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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 ESS용 핵심소재 '커패시터 필름' 수요 급증, 이석준 증설 안목 빛본다
이석준 삼영 대표이사 회장이 에너지저장장치용 핵심부품 커패시터 필름을 통해 사업을 키울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삼영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핵심품 커패시터 필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기회를 잡고 기업가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석준 삼영 대표이사 회장은 수요급증에 대비해 증설을 해왔는데 그 안목이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에스티 북미 ESS 열관리 부품 현지화 속도, 구본상 LG와 협력 시작으로 고객사 늘려 도약 노린다
신성에스티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미국에서 불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증가에 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신성에스티가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수냉식 열관리 부품 공장을 구축하면서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본상 신성에스티 이사회 의장 겸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고객사를 확장해 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에스티는 현재 미국 켄터키에 ESS용 수냉식 열관리 부품을 양산하기 위해 공장라인 구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성에스티는 배터리 전류를 연결하는 버스바와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모듈 케이스를 비롯한 전기차와 ESS용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버스바는 배터리 셀에서 발생한 고압전류를 연결하는 전도체로 배터리의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배터리 시스템의 고성능화와 완전한 전력 분배를 위해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특히 신성에스티는 인입단자를 용접방식으로 버스바에 부착하는 기존 형식을 뛰어넘은 일체형 버스바를 개발해 전압 검출 오차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였다. 신성에스티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 SK온, LS EV코리아 등에 버스바를 납품하고 있다. 신성에스티에 따르면 구본상 부회장은 신성에스티의 이와 같은 기술력을 고도화해 ESS 분야 수냉식 열관리 부품과 ESS 컨테이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본상 부회장은 기존에는 한국과 중국, 폴란드 등에 생산거점을 마련해왔으나 주요 고객사들의 북미지역 생산확대 흐름에 맞춰 현지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성에스티가 이번에 건설하는 미국 켄터키 1공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위한 ESS 수냉식 열관리 부품을 전담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배터리 업체 가운데 드물게 북미 현지에서 ESS 인프라를 구축해 데이터센터 등 전력인프라 증설 붐에 올라탈 기회를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월 7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뒤 북미에서 ESS 생산능력을 확대할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양산 속도 가속화와 함께 수주잔량을 올해 2분기 50기가와트시(GWh)를 넘게 확보했고, 3분기 추가 계약을 통해 100기가와트시(GWh) 이상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성에스티가 본격 양산체제를 갖추면 앞으로 5년 간 매출 1조 원 규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본상 신성에스티 부회장은 미국 현지화가 기업성장의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재원마련에 신경을 써왔다. 신성에스티는 켄터키 1공장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 500억 원과 켄터키 법인이 은행권에서 차입한 470억 원 가량을 합해 모두 1천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상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지면서 추가 고객사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상 부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친척인 구자천 신성델타테크 회장의 아들이다. 구자천 회장은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과 당숙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구자경 명예회장과 진주고등학교 동문이다. 구자천 회장은 첫 사회생활을 럭키개발(LG건설을 거쳐 현재 GS건설)에서 시작해 LG그룹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자천 회장은 아버지가 1946년 창업한 신흥목재를 이어 받은 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일본의 다카키델타와 합작으로 1987년 창원에서 신성델타테크를 설립하고 전자부품사업에 진출했다. 신성델타테크는 세탁기 및 에어콘 부품을 생산했으며 초기 주력 납품처는 LG전자로 알려져 있다. 구자천 회장은 2021년 신성델타테크를 방문한 권봉석 당시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으로부터 우수협력사 상패와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신성에스티가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거래하고 있는 것을 보면 LG그룹과 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조장우 기자
엘앤에프 'AI 시대 ESS 수혜 기대주'로 주목, 최수안 탈중국 수요에 올라타 공급망 주도권 쥔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엘앤에프가 인공지능 붐 속에서 급등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던 배터리 소재기업 엘앤에프에 기회가 찾아왔다. 인공지능 붐 속에서 전력인프라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최수안 엘엔애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배터리 밸류체인의 변화를 일찍이 감지하고 사업구조를 다각화했는데 그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 AI 산업에서 부는 훈풍에 전력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 수요 급등 인공지능 산업에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급등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 1대는 일반 클라우드 서버와 비교해 전력소모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데이터센터는 ESS를 전력공급 안정화의 필수 인프라로 채택하고 있다. ESS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저장해 두어 수급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발전능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618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시장은 2024년과 비교해 8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주춤했던 국내 2차전지 업종에 ESS 기대감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 최수안의 ESS공급망 구도 변화 예측 맞아 떨어져 최수안 부회장은 배터리와 ESS를 비롯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변화가능성을 내다보고 이에 발맞춰 대응책을 짜왔다. 엘앤에프는 ESS 공급망에서 중국이 주도하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양산체제를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 부회장의 안목은 적중했다. 엘앤에프는 최근 두 곳의 고객과 ESS용 LFP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엘앤에프는 대구 국가산업단지 안에 5300억 원을 들여 신규 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6년 3분기부터 3만 톤, 2027년에는 6만 톤까지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과 중국정부의 배터리 수출 허가제 등이 겹치면서 ESS 시장에서 탈중국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엘엔에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양극재 및 음극재, 배터리 제조장비 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수출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에 따르면 2024년 미국 ESS용 배터리 시장의 87%를 중국기업들이 차지했는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미국의 대중관세(2026년 품목관세 58.4%)와 더불어 수출허가제 시행에 따른 비즈니스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ESS 시장 안에서 탈중국 수요는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비중국 ESS 공급망에서 중국이 주도하던 LFP(리튬인산철)의 경우 양산을 준비하는 업체는 엘앤에프가 유일해 최수안 부회장은 사업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인프라로서 ESS의 중요도가 급부상했다'며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엘앤에프는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0년 태어나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화학공학 전문성과 연구개발 리더십을 통해 엘앤에프를 반석 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장우 기자
헝가리에 양극재 공장 지은 에코프로, 이동채 "에코프로와 유럽이 함께 만들 미래의 시작"
이동채 에코프로 상임고문(왼쪽)이 2025년 11월28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양극재 공장 준공식에서 헝가리 정부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에코프로> [씨저널] 에코프로가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 최초로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에코프로는 2025년 11월28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양극재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 겸 상임고문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헝가리 정부의 전폭적이고 신속한 원스톱 지원 덕분에 2023년 착공 이후 3년 만에 한국 양극재 기업 최초의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완공했다"며 "헝가리 공장 준공은 유럽 전기차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에코프로와 유럽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44만㎡ 부지에 건설됐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리튬 가공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공업용 산소와 질소를 생산하는 에코프로에이피 등이 입주했다.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은 약 5만4천 톤으로, 전기차 6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에코프로는 내년부터 이 공장에서 NCA, NCM 등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를 순차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고객 수요에 맞춰 향후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등 중저가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증설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공장의 생산량은 10만8천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채 상임고문은 2024년 11월8일 기업설명회 '에코프렌들리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 71만 톤, 전구체 생산능력 25만5천 톤 체계를 구축해, 매출 32조 원, 영업이익률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동채 상임고문은 양극재 소재인 니켈 내재화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 1조5천억 원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투입 중이다. 지난 9월18일 1단계 프로젝트인 '모로왈리산업단지(IMIP)' 투자(7천억 원)를 마무리했고, 바로 연이어 2단계 프로젝트인 '인터내셔널 그린 산업 단지(IGIP)'에 8천억 원을 투자한다. 인도네시아 제련소에서 생산한 니켈 중간재(MHP)는 헝가리 공장에 공급돼 에코프로비엠이 유럽 시장에서 양극재 가격 경쟁력을 갖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동채 에코프로 상임고문은 1959년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7년 한국주택은행에 입사했다가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그룹 공채 24기로 입사했다. 1984년 산동회계법인 KPMG로 옮겼고, 1990년 이동채 회계사무소를 세워 독립했다. 1998년 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코리아제오륨(현 에코프로)을 설립했다. 2004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을 인수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진출했다. 2006년 양극재 사업도 인수했다. 이승열 기자
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 반도체 미세화에 글로벌 금융업계도 주목, 박상일 '슈퍼을' 꿈꾼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가 미세화되는 반도체 공정에서 원자현미경 기술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반도체 산업에서 초미세공정이 강화되면서 첨단 나노계측장비인 원자현미경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파크시스템스가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크시스템스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활용되는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60% 가량의 점유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는 갈수록 미세화되는 반도체 공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기술력 고도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파크시스템스가 생산하는 원자현미경은 미세한 크기의 탐침을 시료 표면에 원자단위까지 근접시킨 뒤 탐침과 표면 사이 상호작용으로 시료의 구조를 측정하는 장비를 말한다. 기존의 전자현미경과 비교해 정밀성이 높아서, EUV(극자외선)과 같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수요가 증가해오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서도 기회를 잡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이 설계하는 인공지능 및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는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을 연결하는 얇은 중간층(인터포저)을 삽입하는 기술인 2.5D 기술이 필수적이다.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은 이 2.5D 기술 적용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최첨단 패키징 공정에 쓰일 복수의 원자현미경 장비를 대만기업에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일 대표는 최근 한 매체(ZD넷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매우 정밀한 수준의 계측이 필요한 첨단 패키징에서 현재 AFM이 유일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파크시스템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 국내 기업들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파크시스템스는 최근에는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하이브리드 본딩용 첨단패키징 관련 장비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여러 개의 D램을 위로 쌓아올려 만드는 HBM 제조과정에서 칩과 칩을 연결할 때 돌기(범프) 없이 구리를 직접 이어 붙이는 기술을 말한다. 배선길이를 줄이기 때문에 입출력단자의 밀도를 높이면서 반도체의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금융업계도 파크시스템스의 기술력의 유망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올해 11월 파크시스템스 주식 35만3천 주(5.05%)를 사들였는데, 이는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게 바라보는 것으로 읽힌다. 박상일 대표는 적극적 인수합병전략으로 파크시스템스의 기술력 고도화에 힘을 들이고 있다. 올해 1월 스위스 디지털홀로그래픽 현미경 기업 린시테크, 2022년에는 독일 이미지분광타원게측 기업 아큐리온을 인수했다. 올해 8월에는 싱가포르 경제매체를 통해 독일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추가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원자현미경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ASML에 버금가는 이른바 '슈퍼을' 기업을 일궈낼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본다. 박상일 대표는 1958년 8월 태어나 서울 동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 대표는 198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박사과정 당시 켈빈 퀘이트 교수팀 아래에서 연구활동을 진행했는데 캘빈 퀘이트는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을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상일 대표는 1988년 파크 사이언티픽 인스투르먼트(PSI)를 창업해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을 상용화했다. 창업 당시 캘빈 퀘이트의 제자가 원자현미경 회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에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조장우 기자
'삼성맨'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메모리 후공정에서 비메모리까지 확장 탄력, 경영권 승계 잡음 아쉬워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이 인공지능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산업의 성장세에 맞춰 하나마이크론의 주력 사업영역을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까지 확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이 하나마이크론의 주력을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에서 비메모리까지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산업이 성장하면서 수요가 메모리 분야 뿐만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 하나마이크론, 인공지능 산업에 부는 훈풍은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도 기회 최 회장은 인공지능 산업에 부는 훈풍에 올라타기 위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베트남 박장성 반쭝 산업단지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제2공장을 준공한 뒤 AI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물량을 맡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27년까지 중장기 외주 계약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연매출 8억 달러와 고용 4천명 창출을 목표로 생산역량 다지기에 힘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확산에 따라 HBM 후공정 외주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나마이크론의 베트남 법인이 AI 반도체용 HBM 후공정으로 실적 반등구간에 진입했다'고 바라봤다. 최 회장은 글로벌 생산능력 확장에 더해 기존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분야 육성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D램 DDR5 전환기에 맞춰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라인 확충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등 고부가 고성능 제품의 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고 테스트 공정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세를 잃지 않기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힘을 주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824억 원 가운데 600억 원 가량을 비메모리 테스트 설비 투자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구조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창호 회장은 누구? 최 회장은 1950년 생으로 제일모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실장, 반도체지원실장 등으로 근무한 삼성맨이다. 최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중 2001년 분사한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를 기반삼아 하나마이크론을 세웠다. 초창기 하나마이크론은 단순 외주 성격의 하청업체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 회장은 연구개발을 위해 과감히 투자를 진행해 실리콘 관통전극(TSV) 기반 패키징, 팬아웃 웨이퍼레벨 패키징 등 고부가 기술을 확보하면서 메모리 후공정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 회장은 하나마이크론을 국내 대표 반도체 후공정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지만 이제 75세 고령으로 승계작업과 지배구조 안정화에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을 만나고 있다. 