018년 4월 한국GM에 7억5천만 달러(약 8100억 원)를 증자했다. 이와 동시에 GM은 기존 대출금 27억 달러를 출자전환하고 신규로 36억 달러를 설비 투자와 운영자금 용도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그러면서 산업은행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한국GM의 생산시설 10년 유지 약속, 정부 및 산업은행의 동의 없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없도록 하는 비토권, 이사 선임권, 질의권 등을 확보했다.한국GM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은행은 기타비상무이사 3명을 파견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GM 본사에서 온 임원들이다.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가진 2대주주다.◆ 산업은행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2018년 구조조정 이후 산업은행은 주주감사권, 비토권, 이사 선임권, 질의권 등을 통해 한국GM 이사회에서 주주권리를 행사하고 한국GM의 의사결정을 견제해 왔다.예컨대 산업은행은 2018년 한국GM이 연구개발(R&D) 법인 설립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를 견제하면서 철수설을 잠재운 바 있다.당시 한국GM은 2018년 7월 생산공장과 별도로 R&D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철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노조는 사측이 신설법인만 남기고 공장을 폐쇄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면서 강력 반발했다.이때 산업은행은 회사 분할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국GM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신설 R&D 법인(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을 GM의 차세대 준중형 SUV 중점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하지만 그 이후 산업은행이 이사회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스로 주주 역할에 한정하며 더 적극적인 견제와 감시에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2022년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보유 중인 한국GM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됐다.2018년 GM이 생산시설을 10년간 유지하는 내용의 '10년 약정'을 맺으면서 산업은행도 지분을 10년간 보유하기로 약속했지만, 오히려 먼저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에서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당시 지분 매각은 한국GM의 부진한 실적과 경영권을 확보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17.02%)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025년 4월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했던 산은 회장 강석훈, 다음 회장은 목소리 내나2025년 들어 '트럼프 관세' 여파로 한국GM의 철수 우려가 커지자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주주 역할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적행위자로서투자·고용·생산 유지 등 구체적 약속을GM에게당당하게 요구해 이에 대한 답변을 끌어내고 이를 감시·이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22년 6월 취임했고 2025년 6월6일 임기를 마무리한다. 강 회장은 최근 한국GM의 철수설과 관련해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은 적이 없다. 임기 동안에도 적극적인 견제보다는 현상 유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석훈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GM에 대한 입장 표명과 견제 강화도 신임 회장의 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이승열 기자
한국GM의 운명에 현대차가 영향 줄까, GM 회장 메리 바라와 정의선 협력이 궁금하다
메리 바라 GM 회장이 2021년 1월12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한국GM >[씨저널] 한국GM이 철수할지 의사결정은 결국 GM 본사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미국 본사의 리더십에 시선에 몰린다.GM은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회장(CEO 겸 이사회 의장)이 이끌고 있다.메리 바라 회장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한국GM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다만 2024년 9월 바라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맺은 포괄적 협력 협약이 한국GM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이 협약에 따라 한국GM의 역할이 확대되고 철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리 바라의 경영철학과 한국GM에 대한 시선메리 바라 회장(1961년생)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GM의 첫 여성 CEO다. 미시건주 출신으로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현 케터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1980년 GM의 인턴(근로장학생)으로 시작해 엔지니어로 일했고, 당시 잭 스미스 회장(CEO)의 비서, 글로벌 인재관리 부문 임원, 글로벌 제조부문 임원, 글로벌 구매&물류담당 임원 등을 거쳤다. 2014년 1월 CEO로 선임됐다.현장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실무와 전략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취임 후 러시아, 인도, 남아공, 태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시장에서 철수하고,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장도 대거 정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GM은 2013년 말 25개국에 공장을 두고 59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였지만 2024년 말 현재 공장을 둔 나라는 7개, 시장에 진출한 나라는 33개로 줄었다.바라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GM이 모든 곳에서 모두를 위해 모든 차를 제공하던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전략은 이기는 데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2018년 한국GM의 위기 때는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경영 합리화 또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반면 2022년에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자 "트랙스는 한국과 미국에 있는 우리 GM 팀들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물이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면서 한국GM의 생산과 기술력이 GM의 글로벌 전략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요컨대 바라 회장은 한국GM을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여기면서도 수익성과 사업성 등 경영 실적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GM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전략에 따라 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메리 바라 GM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4년 9월12일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 한국GM >◆ 정의선과 협력, 한국GM 미래 바꾸나GM의 한국 관련 전략이 수정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돼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메리 바라 회장이 2024년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체결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그것이다.