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2025년 2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후임 회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3개월 남아있던 2022년 2월 임명됐다.
2025년 2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후임 회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획재정부 소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전인 4월25일 차기 마사회 회장 후보자 추천안을 의결했지만 결국 임명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당시 김회선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라며 비판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정기환 회장의 임명을 두고도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점이다.
정기환 회장은 1963년생으로 전라북도 장수 출신이다.
전라고등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가톨릭농민회에서 농민운동가로 활동했다.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 회장을 지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비상임이사,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정책기획위원을 거쳐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마사회 상임감사위원을 지냈다.
정 회장 임명 당시 마사회를 향한 외부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김우남 전 회장이 측근 부당채용과 폭언 등으로 논란을 빚어 해임됐고, 고객만족도 조작, 경영진의 황제승마 등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 회장의 임명은 경영 성과보다는 분위기 쇄신과 도덕성 회복을 통해 마사회의 내부 변화를 이끌 카드로 평가됐다.
◆ 마사회장으로서 정기환에 대한 평가
정 회장은 마사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국민의힘은 2022년 국정감사 백서에서 정 회장을 두고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시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점, 그리고 상임감사 재임 시 경영평가 하락 등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3개월을 남기고 마사회장으로 임명된 것은 대표적인 알박기 인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 재임 당시 마사회의 상황도 대체로 좋지 않았다. 실적은 저조했고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아들었다.
마사회는 2023년 실적을 기반으로 한 2024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C’(보통) 등급을 받아 전년 ‘B’(양호) 등급에서 한 계단 하락했다.
특히 리더십(D+), 전략기획 및 경영혁신(D+), 일자리 및 균등한 기회(D+),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D+), 윤리경영(D0), 재무예산관리(D+), 중장기재무관리계획(D+) 등의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등 ‘경영관리’ 평가에서 전반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크게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등 2개 평가범주에서 이뤄진다.
최근 실적도 하락했다. 마사회는 2024년 매출액 7567억 원, 영업이익 459억 원을 기록해, 2023년보다 각각 1.31%, 38.80% 줄어들었다.
특히 매출이 2021년 1조614억 원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2년 7253억 원으로 떨어진 이후, 팬데믹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2023년 직원 평균연봉이 전년 9180만 원에서 9998만 원을 8.9% 상승한 점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아울러 정 회장 역시 김우남 전 회장 시절 상임감사를 지내면서 김 전 회장 및 다른 임원들과 함께 ‘황제승마’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황제승마는 김 전 회장 시절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마사회 임원들이 마사회 비용으로 특혜적인 승마 강습과 함께 고급 부츠 등 승마 장비를 무상으로 지급받았다는 의혹이다.
다만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중에 취임해 마사회의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한 점, 마사회의 숙원 사업이던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실현한 점, 퇴역경주마 지원 등 말 복지 개선 사업을 적극 추진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2023년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차기 마사회장은 어떤 사람 될까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수장이 윤석열 정부 3년여를 버티고 다시 민주당 정부 소속이 된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역대 마사회 회장이 대체로 정권의 보은인사 측면이 컸고 정 회장 재임 때 마사회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정부를 내세우는 만큼 차기 마사회장은 경영 성과를 확실하게 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영 성과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청렴성 등 윤리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강력한 위기관리 역량과 경영능력이 요구된다.
마사회의 반복되는 경영 실패는 말산업과 경마 분야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가가 연이어 회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마사회의 실적과 경영평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차기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가 중지된 상태”라며 “현재 정기환 회장의 거취는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