올해 진행했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다가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서 철회한 것은 최 회장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1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투자회사 겸 지주사 역할을 맡을 하나반도체홀딩스(존속법인)과 기존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담당할 하나마이크론(신설법인)으로 나눠 지배구조를 재편하려 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의 표면적 목적은 △경영효율화 △사업전문성 강화 △사업 간 조달 리스크 분산 등이 꼽혔다. 소액주주들을 달래려는 이른바 당근책도 내놓았다. 내년부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각각 잉여현금흐름(FCF) 기준 30%, 5%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고, 3년간 일반주주 우선배당 정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사업시너지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하나마이크론은 분할 뒤 존속법인인 지주회사에 대해 현물출자하는 방식의 제3자 유사증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지주사 전환을 마쳐야 하는 지배주주로서는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반 소액주주들은 핵심 사업회사를 두고 비주류가 될 지주사 지분을 취득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최창호 회장이 하나마이크론을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일련의 작업이 아들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과 관련 깊다고 바라봤다. 최 부사장은 하나마이크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하나머티리얼즈에서는 지분 11.63%를 지닌 2대 주주였기 때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하나머티리얼즈 지분을 32.5% 들고 있고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마이크론 지분을 10% 가량 들고 있다. 상호 지분을 들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모든 절차가 최창호 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반도체홀딩스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아들 최한수 부장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재계에서는 하나마이크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부분에서도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최창호 회장이 승계와 지배구조 모든 분야에서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특수가스업체 후성 반도체 호황은 기회, '범현대가' 김용민 아버지 김근수 기술경영 따른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기업 후성이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반도체 호황으로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기업 후성이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사업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민 후성 대표이사 총괄부회장은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반도체 수요 증가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 후성, 반도체 미세화 공정과 3D공정 발달로 수혜 가능성 높아 후성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특수가스 육불화부타디엔(C4F6)와 WF6(육불화텅스텐)을 제조하는 회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후성에 따르면 C4F6는 반도체 에칭가스로 반도체 공정에서 일정한 회로패턴을 만들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식각공정은 매개체로 가스를 쓰는 건식 식각과 액상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습식 식각으로 구분된다. 특히 건식식각은 C4F6를 비롯한 가스를 활용해 정교한 회로를 세길 수 있어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정으로 꼽힌다. 여기에 C4F6를 비롯한 불화탄소(CF)가스는 전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가스 가운데 90%를 차지할 정도로 사용빈도가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WF6는 반도체에 배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금속을 접착시키는데 활용되는 특수가스로 안정성이 우수한 소재로 꼽힌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 3D공정이 심화되면서 WF6의 수요는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200단 이상의 3D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과 3D공정이 심화될수록 C4F6와 WF6의 수요는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어 후성의 사업기회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용민, 아버지 김근수의 기술경영 잇는다 김용민 후성 대표이사 총괄부회장은 아버지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기술경영을 이어받아 반도체 호황에 올라탈 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수 회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 정희영씨와 김영주 전 한국프랜지공업(현재 한국무브넥스)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현대건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김근수 회장은 1980년 한국내화를 인수한 뒤 1983년 울산화학을 사들이면서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해 독자행보를 시작해 '범현대가'로 꼽힌다. 후성은 1983년 6월에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화공사업부가 별도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창립됐다. 창립 당시 회사이름은 울산화학이었고, 2008년 후성으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후성이라는 이름은 김근수 회장의 호에서 따온 것으로 김 회장이 후성에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와 같은 것으로 읽힌다. 김근수 회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특수가스 부분에서 기술력을 키워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후성그룹을 매출 1조 원 기업집단으로 일궈낸 인물로 2012년에는 아들 김용민 총괄부회장에게 후성의 대표자리를 물려주었다. 김용민 총괄부회장은 1976년 태어나 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 뒤 현대해상 뉴저지지점을 거쳐 2008년 후성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김용민 총괄부회장은 경영권을 이어받은 뒤 반도체 특수가스의 사업확대와 이차전지 소재로 다각화하는데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후성을 통해 일본기업과 반도체 특수가스 합작공장을 짓고 있어 반도체 호황에 대응할 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성은 일본 센트럴글래스와 합작으로 낸드플래시용 가스와 세정가스공장을 짓고 있다'며 '반도체 D램과 3D낸드 플래시의 핵심소재인 기존 C4F6와 WF6 가스 외에도 합작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
김희철 네이버 CFO를 주목하는 이유, '두나무 주식교환' 설계 후 글로벌 금융 확장 틀 짠다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CFO).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기존 포털·커머스 중심 구조를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반 수익모델로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 중심에는 올해 3월 선임된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다.이 과정에서 김 CFO의 재무 판단력과 구조 설계 능력은 앞으로의 대형 거래 추진과 글로벌 금융 부문 확장을 좌우할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그는 올해 상반기 국내 4곳과 해외 7곳 등 11개 계열사 이사회에 올라, 그룹 전반의 자금·리스크·투자 의사결정을 단일 축으로 묶는 구조를 사실상 완성했다.이번 네이버와 두나무의 주식교환 결정에서 교환비율의 적정성과 네이버파이낸셜 지배구조 변화, 두나무 편입 뒤 수익성, 신사업 성장성 등을 시장에 설득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올해 11월27일 두 회사가 최종 교환비율을 1대 2.54로 결정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산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전까지 시장가치는 두나무 14조~15조 원, 네이버파이낸셜 5조 원 수준으로, 교환비율은 1대3에서 1대5 정도로 추정됐다.김 CFO는 앞으로 합병 과정 전반에 대한 재무적 정합성 검증자이자 시장과 주주를 설득하는 최종 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 가치희석 우려 관리와 필요 시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마련, 합병 뒤 신사업 실적 안정성 확보 등 재무적 후속 조치를 총괄해야 한다.또한 두나무 편입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이 글로벌 디지털금융 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 관리와 투자여력 배분, 장외주식·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 간 수익구조 설계 등 전략 조율도 그의 책임 아래 놓이게 된다.그는 이번 거래를 위해 지난해부터 일련의 작업을 해왔다. 두나무가 보유하던 장외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7월 물적분할한 뒤, 9월 네이버파이낸셜이 해당 지분 70%를 인수했다.이를 통해 네이버는 가상자산뿐 아니라 블록체인·장외주식·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 인프라까지 확보하며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앞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과 자본시장 규제 준수, 신사업 실적 안정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상장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장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나온다.김희철 CFO는 네이버의 전신 NHN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네이버그룹의 재무관리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NHN(현 네이버) 재무기획실에 입사했다. 2012년 퇴사한 뒤 IT와 게임업계 재무 담당자를 거쳐 2017년 네이버재무관리팀에 재입사했다. 재무관리 리더와 시브이(CV)센터장을 거친 뒤 올해 CFO에 올랐다.안수진 기자
'소프트' 뺀 엔씨 게임회사 넘어 어디로 갈까, 박병무 'SK브로드밴드' 신화 다시 한 번
엔씨소프트가 창립 이래 처음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가 있다. <엔씨소프트>[씨저널]'엔씨소프트'가 회사이름에서 '소프트'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9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다.이 변화의 중심에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가 있다. 12년 만의 구조조정, 굵직한 M&A 추진 등 최근 일어난 엔씨소프트의 변화가 지난해 3월 박병무 대표의 취임을 기점으로 일어났다.2023년부터 경영 실적이 악화돼 위기에 몰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창사 이래 처음 공동대표 체제라는 카드를 꺼내며 박병무 대표를 데려왔다.당시 VIG파트너스 대표였던 박병무 대표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엔씨소프트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했다.박병무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실적 콘퍼런스콜이 있을 때마다 회사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11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작 출시 속도가 빠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최적화된 인원과 최적화된 스케줄로 진행해야 할 인센티브 체계 굉장히 강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2026년에만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신더시티' 등 10개의 신작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박병무 대표가 엔씨소프트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다.◆ TF로 시작해 자회사로 큰 'NC AI', 박병무 손에서 어떻게 클 수 있을까박 대표의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NC AI'를 자회사로 분사한 것이다.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분사 배경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게임 개발을 효율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신규 지식재산(IP)은 독립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하고 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NC AI가 분사할 때 구성원의 반발이 많았다. 하지만 분사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외적 성과가 발표되면서 우려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올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기업 5곳 가운데 NC AI가 선정된 것이다.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AI 연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 2011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TF 형태의 AI 전담 연구조직을 출범했고 2023년에는 국내 게임업계 첫 생성형 AI 브랜드 '바르코(VARCO)'를 발표하면서 자체 AI 모델도 공개했다.이때의 모델이 발전한 것이 현재 NC AI의 주력 모델인 '바르코 LLM(거대언어모델)'과 '바르코 비전 2.0'이다.◆ 김앤장 출신 M&A 전문가, 'NC AI' 어디까지 키울까 박병무 대표는 1989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며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부터는 로커스홀딩스(현 플래너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인으로 변신했다.박 대표가 성사시킨 굵직한 M&A 가운데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사례는 아직도 회자된다. 2003년 당시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였던 박 대표는 제일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 원 이상의 차익을 회사에 안겼다.뉴브리지는 하나로텔레콤 대주주이기도 했다.박 대표는 2006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로 부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하나TV' 서비스를 시작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2007년 SK그룹에 하나로텔레콤을 매각했다. 이 하나로텔레콤이 오늘날 시장 점유율 2위의 'SK브로드밴드'가 됐다.김주은 기자
방준혁 넷마블도 자체 IP 된다 확신의 해 만들어, 캐시카우 코웨이 있어 도전 가능했다
코웨이 인수는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신의 한 수'가 됐다. 사진은 14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에서 넷마블 부스를 둘러보는 방 의장의 모습. <넷마블>[씨저널] 올해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겸 코웨이 이사회 의장이 주목받은 것은 넷마블과 코웨이 실적이 모두 뛰었기 때문이다. 2019년 코웨이 인수 후 게임과 비게임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낸 올해는 방 의장에게 '확신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코웨이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썼고 넷마블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업계가 놀란 부분은 넷마블의 세부 성적표였다. 코웨이는 이미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넷마블 매출 1, 2위를 차지한 게임은 '세븐나이츠 리버스'와 '뱀피르'로, 모두 자체 지식재산(IP) 개발 콘텐츠다. 각각 매출의 12%, 9%를 차지했다. 근 10년간 보기 드물었던 자체 IP 비중이다.◆ '자체 IP 게임 연속 흥행', 올해 기점으로 외부 IP 의존도 줄일까특히 8월 출시된 '뱀피르'는 3분기 온기 반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매출 1위 '세븐나이츠 리버스'에 맞먹는 매출 비중을 차지해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하지만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된 호실적이기도 했다.'뱀피르'는 출시된 지 9일 만에 양대 앱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두에서 매출 1위 기록을 세웠다. 5월 출시된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온기 반영이 아님에도 직전 분기인 2분기 매출 비중 1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2분기 연속으로 자체 IP 개발 게임이 흥행하면서 지급수수료 비율 개선 등 체질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지급수수료율은 1분기 35.1%, 2분기 33.8%, 3분기 32.3%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었다.넷마블은 외부 IP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포트폴리오가 올해를 기점으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급수수료율 유지하려면 매년 자체 IP 개발 신작 3개 이상 유지해야지금이야말로 넷마블이 오랜 약점을 극복할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넷마블의 지급수수료 비중은 경쟁사보다 아직 높은 수준이며, 자체 IP 개발 게임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국신용평가는 "(넷마블의) 신작 출시 부담은 넥슨, 크래프톤 등 경쟁사 대비 높은 상황"이라며 "경쟁사 대비 외부 IP 활용도가 높아 지급수수료 부담이 크게 나타난다"고 짚었다.김지현 신영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자체 IP의 매출 비중이 3%를 넘어가는 자체 IP가 스핀엑스 3종을 포함하여 50% 이상을 차지하며 역대 분기 최대 비중을 달성했다"면서도 "현재의 지급수수료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개발작의 추가 공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넷마블이 2026년 공개를 앞두고 있는 자체 IP 개발 신작은 '몬길: STAR DIVE', '스톤에이지 키우기', '이블베인' 세 개다. 올해 발표한 자체 IP 신작('RF 온라인 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뱀피르') 개수와 같다.내년 신작이 올해와 비슷한 흥행 실적을 거두리라는 보장이 있어야 올해와 비슷한 지급수수료율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신작의 흥행에 대해 "넷마블이 꾸준히 자체 IP 개발을 추진해왔던 것이 결실을 본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자체 IP 개발에 힘을 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끝없는 자체 IP 개발 도전, 숨어있는 핵심 공신 '코웨이'한쪽에서는 넷마블의 이런 변화 속에 숨어있는 일등 공신이 코웨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2019년 12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당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74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이 인수는 방 의장의 신의 한 수가 됐다.방 의장이 코웨이 인수를 결정할 당시만 해도 회사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주력사업인 게임 사업과 코웨이의 정수기 사업의 시너지가 전혀 예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방 의장의 관심은 시너지에 있지 않았다. 방 의장이 방점을 찍은 것은 게임산업, 나아가 콘텐츠 산업의 특성이었다.콘텐츠 산업은 초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높지만 일단 콘텐츠가 완성이 된 다음엔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낮다는 특징이 있다.제작한 콘텐츠가 소위 대박이 난다면 적은 운영 비용으로 꾸준히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지만, 제작한 콘텐츠의 흥행이 저조하면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코웨이의 정수기 사업은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내는 사업모델에 가깝다.산업적으로 완전히 별개인 것으로 보이는 두 산업이 오히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셈이다.실제로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방 의장이 의중이 적중했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넷마블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게임 매출이 외부 IP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이어지며 수익성이 급격하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국내 대형 게임사를 묶어 부르는 3N(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에서 넷마블을 빼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넷마블은 2020년 연결 기준으로 27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1년에는 1510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087억 원, 685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이 기간 넷마블의 실적을 지탱해준 회사가 바로 코웨이다. 코웨이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결 기준으로 각각 6402억 원, 6774억 원, 7313억 원의 실적을 냈다.넷마블이 좋지 못한 실적에도 자체 IP 투입에 끊임없이 자원을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은 코웨이로부터 지분법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코웨이의 안정적 실적은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김주은 기자