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승용·상용차,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등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 배터리 원자재와 소재 등 원재료를 공동 발주하는 통합 소싱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이번 협약은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려는 현대차그룹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보하려는 GM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졌다.특히 서로 차량의 로고를 바꿔 달고 판매하는 리배징(rebadging) 방안이 협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과 GM이 서로 대신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관세장벽을 우회하는 방식이다.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소형 승용차·SUV가 주력인 현대차그룹과, 상용차와 대형 승용차, 픽업트럭이 주력인 GM이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쪽은 2025년 3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리배징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이번 GM-현대차의 동맹이 한국GM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GM의 글로벌 생산·개발 네트워크에서 한국GM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예컨대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현대차나 기아의 로고를 달아 GM의 생산시설이 없는 국가에 판매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양사의 협력은 한국GM의 국내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고용과 생산을 유지하는 명분이 커질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협력한다는 사실이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다만 한국GM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GM 본사에서 진행되는 건들에 대해 한국에서는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어 한국GM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이승열 기자
양치기 소년 된 한국GM, 헥터 비자레알 "철수설은 루머" 부인해도 의심받은 이유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로 큰 타격을 입게 된 한국GM의 철수설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사진)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한국GM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계속 나온다.한국GM 경영진은 철수설에 대해 '루머'라며 적극 부정하고 있다. 한국GM CEO인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최근 현장경영을 표방하며 각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직원 달래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그러면서도 한국GM은 5월28일 9개의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일부 토지 및 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GM은 다른 나라에서도 철수설을 부정하다가 고용을 볼모로 정부 지원만 챙긴 후 결국 철수를 단행한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철수 또는 법정관리를 무기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GM에 대한 불신이 크다.한국GM은 한국 내 사업 강화보다는 본사의 이익에 충실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예컨대 해마다 매출액의 5%가량을 로열티, 연구개발비 등으로 미국 본사에 지출한다. 2024년에도 로열티 5636억 원을 지불했다.이 때문에 한국GM의 경영진이 철수설을 잠재우고 진정성을 보이려면 국내 공장에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강화해 공장 폐쇄에 대한 직원과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멕시코 출신의 헥터 비자레알 사장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비자레알 사장은GM에서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갖춘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GM 기획·프로그램 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일한 바 있으며, 2023년 8월 한국GM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한국GM 미국 철수설 다시 불거진 배경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4월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5월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완성차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국내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역설적으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GM이다. 한국GM은 25%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당장 수조 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한국GM은 2024년 2조2천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당장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그 이유는 한국GM의 미국 본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24년 생산량 중 95%를 수출했는데 수출량 가운데 88.5%(생산량 중 84%)를 미국에 팔았다. 한국GM의 실적은 독자적인 판매가 아니라 GM 본사의 생산물량 배정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반면 한국GM의 내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생산량 중 내수 판매 비중은 5% 미만이며, 2024년 내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1.8%(2024)에 불과하다.