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돈 안 되는' 인천공항 면세점 들어간다 : 해외 브랜드와 협상력 높이고 백화점 찾는 외국인 늘어나니까
안수진 기자 jinsua@c-journal.co.kr2026-02-04 08:49:02
현대백화점 그룹이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면세점 권역 DF2의 운영권 적격 사업자로 선정된 뒤 공항 면세점의 낮은 수익성 구조상 면세점 부문에서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 그룹>
[씨저널] 현대백화점 그룹이 ‘돈 안 되는 사업’으로 불리는 공항 면세점 사업에 발을 넓히고 있다. 공항 면세점의 단기 손익 보다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협상력, 외국인 고객 유입 효과를 노린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그룹이 인천공항의 면세점 권역 DF2 운영권 적격 사업자로 선정되자 공항 면세점의 낮은 수익성 구조상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한 면세권역 DF2 운영권 적격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오히려 연간 80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가 전망된다”며 “다만 백화점은 내수 소비가 개선되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늘고 있어 연결기준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공항 면세점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백화점 그룹에게 공항 면세점은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 공간일 수 있다.
인천공항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국제공항으로 입점 자체가 글로벌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상징적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다.
인천공항은 동남아와 중국, 미주·유럽을 잇는 노선 구조를 갖춘 공항으로 지난해 7월 기준 월 60만 명이 넘는 환승객을 처리하는 아시아 대표 허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대표 환승 허브로서의 위상도 가지지만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아우르는 소비 공간이라는 점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의 입지적 특성상 공항 면세점 보유 여부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공항 면세점 입점 여부를 계약 성사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항 면세점 운영 이력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추가 협상이나 신규 시장 진출에서도 중요한 브랜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이러한 공항 면세점의 상징성을 시내 면세점과 백화점의 매출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이를 단순한 구상에 그치지 않고 면세점·백화점·아울렛을 하나로 묶은 외국인 전용 멤버십 체계 구축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통합 멤버십 전략은 2024년 ‘H포인트글로벌’ 출시로 구체화됐다. 이 멤버십은 외국인 고객의 소비를 단일 매장에서 그룹 유통채널 전반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각 채널에서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혜택과 편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외국인 고객의 소비 동선을 자연스럽게 그룹 내부에 묶어두는 구조다.
H포인트글로벌은 면세점과 백화점, 아울렛에서 공통으로 사용 가능하며 구매 금액의 최대 7%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식당가 예약이나 모바일 내국세 환급 신청, 파파고 기반 인공지능 통번역 등 외국인 고객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이 멤버십을 통해 택시 호출 연계, K쇼핑 트렌드 콘텐츠 제공,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예약 등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쇼핑을 넘어 이동·콘텐츠·문화까지 아우르는 체류형 소비 구조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외국인 고객 유치 전략을 면세점에서만 국한하지 않고 백화점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현대백화점 그룹은 19일까지 한국을 경유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승 시간 안에 ‘더 현대 서울’에서 쇼핑과 미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환승 투어 코스를 운영한다.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관광객뿐 아니라 경유하는 외국인 고객까지 공략 대상으로 확대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외국인 고객 확대 전략은 방한 관광 수요 증가라는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42만 명으로 2024년보다 15.4%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도 많은 수치로 외국인 관광 수요가 단순한 회복을 넘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는 환경 속에서 현대백화점 그룹의 공항 면세점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결국 공항 면세점에서 쌓은 브랜드 위상과 글로벌 인지도를 백화점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공항 면세점을 자산 삼아 외국인 고객을 백화점과 아울렛 등 다른 채널로 유도하고 유통채널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며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셈이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