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7년 12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진출 유공포상 문화교류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 한때 BTS(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두고 시중에 떠돌았던 루머다.
BTS가 직접 “10대 20대를 위해 편견을 막아내고 활동하겠다는 뜻의 ‘방탄’”이라는 팀명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 루머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름이 BTS, 나아가 하이브 전체에 갖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은 한때 하이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방 의장의 이름은 하이브에게 ‘강점’이 아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더의 능력이 회사의 추진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리더 개인의 리스크가 곧 회사 전체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치명적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사법 리스크’부터 방 의장 개인의 사생활 문제까지, 하이브의 오너 리스크는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 왔을까?
◆ 방시혁은 어쩌다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섰나, ‘언아웃’ 계약부터 ‘사기적 부정거래’까지
최근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벌어진 의혹의 중심에 섰다.
202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방 의장이 사모펀드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시작이었다.
2024년 11월 국내 언론들은 방시혁 의장이 빅히트의 상장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과 기간 내에 IPO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방 의장이 이들의 지분을 되사주고, 만약 IPO가 성공한다면 IPO 이후 사모펀드들의 매각 차익 30%를 받겠다는 주주간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상장한 이후 이들 사모펀드는 보호예수 기간이 걸리지 않은 지분을 쏟아냈고, 방 의장은 이 과정에서 약 4천억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빅히트 주가는 1주일 만에 약 60% 하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5월29일 경제종합지 '한국경제'는 금융감독원이 방 의장의 사건을 증권신고서 기재 위반 관련 사건으로 다루다가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로 전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빅히트는 2019년 말 상장을 촉구하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현재 기업가치 수준에서는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당시 빅히트가 이미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계획이 없다고 속여 특정 사모펀드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가 방 의장과 위에서 언급한 주주간 계약을 맺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방 의장 개인의 도덕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5월28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하이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동시에 하이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 사법 리스크와는 별개, 사생활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던 과거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방 의장의 사생활이 논란이 된 사건도 있다. 소위 ‘과즙세연’ 사건이다.
2024년 8월8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한 누리꾼은 유튜브를 보다가 방 의장이 한 여성 BJ와 나란히 걷는 영상을 찾았다며 게시글을 올렸다. 이후 방 의장과 해당 BJ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들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고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하이브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일정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즉각 해명했지만, 영상이 공개된 시점, 28세라는 방 의장과 해당 BJ의 나이 차이, 해당 여성BJ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이 뒤섞이며 하이브의 이미지에 손상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해당 논란이 나온 다음날인 2024년 8월9일 하이브 주가는 6.31% 급락했다.
본질적으로 기업가치와 큰 의미가 없는 사생활 논란이지만, 방시혁 의장이라는 개인과 하이브의 정체성이 지나치게 일체화 된 구조 아래에서는 비본질적 이슈조차 기업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하이브 소속 보이그룹 '앤팀'의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방시혁 의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 BTS 복귀 초읽기, 하이브는 오너 리스크를 넘을 수 있을까
BTS가 군 복무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하이브는 뉴진스, 세븐틴, 르세라핌, 아일릿 등 다수의 그룹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하며 BTS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의 기업가치에 BTS가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며, 시장은 올해 6월 슈가, RM, 지민, 정국의 전역 이후 다시 모일 BTS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방 의장의 오너리스크는 BTS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올라있는 팬들과 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하이브 주가는 BTS 복귀를 향한 기대감으로 올해 4월9일 종가 기준 21만5천 원에서 5월26일 28만9500원까지 상승했지만 27일부터 30일까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BTS의 복귀 이후 여러 활동들을 통해 하이브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할 텐데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의 오너리스크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