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상선에서 이익 내고 특수선으로 영토 넓힌다 : 김동관 인수 결단 '결과'로 보인다
장상유 기자 jsyblack@c-journal.co.kr2026-01-23 08:39:43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설비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화>
[씨저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한화오션 인수 승부수가 적중하는 양상이다. 상선 부문을 중심으로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면서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두 자릿수 중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해양·방산(특수선) 시장으로의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생산거점을 확충하고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상선과 방산을 아우르는 ‘쌍끌이 전략’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상선 부문의 수익성 수준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올해 실적에 반영되는 수주잔고의 질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높아지는 흐름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부터 저가수주 물량으로 분류되는 2023년까지의 물량 비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한화오션의 매출인식 물량 비중을 수주 연도별로 보면 2022년 수주분이 연초 37%에서 연말 6%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모두 소진되는 셈이다. 2023년 수주했던 일감의 비중도 올해 내내 13~15%가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선가가 올라 수익성이 우수한 2024년 물량의 매출 비중은 연초 33%에서 42%로, 지난해 확보한 일감은 15%에서 39%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주인이 바뀐 2023년 인수 과정의 불확실성으로 저조한 수주성과를 냈다. 그러나 저가 수주를 피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부진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한화오션은 2023년 연간 목표 69억8천만 달러의 절반에 그친 35억2천만 달러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오션 상선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12%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제조업이라는 큰 틀에서만 보더라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선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0조 원, 1조2천억 원 수준이다.
한화오션은 상선 매출의 60~70%가량을 수익성이 우수한 LNG운반선으로 채우며 수익성을 높였고 이런 추세는 실적에 반영되는 물량의 질 개선과 겹쳐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한화오션의 상선부문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14% 안팎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실적 관점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2023년 수주 물량이 저조했던 점이 오히려 2024년 수주분의 인식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빠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전체 선박의 발주량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특장점을 지닌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 선종들의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수익성이 우수한 일감으로 잔고를 계속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동관 부회장에게는 과거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승부수가 적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빅 사이클’ 초입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조선(상선)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결단이 성공한 셈이다.
한화오션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은 각각 1조7547억 원, 1조6136억 원이라는 대규모 손실을 올렸다. 그러나 2024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한화오션은 최근 상선 부문 호조를 바탕으로 기록적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월4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오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8793억 원, 영업이익 1조298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매출 10조 원을 돌파한 2024년(10조7760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018년 이후 또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의 벽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현재 올해 연결기준 실적 전망치는 매출 14조1734억 원, 영업이익 1조8096억 원에 이른다.
또 한화오션은 최근 방산 부문의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김 부회장이 그렸던 청사진에 상선 부문을 넘어 방산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혔음을 고려하면 김 부회장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전 세계적 지정학적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관한 주요국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 한화오션을 더해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한화오션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국내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품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호주의 글로벌 조선·방산기업 오스탈의 최대주주(19.9%)에 올랐다.
미국에 조선소를 2개 보유하며 현지 군함 주요 공급사인 오스탈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필리조선소까지 포함해 미국 방산·함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미국에서 필리조선소 확장 및 추가 조선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해군력 복원 및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황금 함대(Golden Fleet)’를 구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한화’를 언급하면서 한화오션의 방산 사업 확장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해군이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호위함) 건조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화라는 좋은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방산 부문 주요 갈림길이 될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수주를 위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 4척이 도태되는 2030년 중반부터 이를 대체할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건조 비용이 20조 원에 이르고 향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의 지원과 함께 한화오션이 주관사로 이 사업을 수주하면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록을 쓰게 된다.
지난해 8월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최종 후보(숏리스트)에 올라 3월2일 입찰제안서 마감을 앞둔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지사를 신설하고 지사장에 록히드마틴에서 초계함 현대화 사업 책임자로 일했던 글렌 코플랜드 사장을 영입하는 등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데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직접 안내하고 한화오션 잠수함의 우수성을 소개하면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K-방산’ 최대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성과가 될 뿐 아니라 양국의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한화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