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이용욱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초반 원가·제품 경쟁력을 수주로 증명하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마련했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의 결실을 미국 ESS 시장에서도 보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 SK온이 올해 20GWh(기가와트시)의 대규모 ESS용 배터리 수주 목표를 내세운 만큼 이 사장은 미국 생산라인 전환 및 추가 공급권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각각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책사업에 SK온이 잇따라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ESS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온은 2029년까지 진행되는 산업통상부 주관 ‘2025년 탄소중립산업단지 대표모델 구축사업’과 2030년까지 추진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사업에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온은 탄소중립산단 대표모델 구축사업지인 구미 국가산단에 60MWh(메가와트시) 규모로,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사업지로 뽑힌 부산에는 500MWh 규모로 LFP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2.22GW(기가와트) 규모의 ESS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38년까지 모두 23GW에 이르는 ESS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최근의 잇따른 수주로 지속성장할 국내 ESS 배터리 수요를 확보하기 유리한 사업이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용욱 사장은 국내 ESS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명확히 할 대형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전력망에서 활용될 만한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고 15년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계약시장에서 결실을 본 것이다.
SK온은 한국남부발전 및 SKE&S와 컨소시엄을 맺고 앞서 12일 한국전력거래소가 주관한 1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 565MW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4MW(50.3%)를 확보했다.
SK온은 지난해 7월 결과가 나온 제1차 입찰에서 단 1건의 입찰도 따내지 못했다. ‘반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을 나타낸 셈이다.
이번 SK온의 입찰 성공은 이 사장이 강조한 원가, 제품, 그리고 수주로 이어지는 경쟁력의 선순환고리가 제대로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내부 구성원 및 조직을 시상하는 ‘2025 CEO 레코그니션’에서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에 제품 경쟁력을 더해 수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원가·제품·수주 경쟁력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찰에서 SK온이 승기를 잡은 주요 이유로는 우선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SK온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4시간 이상 충·방전에 최적화한 구조를 갖춰 ESS에 적합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내세웠다.
경쟁사 가운데서는 동일한 LFP 배터리를 내세운 곳도 있었지만 SK온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만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는 비가격 부문의 안전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 배점은 1차 입찰 때 6점에서 이번 2차에서는 11점으로 높아졌다.
SK온은 안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화재 감시 솔루션 ‘임피던스(저항) 분광법’을 도입했다. 임피던스 분광법은 여러 주파수의 교류 신호를 가하고 저항을 측정해 배터리 내부 성능과 상태를 평가하는 분석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이상 징후를 최소 30분 전에 미리 감지하고 해당 모듈만 블록처럼 분리·교체해 안전성과 연속성을 높인 것이다.
이 밖에도 배터리 핵심소 재 4개 가운데 음극재를 제외한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을 국내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국산화(국내 산업 경쟁력 기여도)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이번 성과를 놓고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최종 선정은 지금까지의 준비와 실행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앞으로 ‘ESS는 SK온’이라는 공식을 공고히 해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필요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임기 초반부터 의미 있는 수주 성과를 올린 이 사장의 다음 시선은 북미로 향해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1일 SK온 대표로 임기를 시작했다.
SK온은 올해 20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ESS 첫 대형 계약으로 따낸 수주가 확정물량 기준으로 1GWh라는 점을 견줘보면 도전적 목표로 해석된다.
SK온은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ESS 시장을 공략해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지난해 ESS 첫 대형 계약도 미국에서 이뤄졌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기업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SK온이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구조다.
SK온은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이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 공급사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도 손에 쥐었다. 이 우선협상권에 따르면 두 회사 사이 협의를 통해 SK온은 향후 최대 6.2GWh 규모의 제품을 추가로 공급하게 된다.
이 사장은 SK온의 미국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해 현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의 단독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해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또 포드와 합작법인(블루오벌SK) 종결 이후 운영할 테네시주 공장 가운데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실적발표 뒤 배터리사업과 관련해 “SK온의 부진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의 리스크”라면서도 “SK온이 지난해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맺은 계약 이외에도 수주 논의가 이어지는 등 긍정적 요인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