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 창업주가 장자승계 원칙을 깨고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후계자로 삼은 것은 성 부회장의 뛰어난 경영능력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창업주가 장녀 대신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후계자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기학 창업주는 섬유무역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영원무역그룹을 키웠다.
이런 탄탄한 사업인프라를 바탕으로 1997년 국내에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 아웃도어 업계를 선도하는데 성공하면서 영원무역그룹과 함께 성 창업주의 세 딸의 경영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 전통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하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승계를 결정할 때 장자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영원그룹의 성기학 창업주도 처음에는 장녀 성시은 영원무역 이사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성시은 이사는 1977년 태어나 미국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인재로서 2011년 3월 세 자매 가운데 처음으로 영원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 격인 YMSA 이사회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성시은 이사의 경영 활약도와 관심이 수그러들었고 급기야 2018년 3월에는 YSMA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경영일선에서 후퇴해 영원무역에서 미등기임원인 사회환원 담당이사를 맡고 있다.
둘째 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8년생으로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초트로즈메리홀을 졸업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해 가업을 이을 준비를 했다.
2007년 준법담당 이사를 시작으로 2014년 전무, 2016년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 사장, 2020년 영원무역 사장, 2022년 11월 영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명실상부한 후계자 자리를 차지했다.
성기학 창업주가 차녀 성래은 부회장을 공식 후계자로 낙점한 시점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직을 넘겨준 2016년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YMSA의 지분 50.1%를 넘겨준 2023년으로 성래은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재계에서는 둘째 딸 성래은 부회장이 장녀를 밀어내고 후계 지위를 다진 배경에는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고려한 성기학 창업주의 신중한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고 바라본다.
◆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실적 성장을 통한 단단한 경영능력 증명
성래은 부회장이 영원그룹 최상단 지배회사인 YMSA의 지분을 받으며 후계구도에서 앞서게 된 이유는 그의 단단한 경영능력 때문이다.
성 부회장은 2002년 입사한 뒤 글로벌 컴플라이언스·CSR 부문 이사와 전무 등을 거쳐 OEM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적을 꾸준히 쌓아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성 부회장이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6년 이후부터는 영원무역홀딩스 실적이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리며 2022년까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는 경영자로서 실질적 성과를 쌓은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성 부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의 부진과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해외 생산 공장 설비투자에 집중하는 등 경영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성 부회장은 사회적으로도 두드러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2월 제15대 한국패션산업협회장에 선임되어 국내 패션업계에서 40대 여성으로서 새로운 리더십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이 같은 대외 활동은 경영능력뿐 아니라 기업 총수가 갖춰야 할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 면에서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삼녀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 성장, 후계구도 변수
성래은 부회장이 영원무역그룹 최상위 지주사인 YMSA 지분 과반을 보유하면서 후계구도는 어느 정도 확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재계에서는 승계구도에 변수가 남아있다고 바라본다.
성기학 창업주의 삼녀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키워가며 국내 의류업계 불황에도 영원아웃도어의 실적 성장세를 이끌고 있어서다.
성 부사장은 1981년 태어나 미국 웨이즐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04년 영원아웃도어(옛 골드윈코리아)에 입사해 광고 마케팅 업무를 총괄했다. 아울러 2016년부터는 영원그룹의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는 경기침체로 2023년부터 국내 아웃도어 수요가 급감한 속에서도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5445억 원, 2022년 7640억 원, 2023년 9615억 원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업이익 역시 2021년 1331억 원, 2022년 1825억 원, 2023년 2426억 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영원무역의 경우 프리미엄 자전거 계열사 스캇의 실적 악화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면서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성기학 창업주가 여전히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승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변수로 꼽힌다. 성 회장은 1947년생으로 70대 후반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영원아웃도어와 영원무역 대표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성래은 부회장으로 기울어진 승계구도의 무게추가 성가은 부사장의 높은 성과로 원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