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개발자'와 '사업가' 갈림길에 서다,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 어떤 길로 이끌까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7-25 08:14:25
김택진 '개발자'와 '사업가' 갈림길에 서다,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 어떤 길로 이끌까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에게 단순한 신작 게임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부활을 책임지고 있는 '마지막 남은 동앗줄'과도 같은 게임이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정말로 기대해볼만한 게임이다. 특히 PvE(유저와 게임 내 보스와의 전투)가 정말 재밌었다.’

유명 게임 스트리머가 아이온2의 FGT(포커스그룹테스트)에 참석한 이후 올린 후기 영상에서 내린 평가다.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에게 단순한 신작 게임이 아니다. 

한때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던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하나로 꼽혔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성장세 둔화와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 신작들의 연이은 실패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제 활용할만한 IP가 많지 않은 엔씨소프트에게 아이온2는 ‘마지막 남은 동앗줄’과도 같은 게임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아이온2에 굉장히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 아이온2 개발진이 받는 압박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역시 아이온2를 ‘특별 대우’ 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그동안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는 게임들과 관련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지만, 아이온2에는 개발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진행된 FGT에서 아이온2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시장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이온2가 갖는 상징성을 살피면 아이온2가 어떤 게임으로 출시되는지, 그리고 그 성패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나아갈 길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사업가' 김택진이 만들어 낸 리니지3형제, 수익과 반비례하며 ‘개발사’ 이미지 하락 

김택진 대표는 국내 게임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게임개발의 불모지였던 199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리니지를 개발해 세계적 작품으로 히트시켰다.

엔씨소프트를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시킨 김 대표에게는 개발자와 사업가라는 두 정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개발자로서 김 대표는 게임의 순수한 재미와 완성도, 더 나아가 게임의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반면 사업가로서의 김 대표는 회사의 이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외시할 수 없다. 

사업가로서의 김 대표가 만들어 낸 가장 대표적 게임들이 바로 ‘리니지 3형제’로 불리는 세 작품,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다. 

엔씨소프트는 오랜 기간 리니지 3형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성장해왔다. 확률형 아이템과 PvP(플레이어vs플레이어) 중심의 ‘리니지라이크’ 모델은 엔씨소프트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줬지만, 동시에 게임 개발사로서 엔씨소프트의 기업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상징과도 같은 게임들이었다.

리니지M의 성공 이후 국내 게임 시장에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과도한 과금 유도와 지나친 경쟁, 반복적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극단적으로 커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리니지라이크를 만들어낸 엔씨소프트를 향한 반감도 자라났다.

◆ 이미지 반전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쓰론앤리버티, ‘개고기 탕후루’로 끝나다

2023년 12월 출시된 쓰론앤리버티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외치며 자신있게 선보인 게임이다. 하지만 쓰론앤리버티 역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에서 과금 요소를 줄이고 게임성 중심의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의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21개의 서버를 10개로 통폐합했고, 이후 2024년 5월에 다시 한 번 서버의 개수를 줄였다. 

국내 PC방 게임 통계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025년 7월 둘째 주 기준 쓰론앤리버티의 PC방 점유율 순위는 80위에 불과하다.  

유저들의 반응 역시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개고기를 팔던 음식점이 MZ세대에게 유행한다고 ‘탕후루’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개고기 탕후루’라는 부정적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리니지라이크’에서 벗어나 유저 친화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엔씨소프트의 의도와 달리, 쓰론앤리버티는 상업적 성과와 이미지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게임이 된 셈이다.
 
김택진 '개발자'와 '사업가' 갈림길에 서다,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 어떤 길로 이끌까
엔씨소프트의 출시 예정 신작 게임 '아이온2'의 플레이 화면. <아이온2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 아이온2로 다시 한 번 변화 선택, 김택진의 개발자 DNA가 엔씨소프트의 미래 이끌까 

최근 진행된 아이온2의 FGT에서 많은 테스터들은 아이온2가 기존 리니지류 게임에서 보였던 과금구조를 답습하지 않고, PvE 중심의 콘텐츠 강화와 과금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 유명 게임 스트리머는 포커스그룹 테스트(FGT)에 참가한 뒤 올린 후기 영상에서 “과금 유도를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리니지라이크의 BM 느낌은 전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쓰론앤리버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의 요구에 응답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김택진 대표가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내세운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이러한 선택은 단기적인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회사가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기존의 매출 중심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상당한 모험이기도 하다.

◆ 엔씨소프트와 김택진의 선택이 가져올 향후 파장, 아이온2는 엔씨를 어디로 이끌까

아이온2의 성패는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 여부를 넘어서 엔씨소프트의 향후 전략과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포커스그룹 테스트에서 나온 긍정적 평가가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다면,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반감을 극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다. 나아가 엔씨소프트의 북미·유럽 등 핵심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에도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 

반면 아이온2가 실패한다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엔씨소프트가 다시 TL이나 아이온2와 같은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는 전략 역시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 내부와 증권가에서는 아이온2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는 최근 열린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이온2는 2026년 연간 매출 3천억~35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작 IP 매출의 절반을 ‘아이온2’가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교보증권 역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이온2의 2026년 예상 매출을 5585억 원(한국·대만 2025년 4분기 출시, 글로벌 2026년 3분기 출시 가정)으로 예상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크래프톤, 시프트업, 넥슨, 네오위즈 등 수익성보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에 집중한 게임을 만들어 낸 회사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아이온2의 모험은 게임 개발사로서 엔씨소프트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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