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사장이 배당과 자사주를 두고 골머리를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 겸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이 상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는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샘표를 통해 사들인 자기주식(자사주) 30% 가까이를 강제로 소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아울러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서 샘표의 소액주주들이 배당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샘표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4%대에 불과해 이른바 '짠물배당'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 샘표가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이유
샘표는 2025년 2분기 말 기준 발행주식의 29.92%에 해당하는 86만332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2025년 7월25일 종가(4만8600원) 기준 418억 원어치에 달한다.
샘표가 이처럼 높은 비중의 자사주를 들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진선 샘표그룹 사장의 아버지 고 박승복 회장은 1997년 이복동생 박승재 전 사장과 경영권 다툼 끝에 1998년 주주총회에서 승리했다.
2006년에는 박승재 전 사장의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 마르스 1호와 6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마르스 1호는 공격적으로 샘표 지분을 사들였고 샘표 특수관계인과 지분 차이가 0.4%포인트로 대폭 좁혀졌지만 풀무원이 샘표의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샘표그룹 오너일가는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은 상황에서 2011년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자, 샘표 오너일가는 2012년 샘표를 활용해 지분을 공개매수했다.
당시 공개매수의 목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의 근원적 안정이 꼽혔다.
이 무렵 마르스 1호는 6년간 50% 넘는 수익률을 거둔 뒤 보유 중인 지분을 샘표에 전량 넘겼고 그 결과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굳힐 수 있었다.
이것이 막대한 규모의 자사주를 들고 있게 된 배경이 된 셈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뼈아픈 경험을 했던 박진선 사장으로서는 자사주를 쉽게 소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을 뼈대로 하는 법안들이 연달아 발의되면서 박 사장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 배당정책 및 주주 요구
상법이 개정되면서 배당을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샘표는 배당이 적은 것으로 유명해서다.
샘표는 샘표식품과 인적분할을 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년간 누적 당기순이익 859억 원 대비 배당금 총액은 37억 원에 불과하다. 배당성향 4.3% 수준인 것이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에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번 돈의 몇 퍼센트를 주주들에게 나눠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샘표는 번 돈의 4.3%만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고 볼 수 있다.
샘표의 핵심 자회사 샘표식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샘표식품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배당금으로 82억 원을 지급했지만 같은 기간 샘표식품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누적적으로 1424억 원에 달한다. 배당성향이 5.7%에 불과한 것이다.
샘표식품의 소액주주(36.4%)들은 단합해 2021년 배당 증액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진다면 샘표의 배당정책과 경영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