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아버지로서 자식들의 승계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가 마케팅 기획업무를 총괄하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 큰 아들 김동환 빙그레 사장은 지난해 일으켰던 경찰폭행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재계에서는 김동만 전무가 차기 승계구도에서 앞서 나갈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 빙그레 김호연 장남과 차남 엇갈린 행보
김동만 전무는 2023년 1월 해태아이스크림에 합류해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을 주도해왔다.
해태아이스크림은 2022년 영업이익 55억 원을 냈는데 2023년 영업이익 154억 원을 거둔 뒤 2024년 영업이익 122억 원을 올려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김 전무의 합류 뒤 해태아이스크림의 투자 확대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연구비는 2022년 4천만 원에서 2023년 4억3천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광고선전비도 29억3천만 원에서 38억1천 만원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김 전무는 해태아이스크림에서 브랜드 리뉴얼과 제품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장남 빙그레 김동환 사장의 최근 경찰폭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뤘다.
김 사장은 2024년 6월17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 뒤 출동한 경찰관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며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김 사장의 경찰폭행 사건은 빙그레에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폭행사건이 있기 전인 2024년 6월11일 빙그레 주가는 11만8400원으로 당시 52주 최고점을 찍었지만, 영업이익 감소와 아쉬운 해외실적 소식에 더해 김 사장의 폭행사건까지 겹치면서 같은 해 8월22일 종가 6만6700원을 기록하면서 40% 넘게 빠졌다.
당시 주식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폭행사건 뒤 하락하는 주가에 볼멘소리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 김호연, 두 아들 승계 두고 딜레마 커질 듯
김호연 빙그레 회장으로서는 두 아들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과거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승계 과정에서 날선 갈등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그룹 김종희 창업회장의 아들로, 김승연회장이 장남, 김호연 회장이 차남이다. 이들 형제 간의 갈등은 1981년 아버지 김종희 창업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시작되었다.
김종희 회장은 1981년 7월 당뇨병과 신부전증으로 59세의 나이에 사망했는데, 이때 김호연 회장이 군복무 중이어서 상속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가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고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형제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벌어지게 되었다.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김호연 회장은 한양유통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김승연 회장이 적자경영의 책임을 물어 김호연을 한양유통 대표이사직에서 강제 퇴진시켰다.
이에 김호연 회장이 크게 반발하면서 1992년 4월 형인 김승연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김호연 회장은 형 김승연 회장이 아무런 의논 없이 임의로 상속재산을 처분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산의 40%를 받아야 한다고 법원에 청구했다
형제 간의 법정 분쟁은 3년6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재판이 30여 차례 열리며 재계에서 "소문난" 형제 간 재산분쟁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두 형제는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로 사이가 악화되었다.
하지만 1995년 어머니인 강태영 여사의 칠순 잔치에서 두 형제가 극적으로 화해했다. 같은 해 11월 김호연 회장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분쟁은 일단락 됐다
분쟁 종결 후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을, 김호연 회장은 빙그레를 각각 맡아 경영해왔다.
하지만 두 형제는 자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큰 행사에서만 마주쳤을 뿐 별도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호연 회장은 2022년 11월 열린 아버지 김종희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도 해외출장을 사유로 참석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형제 사이 재산을 두고 싸웠던 경험을 한 김호연 회장으로서는 두 아들의 승계를 두고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