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SK그룹 리밸런싱의 힘, '30년 반도체 외길' 곽노정 HBM 입지 굳힌다
장상유 기자 jsyblack@c-journal.co.kr 2026-01-20 08:37:33
SK하이닉스는 SK그룹 리밸런싱의 힘, '30년 반도체 외길' 곽노정 HBM 입지 굳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SK하이닉스 >
[씨저널] 29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4조948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 43조5300억 원을 웃도는 것이다.

시계를 몇 년 전으로 돌리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우려는 적지 않았다. 2022년~2023년 당시 찾아온 ‘반도체 겨울’에서 SK하이닉스가 업황 부진이 장기화했을 때 버텨낼 여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배경이 깔려있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3년 7조73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듬해인 2024년 23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맞아 ‘없어서 못 파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2년 넘게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데는 SK하이닉스가 역대급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이 미래 청사진의 중심에 인공지능(AI)을 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지닌 역량은 최 회장이 AI 확장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 정통 SK하이닉스맨 곽노정, HBM 경쟁력에 전방위 기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공정기술실 개발연구원으로 1994년 입사한 뒤 지금까지 30년 넘게 SK하이닉스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반도체 전문가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D램 공정3팀, 미래기술연구원, 안전보건총괄책임, 제조 및 기술담당, 안전개발제조총괄, 기업문화 업그레이드TF 등에서 일해왔다. 공정, 개발, 생산, 기업문화까지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모든 분야를 두루 거친 것이다.

D램, 낸드 개발 및 생산을 주도해왔고 특히 AI 시대를 맞아 2013년 SK하이닉스가 최초로 개발한 HBM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지금의 SK하이닉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과 SK하이닉스 안팎에서 곽 사장을 향한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될 당시 SK하이닉스 이사회는 곽 사장을 “개발·제조 분야 통합 관리와 함께 전사 안전, 보건 업무를 책임지며 최근 중요성이 커진 안전 업무에서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당시 대표였던 박정호 부회장과 합을 맞춰 리스크 관리에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단독 대표이사로서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에는 곽 사장을 향한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해 초 곽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하면서 “오랜 시간 축적한 반도체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HBM 기술 경쟁력 선두업체’로 당사의 위상 강화를 주도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곽 사장은 꾸준히 SK그룹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있는 리더로 꼽히고 있다. 올해도 SK하이닉스의 ‘승승장구’가 예견된 만큼 연말 인사철에 부회장 승진이 유력한 인사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이후 SK그룹에서는 지난해 말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유일한 부회장 승진 인사였다.

◆ SK그룹 리밸런싱의 근간, 곽노정 반도체 투자는 계속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사업은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이자 리밸런싱의 완성에서도 무게중심을 잡아줄 근간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의 리밸런싱의 지배구조 개편은 자산매각과 SK이노베이션 및 그 자회사 SK온의 지배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다양한 투자에 따라 훼손된 재무 건전성을 찾고 에너지 사업의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배터리 사업을 구하는 것이 골자다.

이런 큰 틀의 변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계열사가 지닌 현금창출능력이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HBM은 내년 물량이 완판됐고 최근에는 2027년 상반기 물량까지 소진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44조 원을 넘어 올해는 93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증권업계 전망이 나왔다.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조 원에 이른다.

물론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지배구조가 형성돼있고 SK스퀘어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SK하이닉스가 창출한 현금이 직접 지주사로 흘러 들어가지는 않는다. SK스퀘어가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SK의 SK하이닉스 간접 지분율이 6%에 그쳐 그 효과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그룹의 AI 사업에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 최 회장이 AI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완성하려는 밑그림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올해 SK스퀘어가 AI·반도체 분야로 신규 투자의 방향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근거도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SK하이닉스의 현금이 바로 위 모회사인 SK스퀘어에는 훌륭한 자금 여력을 제공한다.

곽 사장은 HBM 시장 입지를 굳히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19조 원 투자 결정을 내렸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첫 번째 공장의 첫 가동 시점을 2027년 2월로 기존보다 3개월 앞당기기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장기 총 투자금액은 600조 원 규모다.

곽 사장은 지난해 11월 ‘SK AI 서밋 2025’에서 고객과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하는 ‘크리에이터’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는 기존의 프로바이더(제공자) 역할에서 나아간 크리에이터 비전을 실현하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곽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주요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로 평가받으며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며 “진정한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의적 방식으로 제시하고 구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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