한국GM의 국내 생산모델이 사실상 단 2종뿐이라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소형 SUV인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뷰익 엔비스타, 뷰익 앙코르 등 4종을 생산한다. 이 중 뷰익 엔비스타와 뷰익 앙코르는 각각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와 플랫폼을 공유한다.이 차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미국에서 인기가 있지만, 트럼프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이런 요소들은 한국GM의 독자생존 가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된다.◆ 철수 가능성 부인하지만 신뢰 잃은 GM헥터 비자레알 사장을 비롯한 한국GM 임원들은 한국 사업장 철수 가능성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비자레알 사장은 5월15일 창원공장을 찾아 직원들을 위로하고 올해 2만1천 대를 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또한 비자레알 사장은 앞서 4월16일 열린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출시행사에서 "지속적인 신차 도입 및 네트워크 투자를 이어가겠다"면서 "세간에 돌고 있는 철수설은 단순한 추측성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이날 구스타보 콜로시 부사장도 기자들에게 지속적인 제품 출시와 출시계획 공유를 약속했다.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국민, 직원들의 GM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GM이 해외에서 행해 온 배신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GM은 벨기에, 독일, 호주, 스웨덴 등에서도 철수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정부 지원만 챙기고 갑자기 공장 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생산라인을 철수했다.한국에서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대규모 적자가 나자 철수를 무기로 정부를 압박하면서 지원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 냈는데, 그럼에도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2022년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GM이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 부평·창원공장 직원 1만1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1차 협력사 276곳을 포함해 협력사 3천여 곳이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GM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직간접적으로 15만 개로 추정된다.한국GM은 2018년 경영위기 당시 한국의 생산 공장을 2028년까지 유지하는 내용의 '10년 약정'을 KDB산업은행과 맺었다. 이제 이 기한은 3년밖에 남지 않았다.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왼쪽 네 번째)이 2025년 2월28일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한국GM >◆ 노조 "신규 후속 모델 배정해야"한국GM이 한국 정부와 국민, 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특히 한국GM 노조는 생산량 확보를 넘어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할 차종에 대한 후속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아울러 노조는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 계획도 요구하고 있다.노조는 2025년 단체협상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개발 재개 △신규 차종 생산 △내연기관 엔진의 국내 직접 생산 △뷰익 브랜드 국내 출시 등을 사측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문제는 한국GM이 이 같은 의사결정을 미국 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업장 철수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다.다만 GM은 본사 차원에서 트럼프 정부에 자국 브랜드 차량에 대한 예외와 보호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된 GM·포드·스텔란티스 차량에 대한 관세가 2025년 3월5일부터 한 달간 면제된 바 있다.한국GM도 비슷한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이승열 기자
최우형 케이뱅크 최대 실적 냈지만, 재무적투자자 앞에만 서면 항상 작아지는 까닭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2024년 10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씨저널]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4년, 케이뱅크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 행장 앞에 놓여있는 기업공개(IPO)라는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도 단순한 상장이 아니라 매우 촘촘하고 강도 높은 조건이 수반돼있는 '의무적 IPO'다.케이뱅크는 2026년 7월까지 반드시 기업공개를 완료해야 하며, 동시에 연 8% 수준의 수익률을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케이뱅크에게 이러한 부담이 지워진 것은 5년 전 재무적투자자 유치 당시 계약에 포함된 조항 때문이다.만약 상장에 실패하거나 약속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재무적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Drag-along)' 조항을 발동해 지분 강제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케이뱅크는 7천억 원이 넘는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케이뱅크는 왜 5년 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절박했던 자본 확충,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케이뱅크는 2016년 1월7일 자본금 160억의 케이뱅크 준비법인으로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3월21일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등 21개사를 주주로 2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17년 4월3일 영업을 개시했다.은행업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구조는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로 내어줘서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예금을 많이 받아야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위한 자본을 마련할 수 있고, 대규모의 예금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 초기에는 기존에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규모가 그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한다.하지만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자본금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 기존 전략적 투자자들만으로는 증자 여력이 한계에 달했고,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케이뱅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였다.