게임업계 너도나도 스테이블코인 외쳐, 그래도 박관호 위메이드 발걸음 돋보이는 까닭
박관호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미래는 위믹스와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씨저널]올해 게임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들썩였다.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며 남은 것은 법제화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너도나도 스테이블코인을 외쳤지만 기술적 준비 정도에서는 게임사별로 차이를 보였다. 넥써스는 '국내 1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목표로 원화와 달러화를 포함한 4종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네오위즈는 별도 법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이들 중에서도 위메이드는 기술적 진척도가 단연 돋보이는 게임사다.올해 9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스테이블 원'을 공개하고 11월 테스트넷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정식 출시는 내년 1분기로 잡고 있다.메인넷은 실제 자산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말한다. 수많은 노드(서버)의 연산을 통해 기록된 정보를 분산해서 저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은 연산을 제공하는 노드에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메인넷이다.'스테이블 원' 공개 당시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은 "K컬처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성공했듯 원화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혁신적 플랫폼을 만나 새로운 금융 한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은 없지만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했다.다른 게임사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메이드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과제인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인프라 '메인넷'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이 회사의 미래" 게임 넘어 K금융으로 확장하려는 새로운 야심스테이블코인 전략에서 위메이드의 차별점은 결국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관호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미래는 위믹스와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말했다.그동안 장현국 전 대표의 사임 이후 위메이드가 블록체인보다 게임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박 회장이 장 전 대표 체제 하에서 겪었던 위믹스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맥락이었다.하지만 박 회장이 경영 복귀 1년6개월 만에 게임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박 회장은 지금 당장의 수익 창출 관점을 넘어서 미래 시장의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위메이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구축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고객사들을 포섭할 수 있다"며 "아직 BM(비즈니스 모델)으로 연결할 뚜렷한 안은 없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와서 외부에서 저희 인프라를 이용하게 되면 BM으로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믹스 사태 겪었지만 블록체인 기술력 그대로 남아 스테이블코인 메인넷 구축게임업계가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를 P2E(Play to Earn, 돈 버는)게임과 조심스레 연관짓는 시선도 있다.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게임코인 '위믹스'를 발행했다. 국내에서 P2E게임은 불법이므로 주로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위믹스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국내 이용자 가운데 해외 우회접속을 통해 P2E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이용자들은 위메이드의 게임에서 얻은 게임아이템을 위믹스로 바꾼 후 위믹스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구조로 P2E게임과 위믹스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문제는 가상화폐인 위믹스의 가치와 유통량이 지나치게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위믹스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의해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가 두 번이나 상장폐지되는 사태를 겪었다.위믹스 사태의 경험으로 위메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코인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크게 겪었더라도 당시 확보된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윤석빈 서강대학교 AI·SW 대학원 특임교수는 "게임은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나드는) 페이먼트(결제)가 활발한 산업이므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며 "국내에서 메인넷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이 소수인데 위메이드가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구축하는 데는 위믹스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은 기회, 박지원 뚝심으로 개발한 가스터빈 수확할 때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의 가스터빈을 향한 뚝심과 집념이 인공지능 시대 발전수요 증가에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두산에너빌리티가 AI 시대 전력수요 폭증으로 폭넓은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터빈 발전이 유망하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과거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 개발에 뚝심을 보였는데, 이제 수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붐이 가져온 전력 수요 슈퍼사이클, 두산 가스터빈과 연결될 가능성 커져세계 곳곳에서 인공지능 붐이 일어나면서 데이터센터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 수요 급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발전업계에서는 이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천연가스를 활용한 가스터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본다.로렌조 시모넬리(Lorenzo Simonelli) 베이커휴즈 최고경영자는 올해 CNBC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붐은 단순히 1년짜리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 성장흐름으로 판단된다'며 '데이터센터는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스터빈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고 바라봤다.존 케첨(John Ketchum) 넥스트에라 최고경영자도 올해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인공지능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스터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발전용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연료(천연가스)를 혼합 연소시켜 발생한 고온 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가동시키는 회전형 열기관으로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천연가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초미세먼지 배출이 석탄발전의 9분의 1 수준으로 파악된다.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에 따르면 수력발전이나 풍력발전에도 터빈이 활용되지만 발전용 가스터빈은 설계가 훨씬 복잡해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발전용 가스터빈은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과 비교해 발전시간에 제약이 없으며, 소규모 부지에 집약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녀 인공지능 시대에 상호 보완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기존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쯔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3강의 과점체제였는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도 폭넓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에 38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를 2026년말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 상용화한 가스터빈을 해외에 수출하는 첫 사례로 의미 깊다.두산은 이 계약까지 모두 8기의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 가스터빈 사업기회, 박지원과 산학연의 뚝심이 이뤄낸 결과두산에너빌리티가 현재의 가스터빈 사업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과 중소기업 및 학계가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다.박지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책과제로 개발해왔다.그동안 국내 발전기업들은 가격이 비싼 외국산 가스터빈 부품과 유지보수비용 때문에 부담을 많이 받아왔는데 두산그룹이 정부와 중소기업과 손잡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것이다.박 회장은 2017년 12월 270MW(메가와트)급 대형 가스터빈 실증을 위한 협약을 서부발전과 맺었다. 그 뒤 2019년 9월 가스터빈 최종 조립을 마치고 사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상용화 문턱을 넘겼다.두산에너빌리티가 1조 원 넘게 투자해 확보한 가스터빈 기술은 미국과 독일,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성공한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가스터빈 개발 과정에서 박지원 회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금속 3D프린터로 가스터빈 연소기를 비롯한 부품을 만드는 등 기계가공품과 비교해 제조단가와 납품기간을 크게 줄이는 쾌거를 이뤘다.박지원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발전용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 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 개발 과정에는 역경도 많았다.2020년 3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유동성 위기로 두산그룹 전체가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은 다른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매각하면서도 가스터빈 개발을 놓지 않았다.박지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양산 및 상용화에 성공한 현재에도 계속해서 기술 진보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현재 380MW급 가스터빈의 완전한 기술독립을 이룬 상태에서 더 나아가 2027년에는 400MW급 초대형 수소전소 터빈을 만든다는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며 국내외 수주를 위해 힘쓰고 있다.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사업부문(BG)장은 미국 수주를 두고 '미국 수출 계약은 대한민국이 가스터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전환점이다'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하게 지켜 고객신뢰에 보답하고 해외시장도 더욱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두산로보틱스 제조로봇에서 휴머노이드로, '오너 일가' 박인원 안정적 수익구조 위해 인수합병 만지작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사장이 두산로보틱스를 제조로봇 중심에서 휴머노이드 제조로 다각화하는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두산로보티스가 제조로봇 중심에서 인간을 모사한 로봇인 휴머노이드 제조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다만 이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실적 반등이 더욱 절실해졌다.두산 오너 4세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사장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위해 로봇시장에 안착한 다른 로봇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체질 전환 고삐 죈다두산로보틱스는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을 1천억 원에 가깝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올해 3분기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02억 원, 영업손실 153억 원을 봤다. 이는 신규 인력 채용과 인수합병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더해지면서 적자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로봇산업에서 일시적 수요정체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 부진한 실적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보인다는 것이다.로봇산업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시장에서 기대이하의 수요가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박인원 사장은 단기간의 수요정체에 머뭇거리기보다는 이미 로봇시장에 안착한 기업군에서 캐시카우가 될 기업을 인수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최근 미국 원엑시아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 속에서 나온 경영전략으로 읽힌다.두산로보틱스는 올해 9월 로봇시스템 통합 및 첨단 자동화 설루션 전문 미국기업 원엑시아를 약 36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비상장기업인 원엑시아는 북미에서 수요 높은 팔레타이징, 박스조립 포장에 특화된 협동로봇 솔루션도 제공하는 기업으로 매출 성장 흐름을 강하게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박인원 사장은 고령화와 인력부족에 따라 로봇산업 자체의 성장성은 크다고 보고 추가적 인수합병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인수대금은 2023년 10월 상장하면서 공모금액 전액을 신주로 모집해 확보한 4200억 원 가운데 인수합병에 쓰기로 한 약 2200억 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박인원 사장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두산로보틱스의 사업구조를 제조로봇 중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쪽으로 다각화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두산로보틱스가 올해 9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해 나갈 총괄책임자로 오창훈 전 토스증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전무로 영입한 것에서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오 전무는 네이버와 토스 및 토스증권 등에서 플랫폼 핵심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서비스의 신뢰성과 인공지능 접목을 꾀한 전문가로 꼽힌다.재계에서는 박인원 사장이 오 전무와 같은 새로운 영입 인재와 함께 지능형 로봇솔루션과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이끄는 박인원 사장은 누구?박인원 사장은 2022년 말 두산로보틱스 대표를 맡아 성장구조를 짜는 데 힘쓰고 있다.박 사장은 8대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하고 연강대상 이사장을 맡은 박용현 전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박인원 사장은 1973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을 받았다.1998년 두산에 입사하며 전략 업무를 중심으로 긴 시간 업력을 쌓았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도 부사장 직함으로 박지원 부회장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를 이끌었다.박인원 사장은 두산그룹 내 가장 중요한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이어 두산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육성하는 두산로보틱스를 이끌어오고 있다.두산그룹은 오랜 기간 가족경영 문화를 이어왔다.3대에서는 두산그룹 밖에서 이생그룹을 일군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외에는 의사라는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는 박용현 전 회장까지도 회장 직함을 단 바 있다.3대 맏형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필두로 둘째 아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두산그룹의 구심점을 이루고 있다.재계에서는 박인원 사장이 두산로보틱스를 반석 위에 올린다면 차기 또는 그 다음 회장 후보가 될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장우 기자
두산 반도체 수직계열화 위해 SK실트론 필요하지만 문제는 돈, 박정원 위기 트라우마 극복했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반도체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는데 속도를 더하고 있다.박 회장은 두산테스나에 이어 글로벌 3위 규모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배경, 기존 반도체사업 시너지와 새 수익발판 마련박정원 회장이 두산을 통해 인수하려는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약 70%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약 29%는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박정원 회장은 두산의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PRS)로 통해 약 7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약 68% 보유 중인데, 7천억 원 규모는 약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영권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끌어오려는 것으로 읽힌다.두산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유동자산 규모는 2조1600억 원, 현금성 자산은 1조2천억 원 수준이다.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추진한 금액을 합하면 2조 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재계에 따르면 현재 예비입찰 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두산그룹의 양자대결로 SK실트론 인수구도가 좁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정원 회장이 두산의 반도체 사업에서 수직계열화에 나서려는 것은 반도체 후공정을 맡고 있는 두산테스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로 꼽힌다.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를 인수하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함과 동시에 최근 인공지능 붐으로 성장하는 반도체 성장에 올라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추후 SK그룹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품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SK실트론은 SK그룹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마지막으로 두산그룹이 두산 전자BG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성장성 높은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수익기여도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도 인수에 나선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두산그룹은 그동안 주로 현금 창출력을 건설기계업체 두산밥캣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위기 경험 '트라우마' 극복했나두산그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주력사업을 바꾸면서 체질 변화를 이뤄왔지만, 그 과정에서 그룹전체가 흔들릴 뻔한 위기를 겪은 트라우마가 있다.두산그룹은 본래 OB맥주와 한국네슬레 등 소비재 사업도 꾸려왔으나, 1991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경북 구미시 두산전자 공장에서 페놀 원액이 유출돼 낙동강이 오염된 사건을 일컫는다. 박용곤 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페놀사건 한 달 만인 1991년 4월에 모든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의 여파는 길게 이어졌다.두산그룹은 1996년부터 생존을 위해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천명하고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1996년 한국네슬레 지분을 매각했고 1997년 11월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매각했다.그 뒤 2000년 12월에는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에너빌리티) 경영권을 인수한 뒤 2001년 3월 두산중공업으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2005년에는 두산중공업을 통해 대우종합기계(현재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종합 인프라지원사업 그룹'으로 거듭났다.두산그룹의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은 2007년 밥캣 인수로 정점을 찍는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로부터 밥캣 등 3개 사업부문을 49억 달러(한화 약 5조 원)이라는 큰 금액에 사들였다.