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회장 박현주는 장남 박준범 미래 어떻게 그릴까, 게임사 직원에서 6년 만에 금융그룹 핵심부서로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2026-01-14 10:56:34
박현주 미래에세슥룹 회장의 장남인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심사역이 미래에셋증권 PI부문 선임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의 최전선에 미래에셋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남이 전진 배치됐다.
박 회장의 장남 박준범 씨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투자(PI)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으로 미래에셋그룹에서 투자 실적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신사업이나 혁신 성장 부문에서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전형적 ‘승계 공식’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미래에셋그룹의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나온다.
◆ 미래에셋 ‘오너 2세’의 PI 합류, “혁신 성장 기업 발굴을 위한 인력 확충”
2026년의 첫 영업일이었던 지난 2일,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심사역은 미래에셋증권 PI(자기자본투자) 부문 선임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인사를 두고 “비상장 투자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혁신 성장 기업 발굴을 위한 인력 확충 차원”이라며 “박 매니저의 벤처심사역 경력이 PI 주식 투자 등에서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매니저의 경력은 미래에셋증권의 설명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박 매니저는 1993년생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20년 게임사 넷마블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22년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비상장 및 혁신 성장 기업 발굴 업무를 담당하며 실무 경력을 쌓아왔다. 게임회사 경력, 벤처투자 경력 등 ‘혁신 성장 기업 발굴’ 분야에 딱 맞는 경력인 셈이다.
◆ 금융권 화두 ‘생산적 금융’, 성과 돋보일 최적의 무대
박 매니저가 맡게 된 PI 부문은 고객의 자금이 아닌 회사의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영역이다. 투자 성과가 회사의 재무제표와 이익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성공할 경우 그 공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또한 PI는 고객의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기 때문에 모험자본 투자에 적합하다는 성격도 갖는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과의 조화다.
이재명 정부는 가계와 부동산에 쏠려있는 자금을 AI,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이에 발맞춰 끊임없이 금융회사들에게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자산과 혁신 투자를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PI 부문의 역량 강화를 예고했다. 김미섭,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투자전문회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라며 “IB·PI 역량을 기반으로 기업의 성장 단계 전반에 걸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해 혁신 기업과 성장 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과 모험 자본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당국의 정책 기조와 그룹의 미래 전략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숫자로 증명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래에셋그룹 측이 이번 이동을 두고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박 매니저의 ‘경영 수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 그룹 성장동력에서 ‘경영 신화’ 만들기, 재벌가 후계자들의 승계 공식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최전선 후계자의 능력을 증명하는 행보는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의 승계 과정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전형적 패턴이다. 후계자를 안정적 관리 업무보다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핵심 부서에 독자적 성과를 내게 함으로써 경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10년 한화 비서실 차장으로 한화그룹에 입사해 2년이 채 되지 않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회장은 이때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한화의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우주 항공과 방산 등 ‘뉴 한화’의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승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신유열 부사장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로서 롯데그룹의 새 먹거리인 바이오 CDMO 사업을 이끄는 동시에 지주사의 미래성장실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미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사장의 바이오 부문 전진 배치나 구동휘 LS그룹 부사장의 배터리·반도체 분야 배치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재조명되는 박현주 ‘2세 승계 없다’는 뜻,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박현주 회장이 예전부터 여러차례 경영권을 2세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승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2021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은 여느 재벌그룹처럼 2세, 3세로 물려주는 오너 세습경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미래에셋의 CEO(최고경영자)가 되는 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자녀는 이사회 역할에만 참여할 것”이라는 뜻도 여러차례 밝혀왔다.
미래에셋그룹이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도 전문경영인 체제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으로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라며 "현 각자 계열사 체계는 해외 비즈니스 및 글로벌 투자를 하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에 적합한 체계”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말대로 자녀들이 이사회에만 참여하더라도 미래에셋그룹의 여러 사업에 대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박준범 매니저가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반드시 경영권 승계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