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하이트진로그룹은 2024년 10월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비앤비코리아는 자산 263억 원(2024년) 규모의 화장품 회사다. 2024년 매출액(이하 연결기준) 803억 원, 영업이익 166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국내 화장품 ODM 업계 15위권으로,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닥터펩티 등 100여 개 화장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뷰티’를 낙점하고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와 진로소주에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 95.2%를 함께 인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이트진로그룹은 비앤비코리아를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또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아닌 서영이앤티를 통해 인수했다. 그 배경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 서영이앤티 통해 비앤비코리아 인수한 이유
먼저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의 비앤비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너 3세가 신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박태영 하이트진로홀딩스 및 하이트진로 사장의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서영이앤티가 박문덕 회장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이며, 특히 오너 3세인 박태영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너 일가의 사업다각화 의지를 비앤비코리아에 직접적으로 투영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또한 서영이앤티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만약 하이트진로홀딩스 차원에서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면 지배구조의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매출을 키워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정부 당국의 사익편취 규제의 칼날을 피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내부거래를 통해 서영이앤티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3세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영이앤티는 앞으로도 박태영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이앤티는 기존 주력 사업인 식품·주류 외의 분야에서 지속해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2022년에는 놀이터컴퍼니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PB(Private Brand,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주문자위탁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맞춤형 제품 개발과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비앤비코리아는 하이트진로 그룹 차원이 아니라 서영이앤티 자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했다”면서 “앞으로도 뷰티 분야 신사업은 서영이앤티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하이트진로그룹 본사 전경 <네이버 지도 갈무리>
◆ 서영이앤티 통한 지배구조 개편 방법
결국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를 활용한 승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사업다각화’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매출을 키우고 내부거래 비중을 낮출 수 있다.
추후 승계 작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서영이앤티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는 3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우선 박문덕 회장이 자신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29.49%)을 서영이앤티에 증여 또는 매각의 방법으로 넘길 수 있다. 이러면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를 넘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게 된다.
박태영·박재홍 두 형제가 부친인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인수하거나 증여받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지분 인수 또는 증여세의 재원으로 서영이앤티의 배당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트진로홀딩스와 서영이앤티를 합병해 단일 지주회사를 출범하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확률이 높고 위험부담이 작은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합병비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서영이앤티의 회사가치를 더욱 키워야 한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