특히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키면서 케이뱅크가 가져가야 할 예금의 파이를 상당부분 차지해버렸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3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45일이지만, 카카오뱅크가 30만 개의 계좌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5시간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재무적투자자 유치였다. 공격적인 자금 조달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은산분리라는 규제의 벽, KT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케이뱅크는 KT그룹의 계열사다. 하지만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KT는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BC카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고 있다. KT가 직접 케이뱅크에게 자금을 수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은산분리는 KT라는 거대 기업의 자금이 케이뱅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고, 재무적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케이뱅크는 BCC킹핀(베인캐피탈) 8.19%, 칸SS(MBK파트너스) 8.19%, 카니예 유한회사(MG새마을금고) 5.78%,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유한회사 5.12% 등이다. 컴투스 등 소규모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까지 합치면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30%에 이른다.제도적 제약이 케이뱅크의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지금의 리스크 구조를 형성하게 된 셈이다.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오른쪽)이 2024년 3월8일 케이뱅크 회의실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실적 부진 극복 위한 신뢰 확보 전략, '구조적 족쇄'가 돼 돌아오다케이뱅크는 출범 후 한동안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흑자 규모는 225억 원에 불과했다.수익을 내려면 대출을 확대해야 하고, 대출을 늘리려면 예금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실적이 좋지 못하니 고객이 케이뱅크를 신뢰하지 못해 예금은 들어오지 않고, 결국 자본 부족으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해 다시 실적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이 시점에서 케이뱅크가 단행한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자금을 확보해 실적 악화의 고리를 끊어냄과 동시에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장치이기도 했다.하지만 문제는 그 대가였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정된 수익률 보장, IPO 기한, 드래그얼롱 조항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뱅크의 전략을 제약하는 '구조적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최우형 행장은 2024년 실적을 통해 케이뱅크의 고질적 문제였던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줬다.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과거의 생존을 위한 선택은 현재 케이뱅크의 미래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이 여러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숙제'가 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어느정도 풀어낸 최우형 행장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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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삼성가 4세 조연주 한솔케미칼 키웠다, 아버지 조동혁 '한솔그룹 승계 탈락' 되풀이 없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아버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못다 이룬 성공적 경영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래픽 씨저널>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아버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꿈을 끝까지 실현할 수 있을까. 조동혁 회장은 과거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주도했던 금융사업 실패로 한솔그룹 승계 중심에서 밀려나 한솔케미칼을 맡아왔다. 조연주 부회장은 그런 아버지의 좌절을 딛고 한솔케미칼을 맡아 한솔그룹에서 단순한 계열사를 넘어 '성장의 상징'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조연주 부회장의 경영에 참여한 이후 불과 6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배, 4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 조연주, 범삼성가 4세 경영인에서 한솔케미칼 혁신 주역으로 조연주 부회장이 뛰어난 전략가로 평가받은 배경에는 적극적 인수합병과 신사업 개발 주도력이 자리잡고 있다. 조 부회장은 2016년 한솔케미칼의 테이팩스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해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핵심 사업영역을 넓혔다. 테이팩스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접착소재를 생산하면서 한솔케미칼의 주력 계열사로 급성장했다. 또한 조 부회장은 폐수처리용 약품회사인 OCI-SNF의 지분 50%를 인수하고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을 뿐만 아니라 IT기기용 특수도료 제조회사인 한솔씨앤피를 매각하는 등 한솔케미칼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힘썼다. 조 부회장의 리더십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첨단소재 사업에 기반한 미래 가치창출을 강조하면서 2차전지 소재와 전자재료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부회장의 혁신 속에서 한솔케미칼의 연결 매출은 2014년 3361억 원에서 2024년 7763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2억 원에서 1288억 원으로 6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는 조 부회장이 미래산업인 2차전지 소재에 선제적 투자와 기술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솔케미칼은 2022년부터 삼성SDI와 협력을 통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나서는 등 전기차 시대 핵심소재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비록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으로 실적이 주춤하고 있지만 조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부회장은 1979년생으로 한솔그룹 창업주 고 이인희 고문의 손녀이자 범삼성가 4세 경영인이다. 