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2024년 10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4년, 케이뱅크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 행장 앞에 놓여있는 기업공개(IPO)라는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도 단순한 상장이 아니라 매우 촘촘하고 강도 높은 조건이 수반돼있는 ‘의무적 IPO’다.
케이뱅크는 2026년 7월까지 반드시 기업공개를 완료해야 하며, 동시에 연 8% 수준의 수익률을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케이뱅크에게 이러한 부담이 지워진 것은 5년 전 재무적투자자 유치 당시 계약에 포함된 조항 때문이다.
만약 상장에 실패하거나 약속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재무적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Drag-along)’ 조항을 발동해 지분 강제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케이뱅크는 7천억 원이 넘는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케이뱅크는 왜 5년 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절박했던 자본 확충,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케이뱅크는 2016년 1월7일 자본금 160억의 케이뱅크 준비법인으로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3월21일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등 21개사를 주주로 2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17년 4월3일 영업을 개시했다.
은행업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구조는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로 내어줘서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금을 많이 받아야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위한 자본을 마련할 수 있고, 대규모의 예금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 초기에는 기존에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규모가 그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자본금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 기존 전략적 투자자들만으로는 증자 여력이 한계에 달했고,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케이뱅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키면서 케이뱅크가 가져가야 할 예금의 파이를 상당부분 차지해버렸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3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45일이지만, 카카오뱅크가 30만 개의 계좌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5시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재무적투자자 유치였다. 공격적인 자금 조달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 은산분리라는 규제의 벽, KT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케이뱅크는 KT그룹의 계열사다. 하지만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KT는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BC카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고 있다. KT가 직접 케이뱅크에게 자금을 수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은산분리는 KT라는 거대 기업의 자금이 케이뱅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고, 재무적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케이뱅크는 BCC킹핀(베인캐피탈) 8.19%, 칸SS(MBK파트너스) 8.19%, 카니예 유한회사(MG새마을금고) 5.78%,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유한회사 5.12% 등이다. 컴투스 등 소규모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까지 합치면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30%에 이른다.
제도적 제약이 케이뱅크의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지금의 리스크 구조를 형성하게 된 셈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오른쪽)이 2024년 3월8일 케이뱅크 회의실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 실적 부진 극복 위한 신뢰 확보 전략, ‘구조적 족쇄’가 돼 돌아오다
케이뱅크는 출범 후 한동안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흑자 규모는 225억 원에 불과했다.
수익을 내려면 대출을 확대해야 하고, 대출을 늘리려면 예금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실적이 좋지 못하니 고객이 케이뱅크를 신뢰하지 못해 예금은 들어오지 않고, 결국 자본 부족으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해 다시 실적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시점에서 케이뱅크가 단행한 재무적투자자 유치는 자금을 확보해 실적 악화의 고리를 끊어냄과 동시에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대가였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정된 수익률 보장, IPO 기한, 드래그얼롱 조항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뱅크의 전략을 제약하는 ‘구조적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
최우형 행장은 2024년 실적을 통해 케이뱅크의 고질적 문제였던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줬다.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과거의 생존을 위한 선택은 현재 케이뱅크의 미래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이 여러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숙제’가 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어느정도 풀어낸 최우형 행장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