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약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호세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약한 지배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 부회장의 아버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7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은 점은 경영 안정성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한솔케미칼 지분이 5% 넘는 주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조 부회장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 한솔케미칼 오너 일가의 지분 현황과 조연주 부회장의 지배력 한계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현재 조동혁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된 오너 일가로서 전체 지분율은 약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에 안정을 위해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는 점에서 지배력이 매우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연주 부회장은 조동혁 회장의 장녀로서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활약한 뒤 2020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보유한 한솔케미칼 주식 지분율은 아직 5.57%대로 매우 미미하다. 이 때문에 한솔케미칼 내부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영권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솔케미칼에서는 2025년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13.62%)과, VIP자산운용(5.19%), 베어링자산운용(6.03%), 노르웨이중앙은행(6.05%)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
재계에서는 한솔케미칼이 이처럼 5%대 지분을 보유하는 외부 주주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는 구조를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KB자산운용이 주주 명단 상단에 오르며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 지위를 빼앗겼던 경험도 있어, 오너 일가로서는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연주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미약한 데다, 조동혁 회장이 현재 보유한 지분마저 7.5% 수준으로 조연주에게 완전 승계가 이루어진다 해도 지분이 30%를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 조동혁 회장의 고령화와 지분 승계의 과제
조동혁 회장은 1949년생으로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미 2015년 한솔케미칼 등기임원 직책을 내려놓고 조연주 부회장에게 경영 전반의 업무를 대폭 이양하는 등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조동혁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승계와 세금 납부 문제는 여전히 오너일가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지분 승계는 거액의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하게 되면 법령상 50%에 달하는 세금 납부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연주 부회장으로서는 배당이나 급여를 통해서 세금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크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아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납부해야 해 지배력이 더욱 약화될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한솔케미칼의 주요 반도체 고객이 자본지출(CAPEX)을 하향조정했고 2차전지 산업의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으로 관련 소재사업이 영향을 받으면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배당을 늘려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조 부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우호 지분과 백기사 모색, 실질적 지배력 확보 노력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고 외부 기관의 주주 활동이 활발한 상황은 조연주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엄중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한솔케미칼 주요 주주 가운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식 보유목적으로 공시한 주주는 국민연금(일반투자)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상황과 목적 등을 필수로 공시해야 한다.
보유 목적은 △경영참여 △일반투자 △단순투자 3가지로 나뉜다. 경영참여는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말하고,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안건에 국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 참여형태를 일컫는다.
일반투자는 이 두 개념의 중간적 성격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투자와 유사하지만 △이사 선임의 반대 △배당 제안 △정관변경 △위법행위 임원의 해임청구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민연금만이 일반투자를 보유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주요 주주나 새롭게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주주들이 보유목적을 변경할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는 셈이다.
조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우호세력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무산됐지만 전략적 시너지 가능한 2차전지 상장사와 지분 맞교환을 추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호세력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의 모습은 재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다.
태양광 소재 사업을 하는 OCI그룹의 이우현 회장도 숙부들에 비해 낮은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 한미약품그룹과 손을 잡았던 것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조연주 부회장으로서는 5%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투자목적을 변경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인 만큼 백기사 확보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있다.
조연주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수와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앞으로 한솔케미칼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