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차입매수 방식의 인수가 재앙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인수직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총차입금은 6조982억 원으로 밥캣을 인수하기 전 1조2864억 원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하게 됐다. 부채비율도 급격히 높아지면서 2010년 526.5%로 최고치를 찍게 됐다.2011년부터 미국 건설경기가 반등하면서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고, 두산밥캣은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밥캣 인수가 불러낸 유동성 위기는 두산그룹을 구조조정으로 내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정원 회장으로서는 두산그룹의 새로운 인수합병을 하면서 또다시 이런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두산그룹이 이번 SK실트론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15%에 해당하는 부분만 담보로 잡아 경영권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유도 이런 과거 두산그룹의 아픔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박정원 회장의 SK실트론 인수합병 추진이 두산그룹 재도약의 밑거름을 만들게 될지, 아니면 트라우마를 재현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될지 시장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두산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SK실트론 인수 딜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다'며 '추후 공식적으로 알릴 사안이 나오면 공시 등의 경로를 통해 알릴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조원태 상반기 대한항공 한진칼 진에어 보수 92억 가파른 인상, 불안한 지배력 때문인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씨저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인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조 회장은 올해 상반기 9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의 보수는 최근 3년 동안 약 3배, 6년 동안 307% 증가했다.이는 국내 운송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재계 전체에서도 보수 순위 4위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 높은 수준이다.일각에서는 외부 주주의 지분 확대와 우호지분 변동 가능성 등으로 조 회장의 지배력에 변화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이런 지배구조 환경이 조 회장의 보수·배당 확대와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공적 자금 투입된 기업 한진그룹, 조원태 보수 적정한가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는 이사 보수지급 기준에 따라 월 보수를 산정하고, 보상위원회 사전검토와 이사회 집행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올해 상반기 보수는 92억2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에서 38억2300만 원, 한진칼에서 43억2900만 원, 진에어에서 10억7200만 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증가했다.지난해 1년 동안 받은 보수 102억1천만 원의 90% 이상을 반 년만에 받은 셈이다.지난해에도 조 회장의 보수는 대한항공 51억300만 원, 한진칼 41억5400만 원, 진에어 9억5600만 원 등 102억 원 수준으로 2023년보다 30.3% 늘었다.특히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받아가는 보수만 놓고 봐도 매년 높은 인상률이 반복됐다.조 회장의 보수는 2021년 대한항공 17억3200만 원, 한진칼 16억9800만 원에서 3년 만에 각각 약 3배, 약 2.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취임 다음해인 2020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이며 6년 동안 307% 늘었고, 연평균 인상률은 34%에 달한다.연도별 인상률은 2021년 10.7%, 2022년 51%, 2023년 34.1%, 2024년 12.6%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배당수익도 적지 않다.그는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통주 0.01%, 우선주 0.53%를 통해 대한항공에서 약 7천만 원, 보통주 5.78%, 우선주 0.53%를 통해 한진칼에서 약 32억 원의 결산배당을 받았다.다만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코로나19 펜더믹 기간 동안은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 일부를 반납하고 성과급도 받지 않았다. 제대로 정산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펜더믹이 끝난 2023년부터다.한진칼에서도 2019년 4월 회장으로 취임된 뒤 사장급 보수를 일정 기간 유지해왔다.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만큼 그 이윤이 오너일가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의결권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23년 주주총회의 이사 보수총액 인상안을 두고 "조원태 회장이 이사 보수총액의 60%인 39억 원을 가져가는 것은 과도하다"며 "오너 일가에게 보수가 집중되는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사모펀드에 이어 호반그룹도 경영권 위협, 우호지분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보수 인상 흐름이 결국 그의 지배력이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결국 지배력을 안정시키려면 조 회장이 직접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 자금원은 보수와 배당 외에는 뚜렷한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조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은 모두 20.79% 수준이다. 올해 6월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5.78%, 조에밀리리(조현민) 대표 5.73%, 이명희 고문 2.09%, 조승연 씨 0.07%, 조중건 전 부회장 0.8% 등이다.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4.9%, 산업은행 10.58% 등도 있지만, 이들이 영구적 방패 역할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특히 산업은행은 2020년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지원을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8천억 원을 들여 지분 10.66%를 확보했지만, 성격상 지분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없어 가장 불안정한 우호지분으로 평가된다.실제로 산업은행은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진칼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공시의무가 없는 5% 미만 우호지분에는 네이버와 GS그룹, 한일시멘트 등이 3.85%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올해 한진칼 자사주(44만44주)를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와 별도 법인인 복지기금이 이를 넘겨받으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복지기금 이사진은 통상 오너와 경영진에 우호적 의결권을 행사하므로, 이번 조치로 사실상 조 회장 측에 유리한 의결권이 추가된 것이다. 그 결과 조 회장의 특수관계자 지분은 20.02%에서 20.68%로 상승했다.반면 외부세력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사모펀드 KCGI는 2018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과 함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만들고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했다.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최대주주에 올랐고, 조 회장 체제를 반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다.2022년 말 산업은행이 우호지분으로 합류하면서 이들은 주주제안을 철회했고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시기 호반그룹이 KCGI 보유 지분 일부를 사들이며 새로운 견제 축으로 등장했다.호반과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등은 8662억 원가량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왔다. 호반그룹의 지분은 올해 11월 기준 18.46%까지 늘어났다.이처럼 외부세력의 지분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우호지분의 방호벽은 유동적인 만큼 조 회장은 구조적으로 경영권 취약성을 안고 있다.일부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이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안수진 기자
한진 전통 물류 벗어나 '섹시한 물류'로 변신 가속, 조현민 비물류 출신 오너라 가능한 일
조현민 한진 사장. <연합뉴스>[씨저널]조현민 한진 사장 체제 이후 한진의 시야가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전통적 택배·운송 중심의 물류기업에서 벗어나 패션·뷰티·데이터·콘텐츠 등 물류 밖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새로운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물류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는 판단 아래 물류를 산업 전반과 연결하는 방식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조 사장은 IT,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물류 외의 분야에서도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항공사 재직 시절부터 게임·IT 분야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디지털 마케팅과 접목해 온 경험이 한진 경영 전반에도 이식되면서 전통 물류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 올해 사업목적에 광고대행·데이터 사업 추가. '종합 물류 설루션' 기업으로 재정의한진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광고대행과 마이테이터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 카카오톡 채널 등 자체 플랫폼을 통해 광고사업을 전개하고 운송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한진은 출자법인 휴데이터스와 맵(Map)운영사 간 3자 계약을 맺고 운송장 데이터에서 개인식별정보를 분리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사업성이 검증되면 외부 파트너사에 데이터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시기 영문 사명도 '운송(Transfortation)'에서 '물류(Logistics)'로 변경했다. 물류는 운송보다 넓은 의미로 자원 획득과 보관, 운송 등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단순 운송을 넘어 물류 컨설팅, 공급망 관리(SCM), 글로벌 포워딩, e커머스 풀필먼트 등을 아우르는 사업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2850억 원을 들여 문을 연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터미널'이다.하루 최대 12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거점으로, AI 기반 분류 시스템과 3D 스캐너, 밸런싱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돼있다.한진은 2026년까지 자동화 설비 기반 터미널 확장에 2158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한진 디지털·패션·뷰티까지 물류영역 재해석, 조현민 '로지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조 사장은 2021년부터 '로지테인먼트(물류·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와 '섹시한 물류'를 앞세워 물류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소비패턴과 고객 취향이 급변하는 만큼 물류도 트렌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2021년 물류 과정을 게임화한 '택배왕 아일랜드'와 '물류형 아일랜드'를 선보였고, 2022년 네이버 플랫폼 '제페토'에 가상체험형 미래 물류공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구축했다.같은 해 택배기사의 일상을 다룬 단편영화 '백일몽'을 제작 지원해 '물류를 친근하게 만들겠다'는 브랜드 방향성을 강조했다.조 사장은 더 나아가 패션·뷰티 등 인접 산업을 지지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물류사업 확장도 시도했다.이를 위해 2023년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조 대표가 총괄을 맡았다. 물류 설루션과 중개 설루션, 이커머스사업, K패션설루션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K패션솔루션팀에서는 패션브랜드 해외진출 지원 플랫폼 '숲(SWOOP)'과 해외직구 플랫폼 '훗타운(HOOT TOWN)'을 운영하고 있다.숲은 브랜드 해외 판매처 연결과 패션 특화물류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훗타운은 '사줘요·팔아요' 기능을 통해 개인 간 해외 상품 거래를 중개한다.지난해 한국패션산업협회와의 업무협약을 맺고 K뷰티엑스포에 참가하는 등 패션·뷰티 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강화했다.현재 원클릭택배와 슬로우레시피 등 6개의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조현민 관심사가 '비물류 영역'의 신사업으로, 전문인력과 현장 실행력 보강은 숙제조 사장은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비물류 출신'의 이력 덕분에 전통 물류기업의 틀을 넘어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미국 남가주대(USC) 커뮤니케이션 학사와 서울대 경영대학원 글로벌경영 석사를 마친 뒤 광고대행업체 LG애드(현 HS애드)를 거쳐 한진그룹에 입사했다.한진그룹에서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여객 마케팅부 상무를 거쳐 진에어 마케팅본부장, 한진칼 최고마케팅책임자, 한진 마케팅총괄부사장 등을 지냈다.2011년에는 대한항공 광고로 한국광고단체연합회의 '대한민국 광고대상'과 서울AP클럽의 '올해의 홍보인상'을 받았다.조 사장은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만큼 게임과 IT 분야에도 밝아, 이를 e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해왔다.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 '스타리그'를 후원하면서 2본사 격납고에서 결승전을 열고, 스타크래프트II 광고 래핑 항공기를 선보이는 등의 마케팅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다만 급격한 사업 확장 속도만큼 현장 실행력과 조직 전문성이 보강돼야 한다는 숙제도 남아있다.신사업 진출을 위해 40여개 기업에 출자를 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2조5천억 원대로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플랫폼 사업의 경우 직구 애플리케이션 '훗타운'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출시된 뒤 지금까지 8천 명대에서 머무르고 있고, 배달주문 애플리케이션 '디지털이지오더'는 상품 수가 200여개에 그치고 사실상 이용자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수진 기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품고 우주항공기업으로, 우기홍 승자의 저주 막기 위한 생존전략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연합뉴스>[씨저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며 '메가캐리어' 시대를 열었지만, 대형 인수합병에는 언제나 '승자의 저주'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이러한 위험을 가장 가까이서 인지하고, 통합의 설계부터 이후의 성장축까지 총괄하고 있다.그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항공운송에서 MRO·항공우주·군수·UAM 등으로 넓히며 대한항공을 '종합 우주항공기업'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대한항공 '포스트 통합', '종합 우주항공기업'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실질적 통합 완료 시점이 2027년 1월로 예정된 가운데, 우 부회장은 이제 '포스트 통합'의 마무리 구간에 들어섰다.통합절차의 일환인 인사와 노선조정은 본격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이행감독위원회는 10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의 이전절차를 시작했고, 나머지 18개 노선도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대한항공은 올해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안에 신규 정비격납고(H3)를 세우기로 했다.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통합체제에서 300여 대 항공기의 안정적 정비를 위한 기반 시설이다.우 부회장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운송에 머무르지 않고 MRO, 항공우주사업, 군수(헬기, 드론, 무인기 등)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최근에는 자회사를 새로 설립했는데, 사업 목적에 레저 분야가 포함돼 있어 해당 영역의 사업 고민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한항공은 기존 항공운송업에서 벗어나 항공우주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4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1조 원 규모의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36대 규모로 2029년부터 납품을 시작한다.무인기 사업에서도 소형 드론부터 대형 정찰 무인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생산하고 있고, 현재 대형무인기 후속 양산 계약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비행시제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이 밖에도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업체 아처 에비에이션과 손잡고 전기 수직이착륙기 '에어택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올해 4월에는 경기도에 1조2천억 원을 들여 미래항공 연구센터를 짓기로 했다.◆ 팬암의 몰락이 남긴 교훈, 체급을 키운 뒤가 진짜 위험의 시작이다항공업계에서는 대형 인수합병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대표적으로 미국 팬암(Pan Am)의 사례를 든다.팬암은 1980년 내셔널항공을 인수하면서 체급을 키웠지만 인수한 국내선이 적자를 내며 재무 부담이 급증했다.이를 두고 보유기종 간 호환성 부족과 항속거리가 짧은 DC-10 기종의 편입, 업계 최고 수준이던 인건비·복지수준 흡수 부담, 국내선 경쟁력의 부재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재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덩치를 키우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특히 항공업은 국제유가와 글로벌 경기, 관광산업 수요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실기업은 아니었지만 건전 매물로 평가되기는 어려웠고, 대한항공 역시 팬더믹 이전부터 재무여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이 때문에 우 부회장의 통합 이후 사업 다각화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팬암식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다만 사업다각화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뒤따른다. 2021년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과 투자자금을 마련한 뒤 단계적을 재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앞으로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이울러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수익성 악화 요인을 해소하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항공운송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요구된다.코로나19 팬더믹 시기 국내 항공업이 존폐 위기에 놓였던 이유는 여객중심 항공운송에 오로지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은 4조 원대를, 부채비율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 로드맵에 맞춰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우기홍은 '조원태 체제' 지배구조 안정성의 '내부 축'우 부회장은 2020년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대한항공은 1조8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확보했고, 2024년 11월 EU 집행위원회(EC)를 마지막으로 14개 필수 신고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냈다.난도가 높았던 인수·규제 협상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통합한 뒤의 사업구조까지 설계한 점이 부회장 승진 배경으로 꼽힌다.우 부회장은 통합 항공사의 체급에 맞춘 기단과 네트워크 재편도 총괄하고 있다.보잉 7778-9와 787-10을 추가 구매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에어버스 A350-1000과 A350-900도 추가 도입하기고 했다. 2034년까지 친환경 항공기를 203대 운영한다는 증장기 계획도 세웠다.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와 기단 효율화, 탄소 감축 등 글로벌 항공사의 핵심 전략을 총괄하며 "대한항공이 아시아 대표 메가캐리어로 도약할 설계도를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우 부회장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내부 결속의 핵심 축이라는 말도 듣는다.한진칼 윤리경영위원으로서 지배구조 안정에 깊이 관여해왔고, 최근 호반그룹의 공격적 지분 확대에도 불구하고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GS, 네이버 등 전략적 우군을 중심으로 조 회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대한항공에서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사장, 2025년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조원태 회장 체제의 주요 분기점마다 우 부회장은 항상 경영의 중심에 있었다.안수진 기자
