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곽성민 우리금융지주 CFO 부사장. |
대부분의 계열사 CEO와 주요 임원을 유임시키며 조직의 안정을 꾀했지만, 그룹 살림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만큼은 과감하게 교체했다.
임 회장이 선택한 새 CFO인 곽성민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임 회장과 ‘민영화’라는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인물이자, 4대 금융지주 CFO 가운데 유일하게 IR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곽 신임 부사장은 임 회장의 신임 아래 우리금융의 당면 과제인 자본비율 개선과 주주환원, 그리고 비은행 성장이라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 '안정' 택한 임종룡, 유일하게 CFO만 바꾼 이유
임종룡 회장이 지난 9일 단행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교체 대상이었던 자회사 CEO 11명 가운데 10명이 유임됐고, 지주 부사장급 이상 임원 역시 4명 가운데 3명이 자리를 지켰다. 전략, 리스크, 디지털 등 핵심 부문의 수장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킨 것이다.
하지만 재무부문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2020년 말부터 우리금융의 곳간을 지켜온 이성욱 부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곽성민 지주 재무관리부 본부장이 부사장 승진과 함께 신임 CFO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성욱 부사장이 기존 4대금융 CFO 라인에서 가장 최연장자(1965년 생)로, 만 60세라는 점에서 올해 세대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긴 했었지만, 이번 인사가 임종룡 회장 ‘2기’의 중요 포인트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단순히 숫자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시장과 소통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밸류업'의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임종룡과 민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곽성민, ‘동료’사이 끈끈한 신뢰
임 회장이 곽 부사장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신뢰'다.
곽 부사장이 임 회장과 함께 '민영화'라는 굵직한 과업을 함께 수행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진두지휘하던 2016년, 곽 부사장은 우리은행 IR부장으로서 실무를 전담하며 시장과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가 바로 ‘과점주주체제’의 완성이었다는 점을 살피면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의 가장 핵심 인물이 바로 곽 부사장이었던 셈이다.
이후 곽 부사장은 2019년 우리금융지주 재무관리부장, 2022년 재무관리부 본부장을 거쳤다. 2024년 임 회장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을 전량 매입·소각하며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곽 부사장은 실무 최종 책임자로 현장을 지켰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시작과 끝을 임 회장과 곽 부사장이 함께한 것이다.
◆ 4대 금융지주 유일의 'IR형 CFO', 비은행·재무안전성과 주주환원까지 모두 잡을까
임 회장이 곽 부사장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그의 독특한 전문성에 있다.
곽 부사장은 우리금융그룹에서 회계와 재무, IR 관련 직책들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IR분야의 전문성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CFO들이 재무나 회계, 자금 운용 등에 특화된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곽 부사장은 시장과의 소통(IR) 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CFO 가운데 회계·재무뿐 아니라 IR(기업설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곽 부사장이 유일하다.
곽 부사장의 이러한 경험은 우리금융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우리금융은 중장기 목표로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CET1(보통주자본비율) 13% 이상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CET1 구간에 따라 주주환원율을 차등 적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자본비율 관리와 주주환원을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내로 CET1을 13%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달성하면 주주환원률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뒤집어 말하면 CET1 13%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주주환원률을 높이겠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한 우리금융은 최근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그룹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본 소요를 관리하면서도 주주환원 약속을 지켜내야 한다.
우리금융이 비은행강화와 재무안정성 강화, 주주환원이라는 목표를 연계해서 제시한 만큼, 우리금융의 CFO에게는 단순히 자본비율을 맞추는 것을 넘어 시장을 설득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소통'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 우리금융에 투자해야 하는지, 비은행 부문 강화와 자본 확충이 주주가치 제고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를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곽 부사장이 민영화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를 만나며 쌓아온 IR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지점인 셈이다.
곽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우리은행 IR부 부장대우, 미래전략단 부장대우를 거쳐 우리금융지주 재무관리부장, 재무관리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는 우리벤처파트너스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기도 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