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유저에서 애증의 대상 윤명진, 네오플 개발자 파업 실타래 어떻게 풀까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8-04 08:37:44
던전앤파이터 유저에서 애증의 대상 윤명진, 네오플 개발자 파업 실타래 어떻게 풀까
윤명진 네오플 대표이사 사장은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명진'이라는 이름을 바꾼 '띵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윤명진 네오플 대표이사 사장은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던전앤파이터의 총괄디렉터를 맡았던 경력 때문이다.

네오플 노조의 파업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7월까지 월~수요일에 진행했던 파업을 8월부터 주5일 전면파업으로 전환했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전면 파업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이번 파업은 노동자와 회사뿐 아니라 회사의 고객인 게임 유저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발자와 유저 사이에서 오랜 시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온 윤명진 사장이 이번에는 네오플 전체의 대표로서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소통왕’과 ‘성장 아저씨’ 사이, 호불호 크게 갈리는 디렉터로서의 시간

윤 대표는 ‘디렉터’라는 직업이 유저들에게 생소했을 당시부터 각종 콘텐츠를 통해 게임 유저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왔던 인물이다. 

2014년부터 던전앤파이터의 콘텐츠 디렉터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총괄디렉터로서 던전앤파이터 게임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윤 대표는 총괄디렉터를 처음 맡으면서 유저 소통행사인 ‘던전앤파이터로ON 2021 써머’에 출연해 각종 유저 친화적인 패치를 진행해 나갈 것을 약속했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 ‘소통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매달 디렉터 노트(총괄 디렉터가 게임의 운영 방향을 유저들에게 공유하는 것)를 쓰고 라이브 소통 방송도 자주 진행하는 등 유저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은 운영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가 ‘말뿐인 소통’을 한다며 비판하는 유저의 수도 많았다. 

윤 대표가 유저들과 많은 소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당시 던전앤파이터의 운영을 살펴보면 유저 친화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은 윤 대표가 총괄했던 시즌 8 패치다. 이 패치는 장비 성장체계가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당시 이 불합리함을 이기지 못하고 게임을 그만두는 유저들이 대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의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은 이 시즌을 ‘성장 시즌’이라고 이름붙이고 좋지 못한 기억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윤 대표가 일부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 ‘성장 아저씨’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 시즌 8 패치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를 오래 플레이 해온 한 유저는 “윤명진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애증의 인물”이라며 “윤 대표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유저들이 소위 ‘빠’와 ‘까’로 갈려 논쟁을 벌이곤 한다”고 말했다.

◆ 한국 게임업계 첫 전면파업, 관전 포인트는 ‘유저의 여론’

현재 네오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면 파업은 수익 배분, 성과급 구조, 임금 인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동자와 사측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시작됐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해 네오플 영업이익 9824억 원 가운데 4%(약 393억 원)를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발생 원인이나 노조의 요구사항 등을 살펴보면 산업계에서 흔히 진행되는 파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네오플 노조의 파업은 산업계의 다른 파업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던전앤파이터 유저들, 즉 소비자들이 비교적 분명하게 회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노사갈등 측면에서 기업보다는 노동자에게 공감하곤 한다. 특히 게임 유저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실제로 만들어낸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노사갈등 국면에서 회사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파업이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유저들이 던전앤파이터의 운영에 지쳐왔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밸런스 조정 실패, 일러스트 논란, 오랜 시간 쌓여온 콘텐츠 운영에 대한 불만 등이 던전앤파이터 20주년 행사 취소라는 기폭제를 통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네오플은 이번달 9~1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DNF유니버스2025’(20주년 행사)를 열기로 했었지만 행사는 돌연 취소됐다. 유저들은 노조가 파업 기간을 8월8일로 정한 것이 행사 취소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협회장은 던전앤파이터 커뮤니티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파업 시기 선정은 2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한데이 행사를 인질로 잡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노동자 권익을 지지하는 여론이 왜 이번에는 노조 편에 서지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20주년 행사 취소가 파업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들은 20주년 행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인 상황이라고 판단했으며 파업 중이란 이유만으로 돌연 취소될 만큼 허술하게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으며 행사 진행을 방해한 사실도 없다”라며 “결과적으로 파업 시기가 행사와 겹치면서 이용자들의 오해가 생길 수 있었던 점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윤명진과 던전앤파이터의 오랜 동거, 유저와 개발자와 회사 삼각관계 이어줄 수 있을까

윤 대표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유저와 개발자, 회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파업의 구도 때문이다. 

그는 2008년 네오플에 개발자 평사원으로 입사해 던전앤파이터 콘텐츠 디렉터, 던전앤파이터 총괄 디렉터를 거치며 결국 2022년 네오플의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윤 대표에게 던전앤파이터는 개발자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던 게임인 셈이다.

개발자 출신으로서 개발자 조직 내부의 정서와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로ON’을 통해 유저들의 요구와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인물이면서 동시에 현재는 회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경영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파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있는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윤 대표라는 뜻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대표가 최근 ‘쌓인 불만에는 퇴사가 답’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비판받고 있긴 하지만 엄청난 커리어로 개발자 사이에서 전설적 인물이기도 하다”라며 “유저와 개발자 모두의 언어를 아는 인물인만큼 이제는 윤 대표가 책임 있는 조정자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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