LS전선 AI 전력 수요에서 기회 잡다, 구본규 미국 해저케이블 생산거점으로 유럽도 겨냥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AI로 촉발된 전력 수요 폭증에서 사업기회를 잡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LS전선이 미국에 해저케이블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현지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바라보고 있다.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전력 수요 폭증에서 사업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 미국 해저케이블 생산거점 구축 중, 유럽 수요부터 미국 현지수요 다 겨냥LS전선의 자회사 LS그린링크는 6억81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를 투자해 초고압직류(HVDC) 방식의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를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구축하고 있다.이 생산공장은 2027년 3분기 완공될 예정이며,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미국 동부 연안에 위치한 이 생산거점은 초기에 대서양 지역의 유럽 해상풍력 기지에 케이블을 공급하는데 집중하고, 미국 시장도 아울러 공략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으로 분석된다.구본규 사장은 올해 4월 체서피크 공장 착공식에서 '해저케이블 제품 상당량이 초반에는 (이미 활성화된) 유럽시장을 공략하겠지만 미국시장도 함께 공략해 저변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구본규 사장이 미국공장 구축에 힘을 주는 이유는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의 폭증과 관련 깊다.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32GW(기가와트)였고, 2030년까지 120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에 더해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가까운 곳에 생산거점을 구축함으로써 품질과 가격 경쟁력 모두를 갖추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해저케이블의 판매 단가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0%로 높을 뿐만 아니라 물류 과정에서 해저케이블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기업신용평가 업계에서는 LS전선의 적극적 시장 개척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리포트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력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LS전선을 비롯한 전선업계에 우호적 사업환경이 조성됐다'며 'LS전선은 확대되는 수요에 기반해 적극적 투자로 사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LS전선은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장거리 송전용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6개 기업 가운데 하나로 파악된다.LS전선은 대만 해상풍력단지 건설설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S전선 유상증자 진행, 차입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한 대책 구본규 사장이 이끄는 LS전선은 올해 10월 말 1575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LS전선은 비상장으로 최대주주는 지분 92.31%를 보유한 LS다. 나머지 지분은 구자은 LS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구본규 사장이 모회사의 지원을 얻으려 했던 것은 차입금 부담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정부로부터 전체 1억47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기로 했지만, 보조금을 제외하더라도 약 8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자금만으로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LS전선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1600억 원 규모이고 순차입금은 2조 원을 넘어섰다.구본규 사장으로서는 더 이상 차입을 늘리지 않고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재계에서는 LS전선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현지 해저케이블 생산체계를 구축하면 실적 증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LS전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예상 매출은 연간 6억~7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호반의 LS 지분 '게릴라 매매'에 구자은 안정책 맞대응, 시장은 해저케이블 패권 다툼 주시
LS그룹이 호반그룹의 이른바 '게릴라식' 지분확보에 우호세력을 모으며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LS그룹이 호반그룹과 전선사업 관련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특히 호반그룹은 LS그룹의 지주사 LS의 지분을 5% 미만 범위에서 매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견제와 실리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자사주 소각과 우호세력 확보로 만일에 있을 경영권 견제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S그룹, 호반과 갈등이 시작된 이유LS그룹과 호반그룹은 전기 관련 제품(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를 두고 2019년부터 법적 분쟁을 해왔고,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설비 관련해 형사적 측면에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먼저 전기 관련 제품 특허분쟁은 올해 4월 특허법원에서 LS전선이 승소하고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일단락됐다.하지만 HVDC 설비관련 '설계도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올해 6월부터 경찰조사가 이어지고 있다.LS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호반그룹 자회사 대한전선 측의 기술탈취가 사실로 밝혀지면 모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다"며 "이르면 올해 말 경찰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호반그룹은 이와 별개로 지주사 LS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LS그룹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특히 호반그룹의 우군으로 추정되는 하림그룹이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LS 주식을 매입하고 나서고 있다.팬오션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재계에서는 호반그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투자은행 업계 안팎에서는 호반그룹이 팬오션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를 동원해 LS 지분을 3~ 4%가량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소수주주의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으면 공시의무가 없어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구자은 회장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LS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진조차도 주주명부의 현황을 매 시점마다 확인하는 것은 개인정보와 관련한 규제로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이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최근 규모가 적지 않은 LS 주식을 매도한 법인이 있어 호반그룹과 관련된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적지 않은 규모의 LS 주식을 매도한 법인이 호반그룹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간에 수백억 원의 시세 차익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시선도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완전히 손을 턴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다만 공시대상인 5% 미만의 지분이라 정확한 매각 시점이나 물량을 당분간 알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우호세력과 자사주 소각으로 대응 분주구자은 LS그룹 회장은 한진그룹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구 회장은 올해 5월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교환사채는 5년 내 LS 주식 38만7635주(전체 주식의 1.2%)로 바꿀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교환사채는 추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여겨진다.대한항공을 품고 있는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호반그룹과 갈등을 겪은 바 있어 이번에 LS그룹에 우군으로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LS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2025년 11월14일 기준으로 구자은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2.6%, 국민연금이 13.31%를 보유하고 있다.일반적으로 30%를 넘는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으면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다만 LS그룹의 경우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글로벌 전력망 재구축 호황을 타고 있어 경영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반그룹의 이른바 '게릴라식 지분견제'가 껄끄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구자은 회장은 LS 자사주 소각에도 나섰는데 재계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높여 호반그룹의 지분견제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LS는 올해 8월12일 전체 발행주식의 약 3.1%인 자사주 100만 주를 직전 종가 17만1200원 기준으로 소각할 것이라는 공시를 했다. LS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2008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다.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인 뒤 없애는 것으로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동시에 LS의 자사주 소각으로 LS 주가가 오르게 되면 호반그룹으로서는 추가 지분 매입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지분 견제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증권업계에서는 LS 주가가 전력인프라 수요 확대와 경영권 견제 흐름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상승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본다.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S그룹과 호반그룹 사이 분쟁의 핵심은 2030년 기준 4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해저케이블 시장 패권 다툼이 있다"며 "호반그룹의 경영권 견제상황은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
LS 미국 전력 수요 증가 기회고 투자금 필요한데, 구자은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비판 어떻게 넘나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노후전력망 교체 수요에 올라타기 위해 미국 권선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LS가 주요 전력망 구축 관련 자회사들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노후전력망 교체 수요 증가로 미국 전력 슈퍼사이클에 사업확장 기회를 만나고 있다.LS그룹이 인수한 미국 권선기업 에식스솔루션즈도 이런 흐름에 올라탈 가능성이 높아졌다.권선이란 전기 모터나 변압기 등에 전기를 흐르게 하기 위해 코일 형태로 감아 사용하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전선을 말한다.에식스솔루션즈는 AI 데이터센터용 특수 권선, 친환경 전력기기용 고효율 전선 소재, 전기차 모터용 마그넷 와이어 등에서 글로벌 상위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에식스솔루션즈는 1930년 미국에서 설립된 전선회사로 당초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지만 LS그룹이 2008년 인수하며 상장폐지된 바 있다.구자은 회장은 에식스솔루션즈의 성장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에식스솔루션즈의 증설을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코스피 상장 카드를 집어 들고 있는 것이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11월7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신청한 상태다.에식스솔루션즈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LS→LS아이앤디(LS 지분 95.09%)→슈페리어에식스(LS아이앤디 지분 100%)→에식스솔루션즈(슈페리어 엑시스 지분 78.95%)로 이어지는 구조를 띄고 있다.에식스솔루션즈의 모회사 슈레리어엑시스는 비상장기업이고, LS아이앤디는 LS가 지분 95% 이상 보유한 비상장기업으로 에식스솔루션즈의 자산과 실적이 LS 주가에 반영되는 형태다.LS의 소액주주들은 이런 구조적 이유로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되면 이른바 '중복상장'으로서 기존 LS 주주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바라본다.또한 LS 소액주주들은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확대된 점을 근거로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와 함께 탄원서 서명에 나서고 있다.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이익 보호 및 공평대우 의무를 명문화한 바 있다.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5년 11월18일 기준 1%의 LS 소액주주가 공동행동에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소액주주가 결집률 1% 달성하게 되면 상법을 비롯한 법률상 검사인 총회 선임 청구, 유지청구권, 주주대표소송, 다중대표소송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여기서 유지청구권이란 상법 402조와 424조에 규정된 것으로 이사의 행위가 정관 또는 법령의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정지를 법원에 요청하는 것을 일컫는다.법조계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나 자산 매각 등에 위법적 소지가 있다면 소액주주들은 유지청구권을 통해 사전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한다.이상목 액트 대표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에식스솔루션즈가 기업공개되면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2조~3조 원에 이른다"며 "현재 6조 원에 가까운 LS의 시가총액과 비교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핵심 자회사인 엑시스솔루션즈의 상장을 강행하면 미래 주주가치를 훼손할 것이 명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이상목 대표는 "액트는 LS가 스스로 상장을 철회하는 때까지 한국거래소에 민원을 제기하는 동시에 소액주주의 뜻을 언론과 국회에 알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LS는 에식스솔루션즈가 대규모 설비투자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가 필요하며 이로 인해 창출될 이익이 연결실적에 반영된다는 입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또한 에식스솔루션즈의 사업구조상 설비투자가 많아 지주사 LS의 재무부담이 컸기 때문에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되면 LS의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LS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에식스솔루션즈는 세계 1위 권선기업으로 전력 쇼티지와 전기차 전환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투자가 시급해 자금을 상장을 통해 확보하려고 한다"며 "자회사의 밸류업으로 LS그룹 전반의 가치가 올라가면 모회사의 주주에게도 추가 배당 등을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은 기존 기업을 물적분할 한 뒤 상장한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을 한 기업을 상장하는 것인 만큼 중복상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며 "에식스솔루션즈의 중장기적 성장가능성 및 LS와 시너지를 중심으로 상장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다만 올해 초 구자은 회장이 중복상장과 관련해 시장에 내보였던 태도가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에 반감을 되살릴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구자은 회장은 올해 3월 KOC전기, 에식스솔루션즈 등의 동시상장을 추진하던 무렵 있었던 인터베터리 행사에서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절차가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 기업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구자은 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고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순조롭게 진행해 LS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게임업계 '싱글 콘솔 대작' 흐름인데 카카오게임즈 신작 방점은 '온라인', 한상우 실적개선 차별화 전략은
한상우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원배 슈퍼캣 대표가 7월1일 프로젝트OQ(가칭)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씨저널] 카카오게임즈가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 대형 MMORPG와 온라인 액션 RPG 4종을 실적 반등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업계 전반의 '싱글 콘솔 대작' 제작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카카오게임즈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75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적자는 2024년 4분기부터 이번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다만 매출이 올해 2분기보다 10%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부문의 둔화를 PC온라인 매출의 급증으로 상쇄하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게임즈의 길어지는 실적 부진,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패 탓인가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둔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모바일 MMORPG 중심 매출 구조에 신작 공백이 겹치며 인건비·마케팅비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MMORPG를 포함한 라이브서비스 게임들은 출시 이후에도 서버·게임 운영,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지속적으로 비용이 지출된다. 매출과 관계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버닝 코스트'라고 부른다.결국 라이브서비스 게임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버닝 코스트를 넘어서는 매출이 꾸준히 발생해야 한다. 게임사들이 종종 개발비가 대규모로 들어간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결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대표적 사례가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하반기 반등 카드로 제시됐던 '가디스오더'다. 가디스오더는 올해 9월24일 출시됐지만 출시 이후 매출과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카카오게임즈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11월12일 가디스오더의 업데이트 중단 소식을 발표하며 추가 개선과 운영을 지속할 재무 여력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관련 법적 절차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가디스오더의 유통사인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가디스오더 이용자들의 환불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사로서 책임을 지고 이용자들의 환불 문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자세로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재무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물론 여전히 카카오게임즈를 지탱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다.대표적 게임이 바로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배틀그라운드다. 오딘은 올해 6월 4주년 대규모 업데이트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이어가고 있으며 11월25일 기준으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매출도 대형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업데이트에 힘입어 PC게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과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퍼블리싱을 이어오고 있다.