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2025년 2월 소수의 대형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해 5년 안에 배그 의존도를 60%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크래프톤>
[씨저널]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는 지금의 크래프톤을 있게 한 대표적 IP(지식재산권)다. 2007년 창사 이래 10년 만에 탄생한 배그는 스팀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을 넘기며 글로벌 1위라는 성과를 달성했고 지금까지도 캐시카우로 크래프톤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배그는 크래프톤의 ‘리스크’로 불리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이 매출 90% 이상을 배그에 의존하며 단일 IP 리스크가 부각됐다. ‘배틀필드6’ 등 배그의 경쟁작이 출시되면서 하락세를 보인 크래프톤의 주가는 올해 3분기 최대 실적 발표에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2026년 출시 예정 신작 ‘서브노티카2’와 ‘팰월드 모바일’에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신규 IP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느냐에 따라서 제2의 캐시카우를 창출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제2의 캐시카우 후보① 기대감 최고조 이른 ‘서브노티카2’
올해 2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5년 내에 7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김 대표가 배그의 매출 비중을 60%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다. 배그 의존도를 낮추는 만큼 신규 IP를 키우기 위해 연간 3천억 원의 투자 계획도 내놨다.
김 대표가 소수의 대형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하겠다며 내세운 주요 신작은 '인조이', '다크앤다커 모바일', '서브노티카2', '딩컴 투게더' 등이다. 이들 가운데 서브노티카2가 실질적 기대주로 꼽힌다. 나머지 게임은 출시가 무산됐거나 이용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인조이는 올해 3월 얼리 액세스(앞서해보기) 버전이 출시됐으나 최근 동시접속자 수가 8만7천 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캐시카우 기대에서 멀어졌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5월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리브랜딩한 뒤 북미·중남미·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소프트론칭을 시작했으나 11월 시장 철수를 발표하며 아예 정식 출시가 무산됐다. 딩컴 투게더는 지난해 공개된 이후로 1년이 넘도록 구체적 출시 일정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서브노티카2는 해양 어드벤처 게임으로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1800만 장 이상 판매된 ‘서브노티카’의 후속작이다. 올해 하반기에 얼리 액세스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었다가 2026년으로 연기됐다. 그 배경에 자회사 언노운월즈 경영진과의 갈등이 있다.
언노운월즈는 서브노티카를 개발한 미국 게임 개발사로 2021년 크래프톤이 인수했다. 올해 7월 서브노티카2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경영진 교체가 발표되는 등 잡음이 일었다. 당시 크래프톤은 새 경영진이 게임 개발에 새로운 추진력을 줄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전 경영진이 크래프톤을 부당 해고와 성과급 미지급으로 3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일정 차질 우려가 빚어졌다.
서브노티카2는 스팀DB 위시리스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게임이다. 그만큼 지금 크래프톤에 제2의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게임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도 “‘서브노티카 2'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할 때 플레이어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최고의 게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서브노티카2를 향한 기대감을 의식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로서는 게임을 둘러싼 잡음을 하루빨리 잠재우고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서브노티카2를 개발하던 기존 팀은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헌신적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2의 캐시카우 후보② 특허 침해 논란 극복해야 하는 ‘팰월드 모바일’
앞서 김 대표가 소수의 대형 프랜차이즈 IP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팰월드 모바일’ 또한 잠재적 캐시카우로 꼽힌다. 지난해 1200만 장 이상 팔려 흥행에 성공한 ‘팰월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팰월드가 휩싸인 법적 공방이 팰월드 모바일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포켓몬스터’ 개발사 닌텐도는 팰월드 개발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냈다. 닌텐도는 몬스터 포획 방식 등 세 가지 특허를 포켓페어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저작권이 아니라 특허권 침해 소송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만약 포켓페어가 닌텐도의 특허, 즉 기술적 발명을 침해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최악의 경우 팰월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팰월드 모바일 IP를 둘러싼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스타 2025’에서 크래프톤은 팰월드 모바일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렸다. 이를 두고 소위 ‘표절 논란’이 종결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에 내세운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는 한편, 크래프톤이 팰월드 모바일을 안정적으로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팰월드 모바일과 관련된 소송은 당사자간 분쟁으로 크래프톤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