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신화를 이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자신의 삼양식품 지분을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매도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삼양식품 지분율이 늘어났다.
이런 움직임은 남편 전인장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된다.
◆ 남편 전인장 복귀는 오리무중, 삼양식품 ‘부부 경영’ 향방은?
김 부회장은 2021년 경영 일선과 이사회에 복귀했으나, 과거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남편 전인장 회장과 함께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오너로서 '오너의 전횡'이라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남편 전인장 회장은 회삿돈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되어 취업 제한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인장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500억 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1심에서는 징역 3년의 실형을, 2심에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6억5천만 원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 혐의의 일부 무죄 판결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 환송하며 이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수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삼양식품 지분을 삼양라운드스퀘어에 매도한 모습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인장 전 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지주사는 전 회장에게 넘겨주되, 김 부회장 본인은 실권을 쥐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대외용'이라는 시선 속에서도 김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랐던 만큼, 전인장 전 회장이 복귀할 경우 경영권 이양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양식품그룹의 '부부 공동경영' 체제는 오리온과 유사한 면이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리온 역시 사위 담철곤 회장과 창업주의 딸 이화경 부회장이 함께 경영을 이어왔으나, 담 회장의 횡령 혐의를 두고 부부 경영 형태에 변화가 있었다.
오리온은 담 회장의 복귀를 앞두고 이화경 부회장이 전담해 온 신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비식품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매각하여 담 회장 체제를 강화했다.
현재는 부부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너 3세인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가 본격적 경영에 나서며 오너 체제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담 회장의 부재에서 이화경 부회장이 오리온을 키운 뒤 다시 남편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셈이다. 삼양식품의 미래는 안갯속이지만 오리온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정수 부회장이 본인 중심의 회사 체제를 유지할지, 남편인 전인장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지, 혹은 경영권을 나눠 가질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 있다.
전인장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헬스케어BU장(상무)도 경영에 참여 중인 만큼, 향후 오너 일가의 지분 관계 및 경영권 승계 구도 또한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삼양식품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정수
삼양식품의 역사는 1997년 불거진 우지파동과 이어진 외환위기로 크게 흔들렸다.
누적된 적자로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배우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김 부회장은 창업주 정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며느리로서 2005년 화의를 졸업하고 실질적 경영권을 되찾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김 부회장은 애초 지분이 0.98%에 불과했으나 지분이 31.55%까지 늘어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2005년 화의 종결 시 채권단이 오너일가에 지분을 넘기면서,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우호세력으로 삼양식품의 지분을 인수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삼양식품의 메가 히트작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사세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곡과 사회복지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 삼양라면 포장지를 직접 디자인하고 갓짬뽕과 맛있는 라면 등 제품이름을 직접 지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