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 |
[씨저널]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냉난방공조(HVAC)'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본딩장비'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막기 위해 공조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을 겨냥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본딩장비 개발에도 착수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급성장하는 냉난방공조 시장
LG전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핵심 먹거리로 부상하는 냉난방공조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얼마전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효율적 열관리가 가능한 냉각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며 "2030년까지 냉난방공조(HVAC) 매출 2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 연산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가 대두되면서 효율적 열관리가 가능한 냉각기술이 주목받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LG전자는 기존에 공기로 식히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액체냉각 방식의 냉각수 분배장치(CDU)를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에 적용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액체냉각 방식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발열 칩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보내 직접 열을 식히는 것을 말한다.
LG전자는 액체냉각 솔루션을 올해 안으로 상용화하고 2026년부터 본격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냉각수 분배장치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일찍이 냉난방공조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알아보고 사업을 체계화하고 확장할 주춧돌을 만들어 왔다.
2023년에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알렸으며, 2024년에는 기존 H&A사업본부에 속해 있던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분리해 독립적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를 신설해 맡겼다.
◆ HBM 연결혁신으로 발열 잡는다, 하이브리드 본딩장비 개발 착수
조주완 사장은 LG전자의 또 다른 미래 성장축으로 HBM 본딩장비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최근 차세대 HBM 제조의 핵심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붙이는 장비다. 기존 열압착 본더(TC 본더) 방식과 달리 칩 사이에 범프(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돌기모양 구조물)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결해 전체 두께를 줄이고 발열을 낮출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D램을 여러층으로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히지만 아직 HBM에 널리 적용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6데대 HBM(HBM4)에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HBM4E)에 하이브리드 본더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LG전자가 하이브리드 본딩장비 개발에 성공한다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존 HBM 본딩 시장은 한미반도체가 TC본더(열압착 본더) 분야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독주해왔지만 한화세미텍과 ASMPT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조주완 사장과 LG전자가 반도체 장비분야에 다시 힘을 주는 것이 허황된 일은 아니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LG전자는 과거 반도체 사업을 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외 장비 분야에 완전히 손을 떼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반도체 기판 패키징과 검증장비를 그동안 개발 및 판매해와 이번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2023년 7조2500억 원 규모에서 2033년 19조3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의 냉난방공조와 HBM 본딩장비라는 쌍두마차 전략은 LG전자의 B2B(기업간 거래) 사업 확대와 맞물려 있다. LG전자는 2024년 기준 35% 수준인 B2B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