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뼈대로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뜻을 내비치면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광동제약과 같은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 구상을 내놓으면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오너 중에서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자사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 정책 배경과 추진 현황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목표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해왔다.
이 대통령은 2025년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계정에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다만 6월5일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속 입법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도 이미 단계적으로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소각계획 의무공시 대상을 기존 발행주식 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력 개정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방침이 2026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자사주 소각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를 보이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많은 비용이 투입된 것도 문제인데다가 지배구조의 강화방안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경우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 광동제약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자사주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국내제약업계에서도 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25년 1분기 기준 최성원 회장의 개인지분은 6.59%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가산문화재단 5%, 광동생활건강 3.51%, 기타친익척 1.59%)을 모두 포함해도 18.2%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 되어야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광동제약이 보유한 자사주의 비중은 25.07%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는 제약업계에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웅제약(29.67%), 현대약품(18.33%), 환인제약(17.92%)과 비교해도 특이한 구조로 평가받는다.
다른 제약사들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이 자사주 비중을 웃돌지만, 광동제약은 자사주 비중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높은 유일한 제약사로 알려져 있어서다.
최 회장은 광동제약의 자사주 비중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나머지 유통주식에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실질적 지분비중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광동제약을 통해 2004년부터 자사주 매집을 시작해 현재까지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활용에 중점을 둔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자사주는 당장 의결권은 없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호세력인 다른 기업의 자사주와 맞교환할 경우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어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더구나 광종제약처럼 오너 일가의 지분이 낮은 상황에서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절실한 도구될 수 있다.
현재 광동제약에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인 피델리티 퓨리탄 트러스트가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최 회장이 선뜻 자사주를 소각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피델리티는 2013년 광동제약 창업주 최수부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대거 광동제약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보유 목적을 명시하고 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앞으로 이른바 변심을 하여 '경영권 참여'를 노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