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수 5천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LG그룹은 유독 ‘상승 축제’에서 멀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AI·로봇 등으로 코스피 랠리를 이끄는 반면 LG는 주력 계열사들은 부진한 실적이 겹치며 확실한 성장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자와 배터리, 화학 등 주력 계열사가 부진한 업황을 맞이한 상황에서 구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연일 상승하며 지수 5천을 바라보고 있지만 특히 4대 그룹 가운데 LG그룹은 이런 주식시장 열풍에서 비껴나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장 마지막날 4214.17로 마무리했던 코스피는 새해 들어 전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은 올해 처음으로 0.39%(18.91) 내린 4885.7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5.9% 급등한 올해 들어 삼성과 SK그룹은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로,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재료를 통해 대표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21.1%(2만5300원), 14.1%(9만2천 원) 상승했다. 각각 시총 859조 원, 540조 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다. 또 같은 기간 현대차는 무려 61.6%(18만2500원) 뛰었다.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기술력을 선보인 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사이 LG그룹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도 주가가 상승했지만 그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9.4%(3만4500원) 상승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에 밀려 시가총액 순위 4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118조 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까지 꾸준히 3위를 지켰지만 전날 현대차가 급등하며 3위 자리를 내어줬다.
중장기 주가 추세를 보면각 그룹 대표 계열사들의 희비가 더 크게 엇갈리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최근 랠리와 함께 최소 2배 가까이 올라 현재 고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상장 이후 그해 11월 62만4천 원을 최고점을 적지 않은 차이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40만3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LG전자 등 다른 LG그룹의 중장기 주가 흐름도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그룹들도 계열사별로 등락 차이가 있지만 대표 계열사를 앞세워 코스피 랠리에 올라탄 가운데 LG그룹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다.
LG그룹 시가총액 2위인 LG화학 주가는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초 석유화학 부문 호조와 배터리 부문(현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장밋빛 전망에 그해 2월5일 종가기준 102만8천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바닥을 찍은 석유화학 업황이 겹치며 2024년부터 45만 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날 33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전자 주가도 2021년 초 한때 18만5천 원까지 뛰었지만 이후 완만한 하락추세를 보이며 10만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날 LG전자는 10만5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최근 일반투자자들까지 높아진 눈높이로 투자 대상을 선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기업의 실적 전망, 중장기 기대감의 무게를 보여준다고 해석된다.
지지부진한 주가뿐 아니라 최근 주력 사업부문의 부진한 업황에 부딪혀 전자, 배터리, 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 전반이 저조한 실적 성적표를 내는 만큼 그룹 전체의 반등을 이끌 구광모 회장의 추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점인 셈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094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희망퇴직 관련 비용이 3천억 원 반영된 것이지만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영업적자를 봤다는 점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연간으로 봐도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년 전보다 1조 원가까이(27.5%) 감소한 영업이익 2조478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발생한 희망퇴직 관련 비용은 4천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고려해도 이익 감소폭이 적지 않은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판매 감소에 영향을 받아 잠정 영업손실 122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연간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1조3461억 원)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 GM과 9조 원 규모의 계약해지에서 보이듯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LG화학은 연결기준으로 반영되는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제외하면 지난해 1천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석유화학 부문의 3년 연속 영업손실이 유력한 가운데 양극재사업 부진에 2022년 9천억 원에 이르렀던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도 2천억 원 안팎까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구 회장의 승부처는 단연 AI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민관 합동회의에서 5년 동안 100조 원의 국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AI 기술력을 확산시켜 국내 산업 경쟁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말 최연소 승진 상무, 전무, 부사장도 모두 AI 전문가로 구성될 만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의지를 보였다.
앞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에서 LG AI연구원 정예팀의 AI 모델 ‘K-엑사원’이 모든 평가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날 LG그룹에서 AI 솔루션사업을 담당하는 LGCNS 주가가 10.2%(6300원) 뛰며 AI를 향한 시장의 관심과 기대가 확인됐다. LG CNS는 현재 로봇을 고객사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주가도 19일 8.6%(8500원) 급등하며 10만 원을 돌파했는데 여기에는 1분기 실적 반등 뿐 아니라 피지컬 AI 실현에 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 목표주가를 14만 원으로 높여 잡으면서 “AI 엑사원의 경쟁력으로 가정용 로봇을 시작으로 산업용 로봇 분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피지컬 AI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