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4월 출시된 '하나증권 스노우볼랩' 상품에 1호로 가입하고 있다. <하나증권> |
[씨저널]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이다.
하나금융그룹은 1971년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을 모태로 출범했지만, 본격적으로 ‘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춘 것은 1991년 하나은행 설립 이후의 일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업계에서 하나은행은 후발주자로 평가받아 왔고, 그룹을 이끌었던 역대 회장들도 모두 다른 은행에서 금융 커리어를 시작한 인물들로 채워져 왔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한일은행, 김정태 전 회장과 함영주 회장은 서울은행 출신이다.
◆ 함영주 회장, 하나금융의 전환기를 책임지는 마지막 외부 출신 될까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함영주 회장은 2002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하나금융에 합류했다.
함 회장은 그리고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임기 만료일인 2028년에는 3월에는 만 71세가 된다. ‘70세 룰’에 따라 추가 연임은 어렵다는 뜻이다.
함 회장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지금, 누가 다음 리더가 될지 말하는 건 이르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함 회장의 다음 회장직은 하나은행에서 금융커리어를 시작한 ‘정통 하나맨’ 출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시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의 시작을 1991년으로 본다면 1960년대 중후반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회장이 하나은행 출신이 될 경우, 이는 그룹 역사상 최초로 하나은행에서 금융 커리어를 시작한 ‘정통 하나맨’이 그룹을 이끄는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 ‘공채 1기’ 회장의 상징성, 하나금융의 정체성을 입다
기업 내에서 ‘공채 1기 출신 대표이사’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회사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온 인물로, 조직 내부의 가치와 철학을 체화한 리더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출신 인물이 처음으로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이는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강한 상징성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인사 배경이 내부냐 외부냐를 넘어, 조직의 ‘DNA’를 온전히 이해하는 리더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조직 안정성과 연속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비은행 부문 강화와 디지털 전환 등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부 출신 리더십의 등장은 전략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보장할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정통 하나맨 리더십의 등장은 그룹의 정체성과 전략적 방향이 더 강하게 결합되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의사결정의 신뢰도와 실행력 면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1월2일 열린 하나은행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하나읗냉> |
◆ 차기 회장 레이스의 주자들, ‘하나맨’들의 존재감은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사장단 가운데 정통 하나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강성묵 사장은 1964년생으로 1990년 상업은행에서 금융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3년 후인 1993년 하나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하면서 정통 하나맨의 길을 걸었다.
강 사장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하나증권 대표로 자산운용과 투자금융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그룹 전략과의 연결성도 강하다.
강 사장은 2024년 12월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선정한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만큼 차기 회장에 상당히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영수 사장의 커리어 역시 강 사장과 비슷하다. 성 사장은 1965년생으로 강 사장과 비슷해가 1990년 상업은행으로 입사했다가 3년 후인 1993년 하나은행에서 새로 출발했다.
이후 하나은행 경기영업본부장, 하나은행 외환사업단장, 하나은행 부행장 등을 지냈으며 2024년 12월 하나카드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정통 하나맨 출신은 아니지만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매우 가까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호성 행장은 하나은행 부행장을 거쳐 현재 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하나은행 영업그룹 지형을 바꿔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상고 출신으로 10대였던 1981년 12월 한일은행에서 금융업계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1992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반적으로 은행장은 금융지주 회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살피면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이호성 행장의 존재감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함영주 회장, 김정태 전 회장은 모두 하나은행장을 거쳐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이승열 부회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커리어 출발은 ‘하나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룹 내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이 상당히 강력한 인물이다. 2024년 12월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