미국 웰슬리 대학을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하는 등 탄탄한 학벌을 바탕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4년 한솔케미칼에 기획실장으로 합류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해 이듬해 사내이사에 오르며 '범삼성가 4세 최초 사내이사'로 이목을 끌었다. ◆ 고 이인희 고문 큰아들 조동혁 회장, 한솔그룹 승계에서 밀려난 배경 조연주 부회장이 이처럼 끈기있게 한솔케미칼을 키우는 것은 오너경영자로서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조동혁 회장의 경영자로서 숙원을 풀려는 이유도 있다는 재계의 시각도 있따.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딸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큰아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에게 한솔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고 한솔케미칼 경영에 집중하도록 했다. 과거 1990년 무렵 조동혁 회장이 주도했던 금융사업이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결국 실패로 귀결됐던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동혁 회장은 1990년대 초반 한솔그룹의 한솔종금(옛 대아금고)과 한솔창투(옛 동서창투) 등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금융분야에서 경영 영토를 넓혔다. 하지만 1997년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는 한솔그룹 금융계열사에 치명타를 안겼다. 한솔그룹 차원의 수차례 지원이 있었지만 조동혁 회장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고 1998년 정부가 강력한 금융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한솔종금은 시장에서 퇴출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결국 전통적 장자승계 원칙에서 벗어나 셋째 아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 중심에 서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동길 회장은 형과 달리 사업확장보다는 한솔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사업이었던 한솔제지의 내실을 단단하게 다지는데 주력했다. 조동길 회장은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한솔그룹의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재편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고 어머니 이인희 고문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됐다. 결국 2001년 이인희 고문이 한솔제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조동길 회장이 한솔그룹 총수에 올랐다. 조연주 부회장으로서는 이런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솔케미칼을 착실하게 키우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당면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GM과 현대자동차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연간 생산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일정을 미루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캐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솔케미칼과 계열사들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영역도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인해 지난해에는 한솔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의 2차전지 소재 매출이 주춤했지만 올해는 프리커서(전구체) 및 신규 2차전지 소재 제품의 공급 확대와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해 시장 불확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한솔케미칼 5% 이상 지분 보유 기관 많다, 조연주 안정적 경영권 확보할 비책 있나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약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호세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래픽 씨저널>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약한 지배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 부회장의 아버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7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은 점은 경영 안정성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한솔케미칼 지분이 5% 넘는 주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조 부회장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 한솔케미칼 오너 일가의 지분 현황과 조연주 부회장의 지배력 한계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현재 조동혁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된 오너 일가로서 전체 지분율은 약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에 안정을 위해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는 점에서 지배력이 매우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연주 부회장은 조동혁 회장의 장녀로서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활약한 뒤 2020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보유한 한솔케미칼 주식 지분율은 아직 5.57%대로 매우 미미하다. 이 때문에 한솔케미칼 내부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영권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솔케미칼에서는 2025년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13.62%)과, VIP자산운용(5.19%), 베어링자산운용(6.03%), 노르웨이중앙은행(6.05%)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 재계에서는 한솔케미칼이 이처럼 5%대 지분을 보유하는 외부 주주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는 구조를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KB자산운용이 주주 명단 상단에 오르며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 지위를 빼앗겼던 경험도 있어, 오너 일가로서는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연주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미약한 데다, 조동혁 회장이 현재 보유한 지분마저 7.5% 수준으로 조연주에게 완전 승계가 이루어진다 해도 지분이 30%를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 조동혁 회장의 고령화와 지분 승계의 과제 조동혁 회장은 1949년생으로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미 2015년 