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장은 정권교체 논공행상 좋은 자리에 불과한가, 역대 마사회장 불편한 이력
이승열 기자 wanggo@c-journal.co.kr 2025-06-23 08:33:51
마사회장은 정권교체 논공행상 좋은 자리에 불과한가, 역대 마사회장 불편한 이력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2010년 2월3일 경북 영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천 제4경마장 건설사업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정희수 국회의원(맨 왼쪽),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왼쪽 세 번째), 김영석 영천시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한국마사회법’은 한국마사회의 존재 목적에 대해 “경마(競馬)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의 육성에 관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함으로써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함”이라고 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마사회 회장도 경마와 말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취임해 경마 산업과 말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에서 임명한 마사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적임자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주로 관료 또는 정치인 출신 중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기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관료 출신 마사회장

노무현 정부가 2003년 8월 임명한 박창정 전 회장은 농림부 관료 출신이었다.

1973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25년간 농림부에 근무했다. 김영삼정부에서 청와대 농림해양수석실 비서관을 지낸 후 산림청 차장, 농림부 기획관리실장 및 차관보, 농촌진흥청 차장을 거쳐 2001년부터 마사회 부회장으로 일하다가 회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임기를 1년6개월 앞둔 2005년 2월 돌연 사임했다.

사임 이후 박 전 회장은 마사회 시설물관리 용역업체 입찰 비리와 관련해 청와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고, 실제로 용역업체로부터 19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처벌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두 명의 마사회장을 모두 관료 출신으로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첫 마사회장인 김광원 전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내무부(행정안전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관선 금릉군수, 김천시장, 강릉시장, 경상북도 부지사 등을 역임했고, 15·16·17대 국회의원(신한국당·한나라당)을 지냈다. 2008년 9월 마사회장에 취임했다. 

김 전 회장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서도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2011년 10월 퇴임했다. 임기 중 말산업육성법 시행이라는 성과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마사회장인 장태평 전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 농림부, 국가청렴위원회 등에서 일했다.

2008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장관 퇴임 직후인 2010년 11월 마사회장으로 임명됐다. 

장 전 회장은 당시 주무부처 장관에서 산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겨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9월, 임기를 1년 남겨 놓은 시점에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6년 12월 취임한 이양호 전 회장도 관료 출신이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경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부에서 일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농촌진흥청장을 지냈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임기 2년을 남겨둔 2017년 12월 퇴임했다. 이 전 회장은 실제로 구미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에게 패했다. 
 
마사회장은 정권교체 논공행상 좋은 자리에 불과한가, 역대 마사회장 불편한 이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2015년 1월15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경마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인 출신 마사회장

노무현 정부에서 박창정 전 회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우재 전 회장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던 재야운동가 출신이다.

1979년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1990년 민중당을 설립했다가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3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05년 4월 마사회장에 임명됐다. 

이 전 회장은 농민운동에 관심이 있었지만 마사회장으로서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다가 2008년 9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해 2013년 12월 취임한 현명관 전 회장은 관료, 기업인, 정치인의 삶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경력의 보유자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감사원에서 일하다가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호텔신라, 삼성시계, 삼성건설의 대표이사 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제주도지사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현 전 회장은 취임 당시 전문성이 결여된 박근혜 측근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임기 3년을 채우고 2016년 12월 퇴임했다. 하지만 회장 재임 당시 기획재정부의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해 성과급을 부정으로 수급한 사실이 퇴임 이후 감사원의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후 마사회는 당시 성과급을 부정 수급한 11명에게 환수를 요구해 10명에 대한 환수를 마쳤지만 현 전 회장만 환수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회장이 반납해야 할 성과급은 원금 2556만 원, 이자 675만 원 등 총 3231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기환 현 회장 이전에 두 명의 마사회장을 임명했는데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2018년 1월 취임한 김낙순 전 회장은 1980년대부터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해 왔다. 제4·5대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과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을 지냈다. 제19대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활동했다. 

김 전 회장은 임기 3년을 모두 마치고 2021년 2월 퇴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두 번째로 임명한 김우남 전 회장은 제주도 지역 정치인 출신이다. 제6·7대 제주도의회 의원(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과 제17·18·19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을 지냈고 2021년 2월 마사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전 회장은 말산업의 중심인 제주 출신인데다 2011년 시행된 말산업육성법을 발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의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재직 당시 데리고 있던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특별 채용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거부한 인사 담당 직원에게 수차례에 걸쳐 막말·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농림수산식품부의 감사로 밝혀지면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2021년 10월 해임됐다.

김 전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기각됐고, 강요미수, 모욕,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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