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DL그룹 회장은 혼맥과 신뢰를 바탕으로 LG그룹 출신 인재를 다수 영입하는 경영전략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씨저널]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LG그룹 출신 인재를 다수 영입해 왔다.
단순한 인사 정책을 넘어 혼맥과 신뢰 및 경험에 근거한 독특한 용인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빛을 발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특히 최근 DL이앤씨를 이끌었던 마창민 전 대표와 서영재 전 대표의 사례는 이 회장의 LG 인재 용인술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예시로 꼽힌다.
◆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는 성공했나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는 2021년 1월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DL이앤씨 최고실적을 내면서 기대감을 높였던 인물로 꼽힌다.
1968년생인 마 전 대표는 LG그룹에 몸담을 당시 30대 나이로 전무로 승진해 대기업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거머쥐며 촉망받는 임원이었다.
LG전자 합류 이전에는 다국적 생활용품 회사인 존슨앤존슨에서 6년간 마케팅 일을 했다.
LG전자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북미 영업 마케팅담당 및 해외영업그룹장 등을 거치며 마케팅 전문가로 15년간 일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이런 이력 때문에 재계에서는 마 전 대표가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DL이앤씨 대표로 옮겨 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마 전 대표가 대표 취임한 이후 DL이앤씨 실적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2021년에는 매출 7조6317억 원과 영업이익 9573억 원으로 성과를 냈지만, 이후에는 실적 하락과 신사업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DL이앤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사고의 반복은 회사의 이미지 손상에 더해 경영 정상화를 어렵게 했다.
마 전 대표의 재임기간 3년4개월 동안 DL이앤씨에서는 모두 6건의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마 전 대표는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2022년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예산증액, 관리인원 파견, 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경기도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기계를 받치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중국 국적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경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마창민 전 대표는 2024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결국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건설업계에서는 마 전 대표 개인의 실패라기보다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내세운 LG 출신 인재 용인술이 당면한 구조적 한계와 위험을 드러낸 결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 서영재 전 DL이앤씨 대표의 실패
마창민 전 대표에 이어 2024년 5월 새롭게 선임된 서영재 전 대표 역시 LG전자 출신의 ‘전략기획 전문가’였다.
서 전 대표는 LG전자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TV 및 IT사업부를 거치고,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장으로서 신사업 발굴에 기여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해욱 회장은 서 전 대표를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과 실적위기 탈출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뒤 불과 두 달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으로 물러났고 DL이앤씨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부족을 사퇴의 가장 큰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서 전 대표가 LG전자 출신으로서 전자사업에서 건설업으로 주력 경영분야를 바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다.
서영재 전 대표의 조기 사임은 DL그룹의 LG그룹 인재 중용 전략이 여전히 시험대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해욱 회장의 경영진 선임 기준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 이해욱 회장의 LG그룹 인재 중용 전략과 혼맥의 힘
이해욱 회장이 LG그룹 출신 인재를 중용하는 전략을 꾸려가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는 혼맥이 꼽힌다.
이해욱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 김선혜씨와 결혼하면서 LG 오너 일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장모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딸 구훤미씨이며, 김선혜 씨와 구광모 LG 회장은 사촌 관계다.
LG가와 맺어진 혼맥은 자연스레 DL그룹과 LG그룹의 인재 교류로 이어졌다.
이해욱 회장의 경영 멘토 역할을 맡았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 DL그룹에 들어온 계기도 이런 혼맥과 관련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LG전자 MC사업본부 시절 휴대폰 사업의 중흥기를 이끄는 등 경영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대림산업의 건설사업부 고문으로 영입된 이후 2018년부터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2021년 DL이앤씨 출범과 함께 이사회 의장을 맡아 2024년 2월까지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과 인재 영입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2024년 3월부터 고문 역할로 돌아간 그는 LG전자의 마케팅과 글로벌 전략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DL그룹 지주사 체제 완성, 브랜드 강화,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 굵직한 변화를 이루는데 실질적 조언을 해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힌다.
남 고문은 이 과정에서 이해욱 회장의 ‘경영 멘토’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남용 고문의 인맥을 통해 수많은 LG전자, LG유플러스, LG화학 출신 인사들이 DL그룹 내 주요 요직에 기용됐다.
대표적으로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 김종현 DL 대표이사 겸 DL케미칼 대표, 윤준원 대림오토바이 대표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용인술의 한계, 그리고 미래 전략의 방향성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LG그룹 출신 인재 중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경영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남용 고문을 정점으로 하는 이른바 ‘LG맨’ 영입은 DL그룹에 ‘LG DNA’를 접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남용 고문은 경영 조언뿐 아니라 신속한 인재 영입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마창민, 서영재 두 대표의 사례는 이해욱 회장 용인술의 한계로 꼽힌다.
특히 건설과 신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단순히 출신이나 인맥에 의존하는 인사정책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욱 회장이 혼맥과 신뢰로 영입한 LG맨과 DL그룹 내부에서 육성한 인물 사이 전문성의 조화가 앞으로 DL그룹을 이끌어가는데 큰 과제가 될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