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시간과 돈' 압박 받아, 최우형 재무적투자자 지분가치 1조 맞출 수 있나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2025-06-04 08:47:57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리더십 아래 케이뱅크가 기업공개 '삼수'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기업공개(IPO)에 여러차례 도전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리더십 아래 최근 기업공개 ‘삼수’에 도전하는 케이뱅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케이뱅크는 2022년 첫 번째 IPO에 도전했지만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기업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2023년 2월 상장을 자진철회했다. 2024년 두 번째 시도 역시 10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연기됐다.
이사회는 2025년 3월 12일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만약 세 번째 도전마저 실패할 경우 투자자 신뢰 회복은 요원해지고,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우형 행장은 여기에 두 가지 압박을 더 받고 있다. 바로 ‘시간’과 ‘돈’이다.
◆ 2026년 7월까지 ‘못 올리면’ 드래그얼롱, 유예 없는 압박
케이뱅크의 시간 제약은 2021년 재무적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에 기반하고 있다.
당시 케이뱅크는 7250억 원 규모의 FI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드래그얼롱(Drag-along)’을 발동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제3자에게 강제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권리로, 일반적으로 대주주가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의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2024년 8월에 케이뱅크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이 승인은 2025년 2월 만료됐다.
즉 케이뱅크는 기존에 받은 승인을 활용할 수 없고 새롭게 예비심사를 신청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2026년 7월 ‘데드 라인’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년 남짓이다. 최 행장은 이 시간 동안 상장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상장을 마무리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행장에게는 한 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다. 바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는 일이다.
◆ 재무적투자자에게 1조 넘게 돌려줘야 하는데, '기업가치 4조'는 인정 받아야
상장은 기업이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진행하는 전략이고, 당연히 모든 상장은 기업가치를 최대한 많이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둔다.
하지만 최 행장은 이런 원론적 문제보다 조금 더 구체적 압박을 받고 있다. ‘얼마에 상장하느냐’에 따라 케이뱅크가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케이뱅크는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연 8%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기로 했다.
만약 이 조건으로 상장이 안되면 FI들은 대주주 BC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도청구권)를 행사할 수 있다.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할 수는 없으니 FI들의 지분을 BC카드가 직접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러면 BC카드로서는 사실상 FI들에게 1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채무를 떠앉게 된다.
2026년 7월 케이뱅크가 상장을 한다면 주당 약 9천 원 수준에서 공모가가 형성돼야 내부수익률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2024년 기업공개 시도 당시 상장 주식 수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최소 3조7500억 원 이상, 보수적으로는 4조 원에 근접해야 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9일 기준 케이뱅크의 추정 시가총액은 2조5735억 원이다. 만약 상장 후 FI들이 요구하는 기업가치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에게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왼쪽)이 2024년 10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우형 행장, 'IPO 드라이버'이자 책임자
최우형 행장은 2024년 1월 취임과 동시에 IPO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빠른 실행에 착수했다.
하지만 예비심사 재접수, 주간서 선정, 적정 공모가 확보, 더 나아가서는 4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 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최우형 행장은 ‘드래그얼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1년이라는 빠듯한 시간 안에 케이뱅크는 높은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맡게 된 셈이다.
한쪽에서는 2분기 케이뱅크의 실적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2024년 당기순이익을 2023년보다 무려 10배 성장시키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24년 1분기보다 68.3% 감소했다.
2024년의 실적 호조를 2025년에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고 높은 가치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2분기에 반드시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상장 재추진 결의를 한 만큼 합리적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적시에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