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중국 진출 넓은 길 닦기 포석인가, 텐센트에 SM엔터 지분 넘긴 까닭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6-13 08:26:13
방시혁 하이브 중국 진출 넓은 길 닦기 포석인가, 텐센트에 SM엔터 지분 넘긴 까닭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4년 5월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하이브에게 ‘계륵’이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정리됐다. 하이브는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중국 IT 공룡 텐센트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하이브의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이 많다. 하이브 역시 공시에서 매각 목적을 두고 “투자 자산 관리 효율화”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번 거래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자본의 한국 엔터 산업 침략을 돕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은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가 중국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넓히려는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 ‘넷마블’이라는 약한 고리로 엮여 있던 텐센트와 하이브, ‘거래 상대방’으로 서로를 인식하다

하이브는 텐센트와 직접적 협력 관계는 아니지만 간접적 연결고리는 가지고 있다. 

넷마블이 하이브의 2대주주로 지분 9.44%를 보유하고 있고, 텐센트는 그런 넷마블의 지분 17.52%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자사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 등에서 텐센트와 협력하며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넷마블-텐센트로 이어지는 간접적 관계는 그동안 하이브의 중국 진출 전략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져 왔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직접적 지분관계가 아니라 매우 약한 연결고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거래 상대방'으로서 직접적 관계를 맺게 됐다. 특히 이번 매각이 현재 시점에서는 ‘전략적’ 측면에서 하이브보다는 텐센트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이브가 이번 매각을 통해 추가적으로 전략적 이익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브와 텐센트가 지금까지 전혀 협력관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이브는 2023년 5월 텐센트가 운영하는 음악 유통 플랫폼 '텐센트뮤직'과 음원 유통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 다만 당시 하이브와 텐센트의 협력관계는 합작해 산하 레이블을 만드는 등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

◆ 하이브, 텐센트에 한국 엔터산업 교두보 깔아주고 중국 내 우군 확보하나

이번 매각으로 텐센트는 한국 엔터 산업에 보다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됐다. 텐센트는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직접적 지분 확보와 함께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한쪽에서는 텐센트가 이번에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가 매각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모두 9.66%로 텐센트는 카카오 21.61%,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9.89%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5.95%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는 차오 양 써니 텐센트 전무이사가 자리잡고 있다. 

하이브 역시 텐센트라는 중국 최대 플랫폼 기업과의 접점을 확보해 향후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베이징 법인 설립, 단순한 마케팅 조직 넘어 전방위 활동 거점

하이브는 최근 자사 아티스트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방시혁 의장이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조와 맞물려 K팝의 중국 재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인다. 

이미 하이브의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모두 중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 SM엔터테인먼트가 텐센트와 지분관계로 얽히게 된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내 영향력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지분매각 공시가 나온 바로 다음날 텐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3년 내 중국 현지 아이돌그룹 데뷔를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쪽에서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공략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브는 국내 아티스트의 중국 진출, SM엔터테인먼트는 현지 아티스트 발굴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중국 법인을 통한 현지 그룹 육성, 신인팀 데뷔 등의 계획 등은 수립하지 않고 기존 아티스트들의 지원 업무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시혁 하이브 중국 진출 넓은 길 닦기 포석인가, 텐센트에 SM엔터 지분 넘긴 까닭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한 첫날인 2020년 10월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 이사회 의장(앞줄 왼쪽)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회와 리스크 공존하는 중국 전략, 하이브의 시험대 될까

방시혁 의장의 중국 진출 움직임은 하이브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특수성과 정치적 변수, 규제 리스크 등을 살피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무게감 있는 현지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가 지분관계로 얽힌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에 주력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하이브가 반드시 텐센트와 협력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엔터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이 단순히 하이브의 재무적 유동성을 위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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