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인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에서 2019년 9월4일 열린 'UDC 2019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국내 핀테크와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 새로운 시장에 참전을 선언하는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서 국내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가 있다.
이들은 각각 업비트, 네이버페이라는 성격이 다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자신들의 플랫폼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금융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 송치형의 꿈, ‘한국의 바이낸스’를 향한 업비트의 도전
업비트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다. 글로벌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종합 기준(트래픽, 유동성, 거래량, 신뢰도) 세계 4위에 올라있는 세계적 거래소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거래 위주라는 한계 때문에 글로벌 거래량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는 바이낸스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기준 바이낸스의 거래량은 40조1585억 원, 업비트의 거래량은 4조9366억 원이다.
송치형 의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바이낸스의 거래 행태다. 바이낸스에서 진행되는 가상화폐 거래의 절반 이상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로 거래된다.
송 의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해외 자본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위주의 거래만으로도 세계 4위에 오른 업비트인만큼, 만약 글로벌 투자자들이 업비트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업비트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한국의 상황을 개선할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대부분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를 위주로 이뤄진다. 이러다보니 점점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괴리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김치 프리미엄 등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업비트에서 통용되게 되면 해외 투자자들이 업비트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다”라며 “실제로 바이낸스 뿐 아니라 바이비트, OKX 등 수많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USDT나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를 비트코인, 혹은 지갑 사이 이동이 편리한 리플이나 트론으로 바꿔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과, 달러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거래하는 것이 편의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자본 유출 위험과 규제 미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 역시 송 의장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특히 국내외 규제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도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가 2022년 6월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 박상진의 꿈, 네이버페이를 ‘한국의 페이팔’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플랫폼 네이버페이를 단순한 내수용 간편결제 서비스를 넘어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는 디지털 금융의 핵심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페이팔이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통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네이버는 이미 3천만 명 이상의 강력한 사용자 기반과 포인트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 될 수 있다.
하지만 원화는 달러와 달리 비기축통화라는 한계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국내 전자결제에서만 통용되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두나무와 네이버페이는 과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송치형 의장과 박상진 대표가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서 국내 금융 서비스가 글로벌 투자자 및 사용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열쇠’다.
네이버페이와 두나무는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가상화페 거래소와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의 협력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화폐’로서 기능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화인데, 이런 측면에서 두나무와 네이버페이의 협력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며 “규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지만, 두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대중화 측면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