문제는 현재 실적 구조가 신작 실패로 생긴 공백을 오딘과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얼마나 오래 메워주느냐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만약 이 두 IP의 매출 추세가 꺾인다면 비용 절감만으로는 적자 확대를 막기 어렵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오딘 역시 서비스 5년 차에 접어든 만큼, 버닝코스트 대비 매출 유지 여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한상우 대표가 지목한 4대 기대작, 모두 '온라인·MMORPG 축'한상우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프로젝트Q(가칭), 프로젝트OQ(가칭), 크로노 오디세이,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4개의 게임을 핵심으로 꼽고 2026년 실적 반등을 자신했다.한 대표는 이 네 가지의 게임을 언급하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다양한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고 그 가운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게임은 총 4개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일정이 조정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네 타이틀의 공통점은 모두 본질적으로 다중접속온라인(MMO) 구조를 갖춘 MMORPG, 혹은 온라인 액션 RPG라는 것이다.프로젝트Q와 프로젝트OQ는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와 아키에이지크로니클은 장르 명은 온라인 액션 RPG라고 발표됐지만 PC게임 구매 플랫폼 스팀의 게임 설명에는 'MMORPG'라고 표기돼 있다.문제는 한동안 국내 게임업계를 주름잡았던 MMORPG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MMORPG는 넷마블의 뱀피르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등 두 개뿐이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오딘 등의 MMORPG들이 매출 순위를 1위부터 모두 석권하고 있을 때와 사뭇 달라진 광경이다.현재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MMORPG들이 대부분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라는 점도 현재 게임업계 매출 구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20위 안에 위치하고 있는 5개(출시 직후인 아이온2 제외)의 MMORPG 가운데 절반 이상인 3개(리니지W, 리니지M, 오딘)가 2021년 이전 제작된 게임이다.◆ 업계는 콘솔·서브컬처로 무게 이동, 엔씨소프트마저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콘솔·PC 패키지 게임과 서브컬처 RPG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며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통해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며 크래프톤 역시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 등으로 콘솔·패키지 비중을 늘리고 있다.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네오위즈 'P의 거짓' 등 싱글플레이 콘솔 타이틀은 각각 수백만 장 판매고를 올리며 K-콘솔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2026년 1월에는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으로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서브컬처 RPG와 수집형·스토리형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 역시 최근 게임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넥슨은 '블루아카이브'를 통해 서브컬처 게임의 본산인 일본 시장의 공략에 성공했으며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 역시 출시 3년이 지난 현재에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는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네오위즈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으며 MMORPG의 명가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마저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2026년 MMORPG·온라인 '올인' 구조, 성공해도 실패해도 변곡점MMORPG 자체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장기 라이브 매출을 통해 매우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전략을 긍정하는 시선도 있다.실제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3형제(M, 2M, W)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등은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동안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게임업계의 전체적인 흐름이 IP를 전면에 내세운 싱글플레이 콘솔게임, 혹은 서브컬처 게임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MMORPG 장르도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벗어난 작품들은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실제로 올해 출시된 넷마블의 뱀피르, RF온라인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넥슨의 마비노기모바일 등은 흥행에 성공해 현재 넷마블과 넥슨의 '효자 게임'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최근 흥행에 성공한 MMORPG 장르 게임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을 두고 한동안 게임 이용자들이 호소하던 'MMORPG 피로감'은 장르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지나친 과금 유도, 유저간 경쟁 중심의 소위 '리니지 라이크'의 한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크로노 오디세이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에서 액션, 시간조작, 패키지 방식의 판매 등을 통해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라며 "만약 게임 이용자들이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들에 공감한다면 한 대표의 전략이 카카오게임즈의 턴어라운드를 불러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
'국민 메신저'에 갇혀버린 카카오톡, 정신아 AI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카카오 돈 버는 길 찾지만
카카오톡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사회 인프라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익 모델과 관련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카카오톡은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소위 '국민 메신저'다. 관공서 알림, 학교·직장 단체방, 가족·지역 커뮤니티까지, 사실상 사회 인프라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여전히 굳건하다. 2025년 10월 기준 MAU는 4797만 명으로, 몇 년 동안 47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어떤 세대가, 어떤 맥락에서 카카오톡을 쓰는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앞으로 주류 세대로 부상하게 될 10대와 20대는 여전히 카카오톡을 '안 깔면 안 되는 기본 메신저'로 인식하고 있지만, 친한 친구와 나누는 사적 대화, 근황 공유, 약속 조율 등의 기능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DM(다이렉트 메시지)이 대신하고 있다.21세의 한 대학생은 "카카오톡은 가족·과·동아리 단체방, 오픈카톡, 각종 공과금 알림용 등으로 활용한다"며 "최근 친구들은 카카오톡 프로필도 자주 바꾸지 않고 근황 공유 등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어른들의 프로필이 자주 바뀐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25세의 대학원생은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오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올 때가 훨씬 많다"라며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면 그 스토리를 보고 DM으로 연락이 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젊은층에게 카카오톡은 '인프라'의 개념에 가까워지고 있고, 정서적 교류 등을 담당하는 채널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 메신저의 역설, '톡 안' 상업화가 어려워진 구조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톡 내 광고·커머스를 묶은 '톡 비즈'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채널, 선물하기, 쇼핑, 예약, 알림톡, 챗봇 등 기능을 카카오톡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수익화를 추진해 왔다.하지만 카카오톡이 공공재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되면서, 메신저 핵심 화면에 상업 기능을 전면 배치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배너, 브랜드 메시지, 이벤트나 광고성 알림이 과도해진다고 이용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국민 메신저의 상업화"에 대한 여론 반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카카오가 홈 화면에 선물이나 쇼핑 탭을 배치하고, 친구 탭이나 채팅 탭에도 광고를 배치하기 시작하면서도 실제로 대화가 이뤄지는 채팅화면만큼은 절대적으로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 역시 이 때문이다.메신저에 상업적 기능을 넣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가장 긴 채팅 화면에는 상업적 기능을 밀어넣기 어려운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정신아 대표가 "카카오의 플랫폼 트래픽은 대화방에 편중돼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맥락과 체류 시간을 만들어야 광고·커머스 수익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해온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이다.카카오의 가장 큰 자산은 카카오톡에 모여 있는 대화·관계 등의 데이터지만, 정보 탐색·쇼핑·콘텐츠 소비 등 소위 '발견형 트래픽' 측면의 경쟁력은 경쟁사인 네이버와 글로벌 플랫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정 대표는 취임 이후 꾸준히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챗 트래픽'에서 '맥락형·발견형 트래픽'으로 옮겨가려는 시도를 해 왔다.정 대표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화 방에 편중돼 있던 플랫폼 트래픽 구성이 다른 탭으로도 확장되면서 카카오톡 플랫폼 전반에서 트래픽 질이 한층 더 향상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대화방에만 몰려 있던 트래픽을 다른 탭으로 분산시키면서 광고·커머스로 연결될 수 있는 발견형 트래픽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트래픽 질이 향상됐다'고 평가한 셈이다◆ 친구탭 개편 역풍, 카카오톡 정체성의 벽문제는 정 대표가 말하는 '트래픽 질의 향상' 속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트래픽 질의 향상과 이용자들의 반발이 충돌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올해 9월 발생한 친구탭 개편 사태다.카카오는 출시 15년 만에 최대 수준의 UI 변화를 시도하며, 친구탭을 격자형 SNS 피드 형태로 바꿨다. 카카오톡을 '채팅앱'이 아닌 '일상 공유 공간'으로 키우기 위한 시도였다.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카카오의 예상과 달랐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리뷰글에는 "메신저가 아니라 SNS가 됐다", "인스타그램을 흉내 낸다"는 비판이 쇄도했고, 카카오톡의 앱 평가 점수는 1점대로 하락했다.결국 카카오는 개편 일주일 만에 친구탭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12월 진행될 업데이트에서 기존 친구 리스트를 기본 화면으로 되돌리고, 격자형 피드는 옵션으로 남기기로 했다.IT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사건이 사실상 카카오톡이 '사회 인프라'의 성격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신저의 첫 화면을 건드리는 시도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생활 리듬과 관계 구조를 바꾸는 개입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정신아 대표의 고민이 "카카오톡 안에서 얼마나 더 수익을 짜낼 것인가"라는 문제를 벗어나 "카카오라는 그룹이 메신저를 넘어 어떤 구조로 돈을 벌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다.◆ 고민의 축 이동, '카카오톡의 상업화'에서 '그룹 구조의 AI 전환'으로정신아 대표는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최근에는 주주서한을 통해 연말까지 계열사를 80여 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AI·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정신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카카오톡 자체로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카카오톡을 일종의 '관문'으로 삼아 그룹 전체의 AI서비스·검색·커머스·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카카오톡은 점점 수익을 내는 공간에서 카카오그룹의 모든 사업을 연결해주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카카오의 AI 통합 브랜드 '카나나'는 정신아 대표의 이런 구상을 잘 드러내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직접 카카오톡 안에서 상점·콘텐츠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필요 정보를 찾아 연결해 주고 그 과정에서 광고·수수료·구독 등의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이렇게 되면 카카오톡 채팅창을 상업 기능으로 채우지 않고도, 카카오 생태계 전체에서 발생하는 'AI 연결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카카오톡은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거점,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모이는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수익은 카카오톡의 밖에 있는 서비스와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AI에이전트의 수익은 네 가지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개수수료 수익, 광고 매출, B2B수익, 구독 수익이다"라며 "AI에이전트 도입에 따라 매출의 상방이 열릴 수 있는 수익원은 구독 수익이라고 판단되는데, 카카오그룹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고, 이들을 구독 요금제에 통합한다면 강력한 구독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윤휘종 기자
카카오 변화의 폭은 정신아 연임할지가 키, 논란의 CA협의체 구조개편도 임원인사 규모도
카카오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 기구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연임과 맞물려 CA협의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카카오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기구인 CA협의체가 최근 카카오 지배구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차원의 전략 설정과 경영 쇄신을 위해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벤치마킹해 2024년 2월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는 비대한 권한과 구조, 구성원들의 사건·사고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CA협의체가 이사회의 의결, 혹은 주주총회의 승인 없이 설치된 기구인만큼 CA협의체가 그룹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실제로 카카오의 이사회 운영을 살펴보면 CA협의체가 카카오 이사회와 완전히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조석영 카카오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회 준법지원팀장은 사내이사로 카카오 이사회에 속해있다.하지만 CA협의체 내부에서 조석영 팀장의 위에 위치한 정종욱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장은 이사회의 멤버가 아니라 상근 미등기임원이다.카카오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와 CA협의체 사이에 '교통정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CA협의체가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주로 감시·견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이런 상황과 맞물려 카카오 내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대표이사 중심으로 CA협의체 권한과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가 카카오 전체의 임원인사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2026년 카카오의 최대 변곡점, 정신아의 임기 종료와 연임 여부2026년 상반기 카카오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임원인사 변동 가능성을 안고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의 임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카카오 계열사 대표이사의 수는 모두 71명으로, 국내 30대 그룹 전체에서 가장 많다.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정신아 대표이사다. 정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정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 카카오 쇄신TF장, CA협의체 사업총괄·의장 등을 거치며 그룹 혁신과 AI 전환 전략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취임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를 중점에 둔 '조직 다이어트'를 통해 계열사 수를 빠르게 줄였고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카카오의 핵심 사업으로 못박고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카카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866억 원, 영업이익 20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 영업이익은 무려 59% 상승한 것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올해 2분기보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재계에서는 이같은 실적 향상과 조직 슬림화 성공을 바탕으로 정신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특히 카카오가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메신저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카카오의 인공지능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신아 대표를 교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적과 거꾸로가는 사회적 시선, 그 중심에 놓여있는 CA협의체문제는 새로 역사를 쓰고 있는 카카오의 실적과 달리 사회적 신뢰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놓여있는 조직이 바로 CA협의체다.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CA협의체 고위 임원의 자녀 결혼식에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 임원이 자녀 결혼식에 직원들을 불러 축의금 수납과 하객 안내 업무를 맡았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운 것', '도운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다'는 해명도 나왔지만 직장 내부의 상하관계를 살피면 자발성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도 여전하다.CA협의체 인사들과 관련된 논란은 이 밖에도 많다.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긴 했지만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전 CA협의체 투자총괄 대표, '회의 욕설 논란'으로 2024년 3월 해고된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대표 등이 대표적 사례다.CA협의체의 일원은 아니지만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거론되며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홍민택 CPO의 논란과 관련해 홍 CPO의 전 직장인 토스의 문화를 지적하는 시선이 나오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강압은 토스의 방식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CA협의체와 카카오 고위 임원인사, 결국은 정신아 연임에 달렸다재계에서는 정신아 대표의 연임 여부가 CA협의체를 포함한 카카오 그룹 고위 임원들의 인사, 나아가 조직개편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카카오가 일반 대기업처럼 정기 연말인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아 대표의 임기 만료, 계열사 CEO의 교체 혹은 연임 등과 맞물려 대규모 인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정신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CA협의체의 총괄 대표, 위원장 등 핵심 보직을 교체하고 인사·전략 기능을 대표이사와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현재 CA협의체의 총괄대표와 위원장은 정신아 대표(CA협의체 의장)을 포함해 정종욱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장, 이나리 CA협의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신종환 CA협의체 재무총괄대표, 황태선 CA협의체 협의체총괄대표 등으로 구성돼있다.이 가운데 사내이사로서 임기를 부여받고 있는 인물은 정신아 대표와 신종환 총괄대표 뿐이며 정 위원장, 이나리 위원장, 황태선 총괄대표는 미등기이사로서 CA협의체의 업무를 보고 있다. 홍민택 CPO 역시 사내이사가 아니라 미등기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임기가 2027년 3월까지인 신종환 총괄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카카오 '수뇌부'의 대부분이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정신아 대표 연임이 무산된다면 CA협의체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신아 대표는 현재 CA협의체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정신아 대표가 실적 측면에서는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가 카카오가 그동안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었던 만큼, 정신아 대표의 교체는 카카오가 '실적'보다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올해 계열사의 수 자체를 대폭 줄인 만큼 카카오의 인사는 단순히 계열사 CEO들의 연임이냐 아니냐를 넘어 카카오 전체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
