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박병무는 기업 '성형수술' 전문, 엔씨소프트 어떻게 바꾸길 김택진 바라나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4-30 09:28:47
법률가 박병무는 기업 '성형수술' 전문, 엔씨소프트 어떻게 바꾸길 김택진 바라나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는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어떻게' 바꾸길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서울대학교 법학과, 하버드 로스쿨,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모펀드 대표이사.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의 이력이다. ‘게임’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력이다. 

박병무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다. 위기에 처해있는 기업을 구조조정, 재무 개선 등을 통해 ‘예쁘게’ 꾸민 뒤 매각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이다. 여러차례 구조조정과 매각에 성공하면서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 박병무 대표가 이제는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선장이 됐다. 과연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박병무 대표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 ‘매각 전문가’가 아닌 ‘부활 전문가’, 김택진의 의도는 무엇인가

박병무 대표의 이력만 놓고 보면 자연스레 ‘혹시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매각하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매각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리니지를 향한 김 대표의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타계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 등과 더불어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를 이끌어 온 1세대 리더인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매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박병무 대표가 실제로 기업의 ‘성형수술’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살피면 김택진 대표가 박 대표에게 부여한 임무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단순히 부실기업의 재무제표만 예쁘게 꾸며 매각하는 타입의 구조조정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적자가 심화되거나 기업가치가 하락한 회사를 구조조정하고, 핵심 자산을 살려 체질을 개선한 뒤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기업 리빌딩’에 가까운 작업들을 해왔다.

박병무 대표의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하나로텔레콤 매각이다. 

박 대표는 하나로텔레콤 사장으로 취임한 뒤 바로 ‘하나TV’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TV는 이제는 보편화된 IPTV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됐고, 하나TV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하나로텔레콤은 SK텔레콤 산하에서 SK브로드밴드로 다시 태어나 현재 SK그룹의 IPTV와 유선인터넷 사업을 책임지는 효자 계열사가 됐다.

박 대표는 유망하지만 저평가돼있거나 현재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 정상화시키는 ‘선구안’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2010년 보고펀드(현재 VIG파트너스) 대표로 오른 뒤 동양생명, BC카드, 아이리버,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17개 기업의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뒤 기업들을 되살려냈다. 

◆ 박병무가 진단한 ‘위기의 엔씨소프트’, 그리고 ‘체질 개선’ 선언

박병무 대표는 2024년 주주총회 직후 가진 첫 메시지에서 “게임사로서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 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적 M&A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고질적인 리스크는 소위 ‘리니지 원툴’ 구조에 따른 매출 편중과 경쟁사와 비교해 부족한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여기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박 대표는 이런 기업의 체질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이 약화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으로 M&A를 통한 외부 콘텐츠 흡수, 내부 개발력 재정비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주주총회에서도 박 대표는 “기존 IP를 재정비하는 한편 출시 예정 신작의 평가 기준을 높여 개발 과정을 엄격히 점검하고 있다”라며 “많은 분들이 M&A와 투자에 대해 불철주야 고생했는데, 올해는 여러분들이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성과가 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법률가 박병무는 기업 '성형수술' 전문, 엔씨소프트 어떻게 바꾸길 김택진 바라나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 번째)가 2008년 3월 경기도 안성시 하나로텔레콤 연수원 개원식에서 기념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 '기업을 고치는 사람'의 등장, 엔씨소프트는 어디로 갈까

김택진 대표가 박병무 대표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 이유는 엔씨소프트라는 기업 자체를 좀 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바꿔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박병무 대표가 보여준 과거의 성과는 대부분 고장난 기업을 고쳐서 다시 서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돼있다. 

지금까지 김택진 대표 혼자 엔씨소프트를 이끌어왔던 방식은 ‘리니지’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집중이었다. 한쪽에서는 ‘리니지가 완벽한 게임이니, 모든 게임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자’는 분위기가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박병무 대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엔씨소프트를 해석하고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이 ‘유선인터넷’이라는 메인스트림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하나TV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얹었던 것처럼, 리니지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보다 리니지를 제외한 다른 신작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IP를 사오든 자체개발하든, ‘완전 신작’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가 엔씨소프트가 체질개선에 성공했는지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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