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상장 철회라는 아픔을 겪었던 케이뱅크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희망 밴드에 공모가를 맞추는 데 성공하며 상장 가도에 파란 신호등을 켰다.
다만 상장 이후 실제 주식시장에 케이뱅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 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케이뱅크의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중소기업(SME) 금융’과 ‘가상화폐’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케이뱅크 상장 '삼수'의 끝, 성장성과 수익성 증명의 딜레마
케이뱅크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 밴드의 하단인 8300원으로 확정됐다고 12일 공시했다. 희망 밴드의 하단인만큼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케이뱅크 상장의 최대 관건이 적정한 공모가 산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IPO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케이뱅크는 앞서 두 차례나 IPO를 시도했다가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첫 번째 시도였던 2022년에는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두 번째 시도에서는 수요예측 흥행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최우형 행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케이뱅크의 ‘성장전략’ 설득이다.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과 은행으로서의 ‘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은행 전반의 성장성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행장은 케이뱅크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 행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SME) 금융과 가상화폐(디지털자산), 그리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최 행장은 최근 IPO를 위한 기업설명회에서 3월5일로 예정된 코스피 상장을 기점으로 확충될 약 1조 원 규모의 유입될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공모자금+과거 유상증자 자금이 BIS 자본으로 인정되는 효과)을 바탕으로 △SME시장 진출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디지털자산 등 신사업 투자 등을 케이뱅크의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바 있다.
◆ 중소기업 금융과 가상화폐, 기회이자 리스크인 '양날의 검'
문제는 최 행장이 꺼내든 카드 가운데 두 가지 카드가 안정적 수익원이라기보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SME) 금융은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이자 정부가 인터넷은행들에게 정책적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만큼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
특히 최근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내걸고 시중은행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까지 앞다퉈 중소기업 금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리스크는 더욱 올라간다. 경쟁력있고 건실한 투자처는 한정돼있는 만큼, 리스크가 높은 기업에게까지 투자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면밀한 ‘옥석 가리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전략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아직 가상화폐와 관련된 법적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준비’가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자산 거래소 등과 관련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 길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빗썸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논의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에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의 제휴 계약이 2026년 10월 만료된다는 점, 그리고 만료 이후 제휴가 종료되거나 경쟁 제휴가 생길 가능성을 핵심 위험요인으로 적시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영업 개시 이후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를 계기로 수신 규모를 빠르게 키워왔다. 만약 업비트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면 케이뱅크의 수신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우형 행장은 이와 같은 시장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최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의 본원적 뱅킹 예금이 지속적으로 압도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업비트 의존도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업비트 가상자산 예치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2~3조 원에서 7~8조 원까지 변동폭이 크지만, 이는 국공채나 MMF 등으로 관리돼 케이뱅크의 펀더멘털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이제 가상자산 예치금은 추가적인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IPO가 끝이 아니다, 최우형 케이뱅크의 성장성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진짜 게임’은 상장 이후부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모가가 높고 상장 직후 무서운 상승률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주가는 그 기업의 본연 가치와 성장성을 토대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뱅크 업종에서 현재까지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6일 공모가 3만9천 원에 상장된 이후 보름만인 8월19일 장중 9만44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현재 주가는 2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1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7850원으로 공모가보다도 약 28.6% 낮다.
결국 앞으로 케이뱅크가 자본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는 최 행장이 야심차게 제시한 중소기업 금융과 가상화폐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단순한 ‘청사진’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PO의 핵심은 결국 그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이 이제는 시장에서 평가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케이뱅크의 상장이 초기에 흥행해 FI와의 드래그얼롱 계약 들을 수월하게 풀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최 행장이 제시한 성장 전략이 실제로 투자자들을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상장 후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