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 2년차에도 자금수혈 바빠, '최대 11조' 현금으로 캐즘 이후 본다
장상유 기자 jsyblack@c-journal.co.kr2026-02-20 15:54:48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 삼성SDI >
[씨저널]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첫해인 지난해 조 단위의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는 최대 11조 원까지 확보할 수 있는 보유자산 매각에 나선다.
이는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업황 반등기에 대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사업 전환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통해 최대 11조 원 안팎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삼성SDI는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거래 상대나 규모, 조건, 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검토해 이사회 보고 및 승인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SDI는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84.8%는 삼성전자가 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은 장부가 기준 10조1천억 원으로 평가된다.
하나증권은 삼성SDI의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지분을 통해 장부가 대비 1.1배 내외에서, 즉 최대 11조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디스플레이기업 BOE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예측치가 올해 1.10배, 내년 1.04배인 점을 기준으로 삼아 도출된 수치다.
지분 매각 규모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SDI의 설비투자 예정금액이 올해와 내년을 합쳐 5조 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조 원 안팎의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주선 사장은 대표 취임 첫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2년 차 초반부터 대형 지분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최 사장이 2년 연속으로 자금수혈에 고삐를 죈 이유로는 삼성SDI의 설명처럼 과거보다 재무 관련 지표가 다소 저하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 꼽힌다.
삼성SDI는 낮아진 이익창출력이 고스란히 재무 지표에 투영되는 모양새다.
삼성SDI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의 1조8080억 원, 순이익은 2023년의 2조660억 원을 고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조7224억 원, 순손실 5849억 원을 내며 모두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70.0%에서 2024년 말 88.2%로 높아졌다. 최종 1조6549억 원으로 확정된 유상증자 효과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79.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 영업손익도 4분기에는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4천억 원대 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어 재무 지표가 지속해서 저하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최대 11조 원의 현금이 유입되면 삼성SDI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 중반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SDI가 가장 최근 50%대 부채비율을 기록한 때는 2019년(56.8%)이다.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추진하는 대규모 자금조달과 관련해 ‘미래 준비’라는 측면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면서 배터리 시장의 무게추가 ESS로 옮겨가고 있어 이를 향한 대비와 함께 차세대 제품을 준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 사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은 간단치 않지만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슈퍼사이클을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머지않아 가슴 벅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번에 확보할 현금을 ESS용 배터리사업과 기술개발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SDI는 지난해 유상증자 발표 당시 미국 GM과 합작법인 투자에 9천억 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에 6천억 원,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4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이런 삼성SDI의 전략과 견줘보면 현재진행형인 유럽 증설과 국내 투자는 지속하는 반면 미국 GM과 합작법인에 추가 투자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이 ESS용 배터리사업 확장에 할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미주법인이 맺었던 2조 원 이상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 등을 계기 삼아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공장 생산라인을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이번 자금이 스텔란티스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합작법인 지분을 사는 데도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최근 해외언론의 보도로 스텔란티스가 삼성SDI과 합작관계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최 사장이 강조하는 ‘기술이 희망’이라는 기조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조4천억 원을 투입했다. 2023년 1조1364억 원, 2024년 1조2976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5.0%, 2024년 7.8%를 지나 지난해 10.6%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이 20.0% 축소되고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의미 있게 늘린 셈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이 배터리 업황의 마지막 고비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SDI가 장기적 투자재원 확보 및 안정적 재무구조 구축을 위해서 진행하는 지분 매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전날 공시를 통해 “보유자산 매각과 관련해 향후 경영환경, 회사의 이사회 승인 결과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