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전문경영인 내세웠지만 변화 찾기 어려워, 박성수 '구멍가게' 경영의 한계인가
안수진 기자 jinsua@c-journal.co.kr 2025-08-01 08:46:42
이랜드 전문경영인 내세웠지만 변화 찾기 어려워,  박성수 '구멍가게' 경영의 한계인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이대 앞 옷가게에서 시작해 현재의 이랜드그룹을 일궈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창업주인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2019년 이랜드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박 회장이 경영할 당시 제기됐던 투명성 부족과 내부거래, ESG 부실 등의 문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랜드그룹을 따라다니고 있다.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과 사외이사 부족 등의 거버넌스 문제가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과 맞물리며 의사결정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이라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랜드 계열사 29개 가운데 4개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는 유일하게 계열사 ‘이월드’에 있는 2명뿐이다. 

결국 오너 경영이 물러난 자리를 실질적 독립성과 견제장치 없이 채운 '형식적 전문경영'이 이랜드의 구조적 한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오너는 물러났는데 왜 바뀐 게 없을까, 이랜드 전문경영 체제의 허상

이랜드는 외형상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의 중심은 여전히 오너 일가가 쥐고 있다. 

박성수는 지주사 이랜드월드 지분 40.68%, 배우자 곽숙재 씨가 8.06%를 들고 있다. 박 회장은 경영권은 내려놓았지만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박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2018년 33.92%에서 6.76%포인트 늘었고 곽숙재 씨도 같은 기간 6.72%에서 1.34%포인트 늘었다.

이랜드그룹 지배구조는 박 회장에서 이랜드월드를 통해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2019년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28.7%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100%를 들고 있다. 

오너의 지배력 자체가 문제되는 건 아니지만 오너의 전횡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내부거래로 사익 챙기기나 노동 착취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전문경영인의 경영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주요 전략 결정이나 구조조정, 투자 등의 핵심 의사결정에서도 오너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어 ‘전문경영인 경영의 탈을 쓴 오너경영’으로 변질되기 쉽다.

경영을 맡은 전문경영인이 실질적 권한이 없고 지분을 가진 오너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할 때, 의사결정 권한과 경제적 이해가 괴리되기도 한다. 

전문경영인은 단기성과에만 집중하거나 오너를 지나치게 의식해 자율적 판단이 어렵고, 오너 일가는 ‘경영권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이나 자산, 의사결정 간접개입 등 실익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랜드만의 경영철학 이면 탐구, 사실상 감시 수단 없는 ‘폐쇄적 구조’

소수의 인물들이 이랜드그룹 전체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것도 이랜드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오너가 이들을 통해 계열사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는 이랜드리테일, 황성윤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이랜드팜앤푸드를 비롯한 4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동시에 맡았다.

한쪽에서는 이랜드 그룹이 계열사들을 상장하지 않는 것이 외부의 간섭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랜드 기업은 현재 이월드와 이리츠코크랩부동산투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가 비상장사다. 

2016년에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긴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랜드 내부 계열사들은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성수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받아왔으나 ‘기업가치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상장을 미뤄왔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직원들은 '피곤한 왕국' 벗어날 수 있을까

박성수 회장의 '제왕적인' 경영 방식은 내부적으로도 끊이지 않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평촌 물류센터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한 여성직원이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를 안일하게 대처했다. 

해당 직원에게 ‘2주 유급휴가’를 줬을 뿐 업무상 재해 관련 대책에는 변화가 없어서다. 

‘안전사고’ 문제는 올해 이랜드건설에서도 4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7월21일에는 서울시 중랑구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작업도중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5월에는 대전 봉명동 현장에서 중장비 부품이 구조물과 함께 떨어지면서 60대 기사가 깔려 숨졌고 4월에도 서울 마곡동 현장과 중랑구 현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이 사망사고를 수사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만 들어 4번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직원에게 ‘강요된 사내 문화’도 문제가 된 바 있다. 

2023년에는 송년행사 '송페스티벌'에서 직원들에게 강제적인 춤 연습을 시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 감독을 받았다. 

회사 특유의 기독교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수백명의 임직원이 동원됐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불만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과거에도 이랜드는 2009년 비정규직 대량 해고, 2016년 애슐리 임금 체불 등 노동 관련 문제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등 '갑질' 논란까지 이어지며 '이랜드 왕국'의 그림자는 직원들에게 드리워지고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는 기업은 한 번에 망가지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은 기업일수록 경영이익을 사익 채우기 수단으로 사용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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