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오너 장형진의 아킬레스건 석포제련소 위험물질, 고려아연의 뒤처리 왜 최윤범은 거부했나
이승열 기자 wanggo@c-journal.co.kr 2025-05-27 08:49:45
영풍 오너 장형진의 아킬레스건 석포제련소 위험물질, 고려아연의 뒤처리 왜 최윤범은 거부했나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환경운동연합>
[씨저널] 고려아연과 영풍 갈등의 또 다른 직접적인 원인은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카드뮴에 대한 처리를 고려아연이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영풍은 2019년 5월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돼 비난 여론이 일자 제련소 가까이 있는 카드뮴 공장을 폐쇄했다. 카드뮴 회수를 위해 설치된 시설을 폐쇄하고 이를 외부에서 분리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영풍으로부터 카드뮴 처리를 요구받은 고려아연은 일방적인 요구라며 반발하다가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후 결국 이를 거부했고, 영풍은 이를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이게 결국 양쪽의 관계가 틀어진 하나의 계기가 됐다. 

또 영풍이 20년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위탁해 오던 석포제련소 황산 수출도 2025년 1월 고려아연이 수용 거부하면서 영풍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고려아연은 정부의 환경 개선명령을 이유로 들며 맞섰다. 

◆ 석포제련소는 어떤 곳?

1970년 설립된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는 여러 산업에서 중요한 기초소재로 쓰이는 아연괴를 생산하는 곳이다. 국내 2위, 세계 6위의 생산 규모를 지닌 아연 제련소로, 국내 아연 수요의 약 37%를 공급한다. 

광석을 가열하고 전기 분해해 아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는 아황산가스, 황산, 카드뮴 등 중금속과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수적인데, 석포제련소의 모기업인 영풍은 계속되는 환경오염과 노동자 안전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환경법령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80건에 이른다. 대기오염물질과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하고 폐기물을 무단 매립해 낙동강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석포제련소에서는 1970년부터 2024년까지 54년간 21명, 1997년 이후에만 15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지난 10년간 환경법령을 위반해 받은 행정처분이 90차례에 이른다. 

2019년 4월 환경부의 특별 점검에서는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배출시설을 통해 카드뮴이 포함된 폐수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행정처분은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9년 7월에는 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오염물질 농도 자가측정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또 2021년에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한 해 8천㎏이 넘는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확인돼 28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023년 이후에는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2023년 12월 아르신 가스 중독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또 2024년 3월에는 제1공장 냉각탑 청소에 투입된 하청노동자가 석고에 맞아 사망했고, 2024년 8월에는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 같은 사고 때문에 2024년 9월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영풍 쪽은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하고 죄송한 심정”이라고 사과했다. 

오너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도 2024년 10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과 사망사고에 대해 “국민과 주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영풍은 그 이후 2024년 11월 있은 환경부 수시점검에서도 황산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도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영풍은 두 달간의 조업정지를 이행한 직후인 2025년 4월18일 석포제련소에서 ‘석포제련소 리스타트(Re-Start) 선포식’을 열고 환경·안전·사람·지역을 핵심 가치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영풍 오너 장형진의 아킬레스건 석포제련소 위험물질, 고려아연의 뒤처리 왜 최윤범은 거부했나
장형진 영풍 고문이 2024년 10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려아연은 왜 뒤처리 거부했나

2019년 5월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영풍은 그 후속조치로 석포제련소 가까이 있는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고 이 물질을 외부에서 분리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처리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맡겼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난색을 보이다가 2022년 최윤범 회장이 취임하자 환경오염 리스크와 내부 반발을 이유로 결국 완전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온산제련소가 석포제련소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건 배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최윤범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은 처음부터 카드뮴을 받는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상의 없이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고 카드뮴을 처리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더라. 동업자로서 황당했다. 이미 다 결정을 해놓고 ‘따르라’는 식의 요구였다. 나는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회장직을 맡자마자 영풍 쪽 카드뮴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인 황산 수출도 수탁 처리해 오다 2025년 4월 환경당국(낙동강유역환경청)의 행정처분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일(6월30일)을 약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앞서 환경당국은 고려아연이 제3자로부터 반입한 황산을 저장 및 처리하는 행위가 영업허가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기존 입고된 황산을 2025년 1월24일까지 처리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고려아연의 황산 처리 거부가 계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그룹 내 협력정신에 어긋나며, 고려아연이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024년 9월 기자회견을 갖고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떠넘겨 고려아연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폐기물 처리문제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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