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리딩 금융'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6년 새해 시작과 함께 1조2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도 ‘리딩 금융’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약속을 지킨 데 이어, 올해는 연초부터 조 단위를 넘어서는 소각 ‘퍼포먼스’를 통해 시장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양 회장은 이와 같은 압도적 주주환원을 발판 삼아 KB금융을 '레벨업' 단계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 새해 벽두부터 1.2조 자사주 소각, '말보다 행동' 증명한 양종희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15일 자사주 861만 주를 전량 소각했다. 한국거래소 변경 상장은 1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약 2.3%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소각 규모는 22일 종가(13만4700원)기준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이번에 소각된 주식은 2024년 5월 이후 KB금융이 꾸준히 매입해 온 물량으로, 양 회장이 시장과 맺은 약속을 이행한 결과물이다. KB금융은 이미 지난 2025년에도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500만 주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두고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 CET1 13% 넘으면 전액 환원, 양종희 회장의 '무제한' 승부수
양 회장이 주도하는 2026년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무제한 환원'이다. 양 회장의 취임 첫 해인 2024년 11월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올해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
원칙은 간단하다. 전년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한도 없이 전액 주주환원 재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연중에도 CET1 비율이 13.5%를 넘기면 그 초과분 역시 주주들에게 즉시 돌려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환원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분기별 균등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갈래의 방식은 서로 연동되며 주주 가치를 높여주게 된다.
자사주를 태워 없애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든다. 주식 수의 감소는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등 KB금융지주 주식 1주가 갖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결과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주가 받는 배당금 역시 구조적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 '빌드업'과 '밸류업' 넘어 ‘레벨업’, 양종희 2026년을 레벨업 원년으로 삼는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이 단순히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적극적 주주환원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KB금융그룹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레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계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의 성장 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빌드업',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그리고 그룹의 위상 자체를 한 차원 높이는 ‘레벨업’이 바로 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레벨업 로드맵이 성공한다면 KB금융의 '리딩금융' 지위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순이익과 주주환원 규모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며 그 성과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2025년에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총주주환원율 50%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한 번도 넘지 못했던 50%의 벽을 단숨에 넘어버린 것이다. BNK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의 2025년 총주주환원율이 53.5%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 금융지주들의 총주주환원율을 신한금융지주 40%대 후반, 하나금융지주 40%대 중후반, 우리금융지주 30%대 중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 BNK투자증권은 신한금융지주의 2025년 총주주환원율을 50%에 거의 근접한 49.2%로 추정했다.
순이익 규모에서도 KB금융지주는 2025년 6조 원의 고지에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25년에 당기순이익 5조7549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보다 13.3% 늘어나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각각 5조357억 원, 4조420억 원, 3조264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은 연초부터 진행된 1조2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밸류업의 성과를 숫자로 증명했다”며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모델이 자본이 쌓일수록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라면 ‘리딩금융’인 KB금융의 주주환원 규모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