한솔케미칼 등기임원 직책을 내려놓고 조연주 부회장에게 경영 전반의 업무를 대폭 이양하는 등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조동혁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승계와 세금 납부 문제는 여전히 오너일가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지분 승계는 거액의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하게 되면 법령상 50%에 달하는 세금 납부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연주 부회장으로서는 배당이나 급여를 통해서 세금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크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아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납부해야 해 지배력이 더욱 약화될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한솔케미칼의 주요 반도체 고객이 자본지출(CAPEX)을 하향조정했고 2차전지 산업의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으로 관련 소재사업이 영향을 받으면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배당을 늘려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조 부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우호 지분과 백기사 모색, 실질적 지배력 확보 노력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고 외부 기관의 주주 활동이 활발한 상황은 조연주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엄중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한솔케미칼 주요 주주 가운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식 보유목적으로 공시한 주주는 국민연금(일반투자)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상황과 목적 등을 필수로 공시해야 한다. 보유 목적은 △경영참여 △일반투자 △단순투자 3가지로 나뉜다. 경영참여는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말하고,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안건에 국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 참여형태를 일컫는다. 일반투자는 이 두 개념의 중간적 성격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투자와 유사하지만 △이사 선임의 반대 △배당 제안 △정관변경 △위법행위 임원의 해임청구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민연금만이 일반투자를 보유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주요 주주나 새롭게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주주들이 보유목적을 변경할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는 셈이다. 조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우호세력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무산됐지만 전략적 시너지 가능한 2차전지 상장사와 지분 맞교환을 추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호세력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의 모습은 재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다. 태양광 소재 사업을 하는 OCI그룹의 이우현 회장도 숙부들에 비해 낮은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 한미약품그룹과 손을 잡았던 것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조연주 부회장으로서는 5%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투자목적을 변경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인 만큼 백기사 확보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있다. 조연주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수와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앞으로 한솔케미칼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조장우 기자
원익그룹의 옥상옥 지배구조와 지분 편법승계, 이용한 자녀의 경영권 분쟁 막을 복안 있나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의 정점에 있는 가족회사 호라이즌에서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중견 반도체·2차전지 전문 기업 원익그룹의 창업주 이용한 회장이 구축한 지배구조는 편법승계 의혹과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특히 '호라이즌'이라는 가족회사(유한회사)를 활용한 지분 승계 방식은 승계 과정의 투명성 결여와 자녀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원익그룹 내에 깊이 뿌리내린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체제의 취지와 크게 상충하며 지배구조의 단순화 및 투명화 숙제를 안고 있다. ◆ 호라이즌을 활용한 편법승계의 실체와 그 문제점 이용한 회장은 지분 승계의 중심축으로 자녀들이 전적으로 소유하던 가족회사인 '호라이즌(옛 호라이즌캐피탈)'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호라이즌은 장남 이규엽씨가 지분 37%, 차남 이규민씨가 37%, 막내딸 이민경씨가 26%를 들고 있는 가족회사다. 원익그룹은 원래 2024년 7월까지만 해도 이용한 회장→원익→원익홀딩스→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었다. 이용한 회장은 2024년 8월 보유하고 있던 원익 주식 38.18%(약 694만 5천주)를 호라이즌에 약 263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호라이즌은 자기자본 50억 원과 회장으로부터 차입한 213억 원이라는 사실상의 외상자금으로 이 지분을 인수했다. 그 결과 호라이즌은 기존 원익 보유지분 8.15%에 이용한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38.18%를 더해 지분 46.33%를 보유하면서 원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원익그룹의 지배구조는 호라이즌→원익→원익홀딩스→계열사 순으로 변모했다. 이 거래는 이 회장의 지분 매각대금 대부분이 이 회장으로부터 나온 차입금에 의존한 데다 차입금에 대한 담보 설정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 지배구조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고 외견상 합법의 틀 안에 숨은 편법승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버지가 자녀들이 지배하는 가족회사 호라이즌에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그룹 정점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손쉽게 물려준 셈이다. 이런 구조는 전통적 승계 방식과 달리, 자녀들이 막대한 증여세 부담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룹 핵심 지분을 물려받게 돼 탈법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 균등 지분 승계가 남긴 자녀 간 경영권 분쟁의 그림자 이용한 회장은 호라이즌 지분을 장남 이규엽씨, 차남 이규민씨, 막내 이민경씨에게 각각 일정한 비율로 분산해 나눠줬다. 호라이즌의 지분 분포는 장남과 차남이 각각 약 37%, 막내딸이 26%를 보유하는 구조로, 세 자녀가 합하여 호라이즌 주식의 99.999%를 소유하고 있다 . 