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가 인수합병 전략으로 아버지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일궈온 농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농심그룹 후계자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가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농심은 라면만큼 강력한 미래 먹거리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여왔다. 신사업으로는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에 도전해 꾸준히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버지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은 지금껏 라면 사업에 주력하며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해외 100여개 나라 수출 4149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신 전무가 미래전략실에서 아버지 신사업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업 다각화’ 선봉 장남 신상열,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 나선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가 아버지의 오랜 숙제인 신사업 확대를 맡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신설된 인수합병 전담조직과 함께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농심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신성장사업의 규모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전무가 농심에서 수합병에 실패한 천호엔케어를 교훈삼아 다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천호엔케어는 2021년 기준 매출 427억 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기업이다. 농심은 2020년 이 회사 인수를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매각가격 의견 차이로 인수를 포기했다.
신 전무의 인수합병 성과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신 전무의 역할은 농심이 ‘하고 있지 않는 사업’을 찾아내는 것으로 지표를 바탕으로 경영성과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농심 관계자는 “신 전무는 농심이 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탐구하고 있다”며 “현재 뚜렷하게 구체화된 사업은 없지만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주력사업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등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해왔다.
신동원 회장은 2023년 주주총회에서 “주력사업인 라면과 과자를 더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며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농심그룹은 이에 맞춰 2015년 건강기능식품을 시장에 도전했는데 최근 다시금 이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 선보인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은 지난해 누적 매출 1200억 원을 돌파했다. 라이필은 와인비니거와 콜라겐, 유산균, 오메가3 등 제품군을 넓히며 홈쇼핑·온라인 채널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농심은 2018년부터 스마트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서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정부사업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체육 부문도 2017년 농심홀딩스 자회사 농심태경의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으로 시장에 도전 중이다.
지난해 신사업을 비롯한 기타사업부문 매출은 6310억 원으로 전체 18.4%를 차지했다.
기타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1555억 원으로 벌써 지난해의 40%를 달성해 성과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신 전무가 발굴할 새로운 먹거리도 농심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신 전무는 빠른 속도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미래사업실 실장(상무)에 오른 데 이어 1년 만이다.
◆ 신상열 ‘속전속결’ 경영 수업, 오너 3세 승계 시동거나
신상열 전무는 1993년생으로 2019년 인턴으로 입사한 뒤 2021년 상무에서 2024년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20대 상무 발탁과 1년 만의 승진이라는 이례적 기록 속에서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농심 오너 일가는 ‘밑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신동원 회장도 1978년 농심 해외사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일본 도쿄지사장과 국제부문 사장 등을 거쳐 2000년 부회장이 됐다.
신 전무는 지분 구조에서도 후계자로서 입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농심지분 3.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있고, 농심홀딩스 지분도 1.4%로 3세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 전무가 고 신춘호 회장 장례식에서 장손으로서 영정사진을 든 모습을 오너 일가의 차기 승계자로 인식되는 결정적 장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 ‘라면왕국’ 세계로 뻗치다, 신동원 회장 경영의 현 위치는?
‘글로벌 체인지&글로벌 챌린지.’
신동원 회장이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 내세운 경영 방침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61% 달성과 수익성 2배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2023년 농심 식품부문 수출은 2022년보다 10.2% 증가한 2439억 원을 기록했다. 라면제품 ‘툼바’는 출시 4개월 만에 2500만 개가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국내 식품부문 매출이 업황 부진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적이다.
올해도 해외시장이 농심 전체실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농심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 3조6439억 원, 영업이익 211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6.0%, 35.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는 매출액 8933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14.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과 북미 중심의 수익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농심은 일찌감치 중국과 미국 등에서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에는 1996년 상하이 현지법인을 , 미국에는 1997년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2년 제2공장 가동으로 2021년보다 24% 성장한 4억9천만 달러 매출을 내며 해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한국경영학회에서 “평생 정직한 농부의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한 선친을 존경한다”며 “앞으로도 선친의 철학을 밑거름 삼아 글로벌 농심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