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태씨는 일동제약 지분을 씨엠제이씨에 주당 1만3700원에 매각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었고, 일동제약 오너일가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을 개인회사 씨엠제이씨를 통해 확보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윤원영 회장이 직접 안희태씨로부터 지분을 사지 않고 씨엠제이씨를 통해 확보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자신이 들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을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마련했고, 이 돈을 씨엠제이씨가 다시 윤 회장에게 빌려와 안희태 씨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을 택했다.
윤 회장은 당시 경영권을 윤웅섭 부회장에게 넘겨줄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5년 윤원영 회장은 자신의 씨엠제이씨 지분 90%를 아들 윤웅섭 부회장에게 넘겼다.
아울러 윤원영 회장은 부차적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자금을 상환하도록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씨엠제이씨는 본래 일동제약 계열사 등을 상대로 경영컨설팅, 전산시스템 용역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올려온 기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금상환을 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씨엠제이씨, 활용가치 여전히 남아 있어
윤웅섭 부회장이 일동제약 그룹에서 승계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지만 아직도 윤원영 회장이 들고 있는 일동홀딩스 지분 14.83%가 남아 있어 씨엠제이씨의 활용가치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윤원영 회장이 자신이 들고 있는 일동홀딩스 지분을 씨엠제이씨에 넘겨주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시선을 내비친다.
이 방법이 상속 및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해 재계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꼽혀서다. 대표적으로 원익그룹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윤 부회장이 당분간은 씨엠제이씨를 정점으로 하는 옥상옥 구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바라본다.
옥상옥 구조를 띄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다만 오너일가가 지배구조를 이용해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사익편취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적 용이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일동제약그룹의 경우 씨엠제이씨와 특수관계인 사이 내부거래 비중이 2017년 83%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2022년부터는 99%대를 유지하고 있다.
씨엠제이씨의 구체적 거래의 조건과 목적,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일동제약 오너일가가 기업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제5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일동제약의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소지가 있다"며 "일동제약이 투자자를 비롯해 대외적으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