풍산 신소재 개발과 방산 생산량 증대 집중, 전문경영인 박우동·손신명·황세영·서정국 역할 분담
박우동 풍산홀딩스 및 풍산 대표이사 부회장 <풍산>[씨저널] 류진 풍산 회장은 사업부문별로 전문성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을 기용해 자율경영을 보장하면서 시너지와 효율성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그룹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현재 풍산그룹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는 박우동 풍산홀딩스 및 풍산 대표이사 부회장, 손신명·황세영·서정국 풍산홀딩스 및 풍산 부사장이 있다.류 회장은 이 전문경영인 4명을 모두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 사내이사로 기용하면서 각각의 전문성과 역할 분담을 통한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류 회장 본인은 풍산홀딩스 이사회에 진입해 있지 않다.박우동 부회장은 방산 전문가, 손신명 부사장은 신동(구리) 사업 전문가로 각각 평가받는다. 황세영 부사장은 재무 전문가이며, 서정국 부사장은 경영지원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류 회장은 이들에게 회사의 신성장동력 마련과 신사업 발굴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박우동·손신명·황세영·서정국의 전문성박우동 부회장은 오랫동안 류진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방산 분야 전문가다.1951년생으로, 영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풍산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동래공장장, 안강공장장, 방산총괄 수석부사장을 지냈고, 2018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 2021년 풍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종합생산관리(TPM)'를 도입하고 완성탄과 탄약 부품, 동합금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22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손신명 부사장은 풍산의 대표적인 구리 사업 전문가다. 196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1990년 풍산에 입사해 압연사업부장, 일본법인장, 신동총괄 등을 지냈다.황세영 부사장은 풍산의 재무 전문가로 평가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다.1965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1992년 외환딜러로 한미은행에 입사했고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장을 역임했다. 2018년 풍산홀딩스 상근감사로 합류했다.서정국 부사장은 풍산에서 오랫동안 경영지원 업무를 해온 살림꾼이다.1960년생으로 경북대학교 행정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헸다. 풍산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경영지원실, 안전환경경영실, 통합구매실을 총괄하고 있다.◆ 신소재 개발과 방산 생산량 증대 집중풍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기존 신동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기능 정밀 소재(HPA), 특수 도금 소재, 압연 박판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구리 소재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고기능 정밀 소재는 높은 내구성과 정밀성이 요구되는 전자부품, 반도체, 배터리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수 도금 소재는 전기차·항공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압연 박판은 경량화와 고효율화를 요구하는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아울러 계열사인 풍산디에이케이, 넥스포에서는 2차전지 전극단자 소재, 2차전지 부품 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풍산의 방산 사업부문에서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산역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 1742억 원을 투입해 안강공장, 부산 공장 등 방산 공장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2025년 7월에는 방산 자회사인 풍산FNS 논산 2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탄약 핵심 부품인 신관을 생산하게 된다. 2026년 1월 말 완공이 목표다.풍산이 생산능력 확대에 힘쓰는 이유는 수출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풍산은 지난 9월 현대로템과 대구경 탄약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31년 9월30일까지이며, 계약 규모는 약 8300억 원에 이른다.현대로템은 앞서 8월 폴란드 군비청과 약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180대 2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수출계약에 따라 K2 전차가 사용하는 120mm 탄약 공급 계약을 풍산과 맺은 것이다.풍산과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향 K2 180대 1차 수출계약에 의해서도 2934억 원 규모의 120mm 탄약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한국과 폴란드 양국이 기본 합의한 K2 전차 수출 규모는 1천 대이다. 따라서 향후 현대로템이 추가 수출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풍산 역시 추가 탄약을 납품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폴란드가 앞으로 1천 대 이상의 전차를 추가 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풍산은 K-방산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인 K9 자주포의 탄약인 155mm 포탄도 공급하고 있다. K9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023년 1647억 원, 2025년 2월 3585억 원 규모의 계약을 각각 맺었다.풍산은 항공우주산업 분야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산학 공동으로 정밀기계부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이승열 기자
풍산 구리 사업 때문에 방산 사업도 저평가 돼 주주들 볼멘소리, 류진 인적분할 검토할까
류진 풍산 회장이 2023년 9월19일 여의도 FKI타워 앞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씨저널] 풍산의 사업부문은 크게 신동(구리)사업부와 방산사업부로 나뉜다.신동사업부에서는 구리 및 동합금 소재로 판(sheet), 대(strip), 리드 프레임(lead frame) 소재, 봉(bar), 선(wire), 주화용 소전(coin blank) 등을 만든다.방산사업부에서는 각종 군용 탄약과 포탄, 스포츠용 탄약(스포츠탄), 추진화약과 탄약부분품 등을 생산한다.매출액 비중은 신동이 70%, 방산이 30% 정도다. 2025년 상반기 매출액 기준으로는 70.1% 대 29.9%였다.그런데 풍산의 구리 사업은 실적이 정체 국면인 반면 방산의 성장세는 꾸준하다.구리 사업 매출액(이하 별도기준)은 2021년 1조8160억 원에서 2022년 2조3563억 원으로 29.75% 성장한 이후 2023년 2조1110억 원, 2024년 2조3235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구리 산업은 국제 구리 시세에 따라 부침이 크다.반면 방산 부문의 매출액은 2021년 7400억 원, 2022년 9009억 원, 2023년 9896억 원, 2024년 1조1791억 원으로 한 해도 쉼 없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전사 영업이익 중 방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정확한 부문별 이익은 공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2024년 풍산의 방산 부문 영업이익이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봤다.주주들 사이에서는 풍산이 다른 방산기업들에 견줘 기업가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실제로 국내 방산기업들은 방산 수출 붐을 타고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예컨대 11월17일 종가기준으로 주요 방산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20과 9.06, 한국항공우주산업은 62.99와 6.35, 현대로템은 52.79와 10.50, LIG넥스원은 42.17과 7.65를 각각 기록했다.반면 풍산은 PER 12.24, PBR 1.28에 그쳤다.이 때문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풍산을 언급하고 있다. 방산 부문이 주식시장에서 온전하게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다만 풍산은 2022년 9월 방산 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반발로 같은 해 10월 이를 철회한 바 있다.최근 기업의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로 빼내는 데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어서, 풍산이 분할을 추진하더라도 인적분할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류진은 인적분할 추진할까풍산의 지배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오너인 류진 회장이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를 통해 풍산과 풍산특수금속, 풍산메탈서비스, 풍산화동양행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림이다.류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고 옥상옥 형태로 있는 가족회사 등의 변수도 없어 지배구조상 인적분할에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업계는 풍산의 인적분할이 이뤄진다면 방산 사업을 가지고 독립하는 회사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신동 사업 역시 여전히 안정된 실적을 내고 있어서 방산 부문을 떼어낸 잔존 법인의 기업가치가 기존 풍산에 견줘 크게 훼손될 우려는 적어 보인다.유사 사례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한화비전과 반도체 장비 사업을 하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적분할을 통해 떼어내고 방산과 항공 사업만 남겼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대장주 지위에 올라섰다.두 사업의 상호연관성이 적은 것도 인적분할에 힘을 싣는 이유가 된다. 구리와 방산 사업은 구리를 기반으로 하는 비철금속 소재 산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고객, 판매시장이 거의 다르다고 평가된다.류진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류 회장의 아들인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 PMX 인더스트리 부사장은 미국 국적 때문에 방산업체인 풍산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류 회장이 인적분할 후 신동 사업 법인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다만 류진 회장이 풍산 고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섣불리 무너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구리와 방산의 두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풍산의 역사 때문이다.아울러 류 회장은 인적분할 이후 두 법인의 경영관리와 조직관리 측면에서 효율성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풍산 관계자는 인적분할 내부 논의 여부를 묻는 씨저널의 질문에 "진행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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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흑자전환과 성장 놓고 보면 이은미 연임 따논 당상인데, 내부통제 이슈는 걸린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행장이 2025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토스뱅크 2025 미디어데이' 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토스뱅크> 토스뱅크는 2021년 출범 이후 홍민택 전 대표, 이은미 대표 등 두 명의 행장을 겪었다. 이 가운데 홍민택 대표는 3년의 임기를 마친 이후 연임 없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첫 연임 심사대에 올랐다. 한쪽에서는 토스뱅크에서 첫 연임 CEO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토스뱅크는 2024년 기준 당기순이익 457억 원을 내면서 설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 175억 원 적자에서 단숨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은미 대표는 2024년 3월28일 취임사에서 "2024년을 토스뱅크 첫 연간 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실현한 것이다. 흑자 전환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은 4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고,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884억 원 수준으로 8~9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올해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가 이은미 대표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업계 최고 수준 NIM·비이자수익 성장, '이자 장사' 넘어선 수익구조 만든다 이은미 대표가 토스뱅크에 불러온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수익구조 자체의 질적 개선이다. 토스뱅크의 명목 순이자마진(NIM)은 2023년 상반기 1.92%, 2024년 2.47%를 거쳐 2025년 상반기 2.57%까지 상승했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이 자산 운용으로 얻는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뿐 아니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수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토스뱅크의 2025년 상반기 NIM인 2.57%는 같은 기간 기준 카카오뱅크(1.92%), 케이뱅크(1.36%) 등 같은 인터넷뱅크 경쟁자들 뿐 아니라 4대은행(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의 평균 NIM인 1.55%도 큰 격차로 따돌리는 수치다. 비이자수익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토스뱅크의 2025년 상반기 기준 수수료 이익은 7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증가했다. 수수료비용을 포함한 순수수료손익은 여전히 285억 원 적자에 머물러있지만 적자 규모 자체는 2024년 상반기보다 4.2% 줄었다. 토스뱅크는 고객 맞춤형 체크카드, 무료 환전 외화통장, 보험·투자 중개, '지금 이자받기' 등 토스 플랫폼과 연계된 수수료 기반 상품을 확대하면서 대출 이자 수익모델 중심의 은행에서 플랫폼 기반 수익 모델을 갖춘 은행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자이익에 더해 비이자·운용수익 비중이 빠르게 커지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라며 "비이자수익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토스뱅크가 수년 내 플랫폼 기반 BEP(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익성 개선과 맞물린 토스뱅크의 외형성장, 포용금융과도 함께 컸다 외형 성장 역시 이은미 대표의 연임 관련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토스뱅크는 출범 2년 7개월 만인 2024년 4월 고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 토스뱅크의 고객 수는 2024년 말에는 1178만 명, 2025년 10월 기준으로는 1375만 명까지 늘어났다. 고객 수의 성장과 함께 여신·수신도 증가했다. 2025년 2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여신 잔액은 15조1300억 원, 수신 잔액은 30조500억 원을 기록했고 총자산은 2024년 2분기 말 31조 원에서 2025년 2분기 말 33조 원으로 확대됐다. 외형 성장의 배경에는 '포용금융'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4년 동안 중저신용자 35만 명에게 9조5천억 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했으며, 인터넷은행 최초로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 개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체크카드, 미성년자 대상 계좌 등 금융 소외 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았다. ◆ 미국 IPO 앞둔 모회사, 토스뱅크의 실적과 건전성이 더 중요한 이유 한쪽에서는 토스뱅크의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이은미 대표 굳이 교체할 유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10월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개정을 통해 발행예정주식총수를 2억5천만 주에서 20억 주로 확대하고 1주당 의결권을 1개로 명문화하는 등 상장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영문 상호 'Viva Republica'를 추가하기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과정에서 그룹 내 은행 계열사의 실적 안정성과 자본 적정성, 리스크 관리 체계는 글로벌 투자자 신뢰와 직결되는 요소다. 토스뱅크의 BIS(자기자본비율)는 2023년 12.8%에서 2024년 15.9%, 2025년 상반기 16.35%로 꾸준히 증가했다. BIS는 은행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2024년 상반기 1.23%에서 2025년 상반기 0.98%로 0.25%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회수 의문, 추정손실 포함)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역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NPL 커버리지 비율(대손충당금 적립률) 역시 같은 기간 199.57%에서 287.83%로 88.26%포인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1.27%에서 1.2%로 낮아졌다. 다만 이은미 대표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도 있다. 바로 내부통제다. 토스뱅크에서는 올해 5월30일과 6월13일, 두 차례에 걸쳐 내부 직원이 약 27억8600만 원의 법인계좌 자금을 본인의 계좌로 이체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뱅크에서 발생한 첫 횡령 사고로 기록됐다. 토스뱅크는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을 고도화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과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월에는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및 고객확인 의무와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기관주의·과태료)를 받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나 금융당국의 제재 이력은 내부통제·지배구조 리스크로 인식돼 미국 감독당국과 투자자 심리에 직접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자회사이자 수익 및 사업 성장의 중추인만큼 토스뱅크의 내부통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인터넷 뱅크 최초의 '여성' 행장에서 토스뱅크 최초의 '연임' 행장으로 이은미 대표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첫 여성 행장이자, 국내 은행권 전체 기준 네 번째 여성 은행 CEO다. 강신숙 전 수협은행장이 지난해 11월 물러난 이후, 이은미 대표는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 함께 단 둘뿐인 여성 행장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인사가 '연임'과 관련된 인사인만큼, 이은미 대표에게는 '여성 행장'이라는 상징성보다 그가 이뤄놓은 여러 가지 '숫자'들이 훨씬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미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 대표 개인이 갖는 상징성 역시 '인터넷은행의 첫 여성 행장'에서 벗어나 '토스뱅크의 첫 연간 흑자를 이뤄내고 연임에 성공한 첫 번째 행장'으로 변화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은미 대표 본인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은미 대표 취임 이후 토스뱅크의 실적,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움직임 등을 살피면 현재로서는 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게임업계 '싱글 콘솔 대작' 흐름인데 카카오게임즈 신작 방점은 '온라인', 한상우 실적개선 차별화 전략은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원배 슈퍼캣 대표가 7월1일 프로젝트OQ(가칭)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게임즈가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 대형 MMORPG와 온라인 액션 RPG 4종을 실적 반등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업계 전반의 '싱글 콘솔 대작' 제작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75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적자는 2024년 4분기부터 이번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매출이 올해 2분기보다 10%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부문의 둔화를 PC온라인 매출의 급증으로 상쇄하고 있는 모양새다. ◆ 카카오게임즈의 길어지는 실적 부진,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패 탓인가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둔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MMORPG 중심 매출 구조에 신작 공백이 겹치며 인건비·마케팅비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MMORPG를 포함한 라이브서비스 게임들은 출시 이후에도 서버·게임 운영,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지속적으로 비용이 지출된다. 