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치밀한 계획과 압도적 실행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투자의 결실을 구체화해야 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열린 올해 첫 그룹 경영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난해 연초 신년사와 그룹기술전략회의에서 녹록지 않은 사업 여건을 헤쳐나갈 방안으로 ‘기술경쟁력’을 내세웠던 것과 견줘보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장 회장의 실행력은 그룹의 근간이자 본체 격인 포스코의 철강사업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철강사업에서 점차 실적 반등에 기회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장 회장은 해외 중심의 투자계획을 대폭 늘려 잡으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주사 실적 하락에도 ‘철강’ 포스코에서 확인된 완만한 반등 곡선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시장기대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지난해를 마무리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9조950억 원, 영업이익 1조827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16.0% 감소한 것이다. 잠정실적을 시장기대치와 견줘보면 매출은 충족했지만 영업이익은 16.8% 밑돈 수치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하는 이차전지 소재와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부문이 각각 업황 악화와 일회성 비용 반영 등에 부진한 탓에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체 실적 감소 속에서도 긍정적 부분도 확인했다. 포스코의 철강 사업이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35조1100억 원, 영업이익 1조780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을 20.7% 늘리면서 1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도 1.2%포인트 확대된 5.1%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탄소강 등 제품 판매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원료비 하락과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포스코는 판매가격 하락으로 1조8300억 원의 이익을 손해봤지만 원료단가 하락(2조2860억 원) 및 원가절감(4550억 원)으로 2조7410억 원의 영업이익 상승 효과를 봤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격적 수요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국발 과잉공급 상황이 최악은 지났다는 분석이 많다.
포스코홀딩스도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과잉생산에 대응해 구조조정을 유도해왔고 저부가 제품의 해외수출도 막고 있다”며 “내수 침체가 커서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일부 가격 인상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장인화가 말하는 실행력, 미국과 인도로 뻗는 해외 투자
장 회장이 ‘압도적 실행력’이란 열쇳말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포스코그룹도 철강 부문의 투자 확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철강 투자는 해외에서 방점이 찍혀있다. 장 회장은 올해 철강 부문에서 수익구조 공고화, 탈탄소 전환 속도 등 근원적 과제의 중요성을 짚으면서도 특히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합작 프로젝트 형식으로 미국과 인도를 향해 본격 발을 뻗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통상·물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현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제철과 합작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가 닻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착공, 2029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연간 270만 톤 규모로 건설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전체 투자비용 58억 달러(약 8조 원) 20%의 지분으로 참여해 투자비 부담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그룹과 협력 범위를 이차전지 소재로 넓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인구 1위 시장인 인도에서는 현지 최대 철강기업 JSW와 손잡고 고성장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JSW와 인도에 연산 6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분구조 50:50 형태로 JSW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매년 10%씩 소비량이 증가하는 인도를 글로벌 생산거점화 하겠다는 구상을 지녔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으로 11조3천억 원을 잡았다. 최근 3년 평균(8조2천억 원)보다 3조 원 넘게 키운 것이다. 특히 앞선 3년 동안 3조 원 안팎에 머물렀던 철강 부문 절반이 넘는 6조8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 긴 호흡의 철강산업, 중장기 투자가 장인화에게 중요한 이유
장 회장은 올해로 첫 번째 회장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하게 된다. 올해부터 첫 연임 과정에서도 기존 회장의 이른바 ‘우선권’이 사라진 만큼 장 회장의 마지막 해 성과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2022년 출범한 포스코홀딩스는 출범 첫해 매출 84조7502억 원, 영업이익 4조8501억 원을 거둔 뒤 지난해까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장 회장 체제에서도 실적 후퇴는 계속된 것이다.
다만 실적 악화 탓을 온전히 장 회장의 역량에서만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업황은 모두 바닥을 찍었기 때문이다. 또 건설 부문에서는 안전 역량에 관한 의구심과는 별개로 예측하기 힘든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철강 등 포스코그룹의 주요 사업이 중장기 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장치산업인 점을 고려하면 장 회장을 향한 평가에 실적만큼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가 고려돼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와 장치 중심의 중후장대 산업은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 숫자의 책임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도 리더십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장 회장 체제 2년 동안 포스코그룹은 모두 73건의 자산 매각 및 청산 등 구조개편을 통해 1조8천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며 핵심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24년부터 시작한 저수익·비핵심자산에 관한 구조개편을 2028년까지 연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55건을 구조개편해 1조 원의 현금을 추가로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