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그룹 선대회장인 이장균 명예회장(오른쪽)과 유성연 명예회장(왼쪽)이 1955년 회사 설립 후 처음 사들인 차량 앞에서 부인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천리> |
[씨저널] 삼천리그룹의 시작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창업자인 고 이장균 명예회장과 고 유성연 명예회장은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를 설립하고 석탄 및 연탄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 집안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당시 두 선대회장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먼저 뜨면 남은 사람이 유가족을 돌본다 △둘 중 한명이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교환했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해 도시가스 사업에 뛰어들고 인도네시아 탄광을 본격 개발하게 되면서 두 집안은 경영을 분리하기로 한다.
즉 도시가스 사업(삼천리)은 이씨가, 석탄 사업(옛 삼탄, 현 ST인터내셔널)은 유씨가 경영하되, 두 집안의 지분을 정확하게 똑같이 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함께 의논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같은 양가의 동업은 3대 70년이 되도록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2025년 현재 ST인터내셔널은 삼천리그룹의 계열사로 속해 있다.
◆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의 지배구조
두 집안은 정확히 같은 수의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주식을 들고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과 이은백 사장, 이만득의 딸들인 이은희씨와 이은남씨, 이은선 삼천리 부사장의 삼천리 지분율은 도합 19.53%다.
ST인터내셔널 오너 2세인 유상덕 회장과 유 회장의 아들인 유용욱 ST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유 회장의 누나인 유혜숙씨 등 유 회장 가족의 지분율도 19.53%로 정확히 같다.
두 가족은 비상장회사인 ST인터내셔널 지분도 50%씩 나눠 갖고 있다.
다만 기업 간 상호출자 관계는 없는 상태다. 양사는 2009∼2010년 상호 보유 주식을 모두 정리한 바 있다.
회사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삼천리의 자산(이하 연결기준) 규모는 4조5182억 원, ST인터내셔널은 3조8394억 원이다. 매출액(2024년)은 좀 더 차이가 커서, 삼천리가 5조1205억 원, ST인터내셔널은 6977억 원이다.
오너 2세인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 <삼천리> |
◆ 3세 승계 이후에도 동업의 역사는 지켜질까, 변수는 없나
두 집안의 동업 역사는 70년 동안 별 탈 없이 지켜져 왔다. 지금까지 분쟁의 소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후손으로 지분이 승계될수록 동업 정신이 옅어지고 셈법이 복잡해져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히 삼천리가 최근 신사업을 강화하고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함께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한쪽 집안의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의 사업은 대체로 승승장구해 왔다. 삼천리는 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해 왔고, ST인터내셔널도 인도네시아 파시르광산 사업의 큰 성공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알짜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만약 한 집안의 사업이 어려워진다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두 집안의 동업을 통해 발전해 오다 갈라선 영풍과 고려아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두 집안이 향후 분쟁 소지를 없애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계열분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천리 관계자는 씨저널과 한 통화에서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의 동업경영은 여전히 잘 이뤄지고 있고 계열분리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