재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얼핏 공평한 지분 분배 같지만, 오히려 경영권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동일한 수준의 지분율은 세 자녀 간 지배력 경쟁과 이견 발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경영권이 한 명에게 집중되지 않아 그룹의 일관된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현재 장남 이규엽씨는 원익홀딩스 부장으로, 차남은 이규민씨는 원익로보틱스 이사로, 막내딸 이민경씨는 케어랩스 최고전략책임자(CSO) 및 여러 계열사의 이사를 맡으며 각자 영역에서 활발히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승계구도에서 도드라지는 사람은 아직 없다. 이처럼 분산된 지분과 현장에서 경영활동은 승계구도가 잡히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 장자승계 원칙이라면 장남 이규엽씨를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경영권 이전 계획과 지분구조 정리가 진행 중이지 않아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용한 회장은 후속 지분 증여 재원과 계열사 주식 분배문제도 남겨두고 있어 승계 리스크는 한층 심화될 수 있다. ◆ 옥상옥 구조, 내부통제 부재와 투명경영 숙제 원익그룹의 지배구조는 2024년 7월에도 '옥상옥'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호라이즌과 이용한 회장의 지분거래로 옥상옥 구조가 중첩돼 더욱 심화하게 됐다. 이는 한 기업집단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단순하고 투명한 지주사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옥상옥' 체계는 소수 투자금으로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주주와 시장, 규제당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회사 내부 통제와 의사결정 투명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이미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자료 축소, 합병, 지주사 정비 등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지속해서 해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원익그룹은 여전히 이 구조를 유지하며 내부 개혁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당한 경영권 승계 및 원익그룹의 장기적 건전성 확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원익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원익그룹은 법과 규제에 맞춰 경영에 임하고 있다'며 '(옥상옥 구조 해소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 방향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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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현 한국 스타벅스 독보적 행보, SCK컴퍼니 지속성장 기반 마련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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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타이어만 미국 현지 공장 없다, 강호찬 '관세 부담'으로 줄어든 영업이익 해결책 있나
넥센타이어 강호찬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넥센타이어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미국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유출한 협력사 부사장 실형 대법원 확정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했으며,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장비 도면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협력사 부사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1
하이브 SM엔터 지분 텐센트에 주고 중국 우군 얻다, 방시혁 중국 가는 길 닦아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중국 IT 공룡 텐센트에 매각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분 매각과 관련된 주체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엔터 업계에
crown
CEO UP & DOWN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회장
조현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해 ESG평가원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ESG 평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SG경제에 따르면 한국ESG연구원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ESG컨트로버시 리포트를 내고 총수의 법정구속은 경영안정성에 영향을 준다며 ESG 평가의 거버넌스 부문에서 감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범 회장은 5월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네이버 대표이사
최수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네이버는 2024년 11월부터 넷플릭스와 협력하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만남으로 네이버와 넷플릭스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 등이 참석하면서 네이버 웹툰과 넷플릭스의 컨텐츠 협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헥터 비자레알
한국GM이 자산매각에 나선 것과 관련해 한국GM 철수설이 거세지면서, 산업은행이 한국GM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GM에 자산매각과 관련해 세부 계획 자료를 요청했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의 일부 시설과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방침만 밝히고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GM은 재산 매각이 철수가 아니라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매각은 한국GM의 미래를 위한 것이고 이로 인해 어떤 직원도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2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1호 공약으로 반도체 기업 대상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공약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명 정부 출범 기대감에 5월28일부터 6월5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을 찾았지만 최 회장은 부재중이었으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이 의원을 맞았다. 유 사장은 이 의원에게 위약금 면제 문제는 최 회장이 아니라 유 사장과 이사회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위약금을 면제하겠다고 청문회에서 약속을 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SK텔레콤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