매출과 관계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버닝 코스트'라고 부른다. 결국 라이브서비스 게임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버닝 코스트를 넘어서는 매출이 꾸준히 발생해야 한다. 게임사들이 종종 개발비가 대규모로 들어간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결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하반기 반등 카드로 제시됐던 '가디스오더'다. 가디스오더는 올해 9월24일 출시됐지만 출시 이후 매출과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카카오게임즈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11월12일 가디스오더의 업데이트 중단 소식을 발표하며 추가 개선과 운영을 지속할 재무 여력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관련 법적 절차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디스오더의 유통사인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가디스오더 이용자들의 환불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사로서 책임을 지고 이용자들의 환불 문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자세로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재무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카카오게임즈를 지탱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다. 대표적 게임이 바로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배틀그라운드다. 오딘은 올해 6월 4주년 대규모 업데이트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이어가고 있으며 11월25일 기준으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매출도 대형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업데이트에 힘입어 PC게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과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퍼블리싱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실적 구조가 신작 실패로 생긴 공백을 오딘과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얼마나 오래 메워주느냐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만약 이 두 IP의 매출 추세가 꺾인다면 비용 절감만으로는 적자 확대를 막기 어렵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오딘 역시 서비스 5년 차에 접어든 만큼, 버닝코스트 대비 매출 유지 여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한상우 대표가 지목한 4대 기대작, 모두 '온라인·MMORPG 축' 한상우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프로젝트Q(가칭), 프로젝트OQ(가칭), 크로노 오디세이,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4개의 게임을 핵심으로 꼽고 2026년 실적 반등을 자신했다. 한 대표는 이 네 가지의 게임을 언급하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다양한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고 그 가운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게임은 총 4개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일정이 조정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 타이틀의 공통점은 모두 본질적으로 다중접속온라인(MMO) 구조를 갖춘 MMORPG, 혹은 온라인 액션 RPG라는 것이다. 프로젝트Q와 프로젝트OQ는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와 아키에이지크로니클은 장르 명은 온라인 액션 RPG라고 발표됐지만 PC게임 구매 플랫폼 스팀의 게임 설명에는 'MMORPG'라고 표기돼 있다. 문제는 한동안 국내 게임업계를 주름잡았던 MMORPG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MMORPG는 넷마블의 뱀피르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등 두 개뿐이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오딘 등의 MMORPG들이 매출 순위를 1위부터 모두 석권하고 있을 때와 사뭇 달라진 광경이다. 현재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MMORPG들이 대부분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라는 점도 현재 게임업계 매출 구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20위 안에 위치하고 있는 5개(출시 직후인 아이온2 제외)의 MMORPG 가운데 절반 이상인 3개(리니지W, 리니지M, 오딘)가 2021년 이전 제작된 게임이다. ◆ 업계는 콘솔·서브컬처로 무게 이동, 엔씨소프트마저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콘솔·PC 패키지 게임과 서브컬처 RPG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며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통해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며 크래프톤 역시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 등으로 콘솔·패키지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네오위즈 'P의 거짓' 등 싱글플레이 콘솔 타이틀은 각각 수백만 장 판매고를 올리며 K-콘솔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2026년 1월에는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으로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서브컬처 RPG와 수집형·스토리형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 역시 최근 게임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넥슨은 '블루아카이브'를 통해 서브컬처 게임의 본산인 일본 시장의 공략에 성공했으며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 역시 출시 3년이 지난 현재에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는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네오위즈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으며 MMORPG의 명가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마저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 2026년 MMORPG·온라인 '올인' 구조, 성공해도 실패해도 변곡점 MMORPG 자체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장기 라이브 매출을 통해 매우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전략을 긍정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3형제(M, 2M, W)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등은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동안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전체적인 흐름이 IP를 전면에 내세운 싱글플레이 콘솔게임, 혹은 서브컬처 게임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MMORPG 장르도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벗어난 작품들은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넷마블의 뱀피르, RF온라인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넥슨의 마비노기모바일 등은 흥행에 성공해 현재 넷마블과 넥슨의 '효자 게임'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MMORPG 장르 게임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을 두고 한동안 게임 이용자들이 호소하던 'MMORPG 피로감'은 장르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지나친 과금 유도, 유저간 경쟁 중심의 소위 '리니지 라이크'의 한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크로노 오디세이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에서 액션, 시간조작, 패키지 방식의 판매 등을 통해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라며 "만약 게임 이용자들이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들에 공감한다면 한 대표의 전략이 카카오게임즈의 턴어라운드를 불러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류진 풍산 승계 어떻게 하나, 아들 한국 국적 포기해 방산업체 소유와 경영 장벽 높아
류진 풍산 회장은 미국 국적인 장남의 승계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외국인의 방위산업체 지분 또는 경영권 취득에는 엄격한 법적 규제가 적용된다. <그래픽 씨저널> 풍산은 크게 봤을 때 신동(구리) 사업과 방산(방위산업) 사업 등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풍산의 지분구조를 보면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가 38.00%로 최대주주다. 이어 전문경영인들인 박우동 부회장, 손신명 부사장, 황세영 부사장, 서정국 부사장 등이 소량(도합 0.02%)을 들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8.02%다.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는 오너인 류진 회장이 37.61%로 최대주주다. 이어 부인인 헬렌 노(한국명 노혜경)씨 5.41%, 딸인 류성왜씨 3.25%, 아들인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 부사장 2.43% 순이다. 그 외 전문경영인 4명이 소량(도합 약 0.05%)을 들고 있으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8.76%다. 류진 회장의 아들인 류 부사장은 풍산의 미국 자회사 PMX 인더스트리(PMX Industries)에서 일하고 있다. 딸 류성왜씨 역시 풍산 미국 자회사인 PMC 애뮤니션(PMC Ammunition)에서 근무한다. 풍산은 오너 3세로의 지분 및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매우 더디다고 평가받는다. 오너 2세인 류진 회장(1958년생)의 나이가 60대 후반임을 고려할 때 승계 계획이 빠르게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풍산의 후계 승계에는 다른 기업과는 다른 특별한 문제가 있다. 바로 류 회장 장남의 국적과 관련된 문제다. ◆ 국적 논란으로 류진 아들 승계 가시밭길 류진 회장의 부인인 노씨와 아들인 류 부사장은 각각 2000년, 2010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이어 스탠퍼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로펌인 밀뱅크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2024년 4월 풍산 미국법인인 PMX 인더스트리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구리와 구리합금 가공 사업을 한다. 류 부사장의 국적 포기는 병역기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병역법상 복수국적자인 남성이 국적 이탈신고를 할 수 있는 기한은 만 18세가 되는 연도의 3월31일로 정해져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국적을 이탈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류 부사장은 만 17세에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류 부사장의 국적이 문제가 되는 것은 풍산이 방산업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이 방위산업체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CEO 등 주요 임원에 선임되려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반드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허가 신청을 받으면 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국가안보 위해성 심사 등 심의를 실시하고 국방부 장관과의 협의도 거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방위산업체의 경영권이 바뀌는 지분 매매의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의 보안측정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만약 지분 및 경영권 취득에 성공한다고 해도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난관이 뒤따른다. 외국인이 경영상 지배권을 가진 업체가 국가 전략무기사업에 참여하려면 방위산업법에 의해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산과 같은 방산업체의 경영에 외국인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승인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류 부사장이 풍산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까지 장애물이 가득하다. 류 부사장이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만 38세 이후 한국 국적 회복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적 이탈 과정에서 병역기피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국적 회복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비난이 만만치 않다. 탄약, 포탄 등 핵심 무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풍산의 경영권을 외국인이 갖게 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의 방위산업체 지배에 관한 법적 규제가 방위산업체의 모회사나 지주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모회사의 지배구조 변화가 방위산업체의 경영 지배권에 실질적인 변화를 미치는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풍산 관계자는 승계 계획에 대한 씨저널의 질문에 "알려진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 류진은 누구? 류진 회장은 1958년 경북 안동에서 류찬우 풍산 창업주(1923~1999)의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류찬우 선대회장은 일본에서 무역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출자해 1968년 풍산을 세웠다. 풍산은 198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고, 2008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류진 회장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1982년 풍산에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1999년 부친이 별세한 후 2000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2008년 지주회사 설립 후 풍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가 2025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 풍산 대표이사 자리만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정·재계와 스포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마당발이자 '미국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 한국비철금속협회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다. 이승열 기자
뉴 CEO 프로파일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미국 국적자로 암젠·오라클·볼보 등서 글로벌 경험 축적, 유동성 악화 문제아서 버팀목으로 [2025년]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회계사·컨설턴트 출신 글로벌 바이오 경력 축적, 매출·이익 확대 집중할 때 [2025년]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30년 경력 영업전문가, 렉라자 후속 신약개발·신사업 추진 집중 [2025년]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코오롱 제조부문서 잔뼈 굵어, 건설 계열사 포트폴리오 다각화 특명 [2025년]
뉴 채널 WHO
엔비디아 의존도 줄이는 빅테크 기업들, 구글 '제미나이'로 AI 반도체 독립 증명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엔비디아 의존을 낮추는 데 성공 사례를 보여주며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을 사실상 독점
여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초과 구간 신설 합의, 세율은 최대 30%
여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최대 30%로 하고 과세 구간에 '50억 원 초과'를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조세소위 위원장은 28일
비트코인 약세장 예고 신호 나타나, 대형 투자자 물량 거래소로 대거 이동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대형 자산가들이 물량을 거래소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세장 예고 신호로 꼽힌다.
가상화폐 전문지 더블록은 27일 조사기관 크립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개발 뚝심,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에 수확
두산에너빌리티가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터빈 발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전력부족 문제
crown
CEO UP & DOWN
기아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의 첫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더 기아 PV5’가 한국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 상을 받았다. 기아는 19일(현지시각)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 박람회 ‘솔루트랜스’에서 PV5가 ‘2026 세계 올해의 밴’을 수상했다고 20일 밝혔다. 1992년부터 세계 올해의 밴을 선정한 이래 한국 브랜드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 가운데서도 최초 수상이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PV5가 데뷔와 동시에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된 것은 기아가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전 세계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어갈 것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총괄사장
박철희
호반건설이 ‘경영권 부당 승계’ 오명을 벗게 됐다. 건설사가 수익이 날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단순히 낙찰 받은 공공택지를 계열사에 양도한 것이 ‘부당한 지원행위’라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에 법원이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호반건설이 공정위 제재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과징금 608억 원 중 364억6천여만 원을 취소하라”고 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공공택지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무상 지급 보증을 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시행사에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는 호반건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휠라홀딩스 대표이사
윤근창
‘K패션’ 업계가 불황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의 호실적이 두드러진다. 미스토홀딩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82억 원, 영업이익 13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 41.2% 증가했다. 이호연 미스토홀딩스 CFO는 “3분기에도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효율적 자산 운용을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5대 패션사(삼성물산, LF,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코오롱FnC)는 전년도보다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올해 3분기 실적이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장인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유해가스가 유출돼 작업자 3명이 중태에 빠졌다. 포스코그룹에서 올해만 노동자 6명이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일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50대 용역업체 작업자 2명과 40대 포스코 직원 1명이 가스를 흡입해 쓰러졌다. 당국은 슬러지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작업자가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포스코이앤씨,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등 포스코그룹 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만 6명이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반복된 사고를 막기 위해 8월1일 안전특별진단 TF를 가동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
김범석
쿠팡에서 4500여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개인정보 노출 시점으로부터 열흘 넘게 이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은 “18일 고객 4500여명의 개인정보가 비인가 조회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회된 정보는 고객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등 배송 정보와 최근 5건의 주문 정보로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실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침해사고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6일 오후 6시38분 자사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12일이 지난 18일 오후 10시52분으로 기록돼 있다. 쿠팡이 침해 사실을 열흘 넘게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확한 유출 시점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