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가 올해도 유임에 성공하며 계열사 최장수 대표 자리를 지켰다. 박 대표는 2015년 취임한 뒤 11년째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의 장기 재임 배경에는 경영 성과와 그룹 내 신뢰, 계열사 조율 능력, 선제적 사업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 실적 성과 내며 오너 신뢰 잡았다
박홍진 대표가 11년간 현대그린푸드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 실적 기반과 장기적 사업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단체급식과 식자재 사업의 안정적 성장, 케어푸드 선제적 투자, 위기 대응 능력이 결합되며 조직 내 신임과 경영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는 현대백화점 무역점 점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쳐 기획조정본부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하며 정지선 회장과 장기적 사업 전략을 함께 설계하고, 경영 안정성을 구축해왔다. 2016년부터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 회사 성장세를 주도하며 실적과 자산규모 모두 크게 확대했다.
2016년 매출 9613억 원에서 2018년 3조2517억 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고, 자산규모도 1조9029억 원에서 2조8373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도 현대그린푸드는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6171억 원, 영업이익 4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16.1% 증가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일 수 증가를 감안해도 단체급식 수익성이 추정치를 넘어섰고 외식사업부 영업확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래 사업 동력으로 꼽고 있는 케어푸드 매출도 지난해보다 58.1%성장했다"고 바라봤다.
장기 재임 동안 박 대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이었다. 2020년 국내 최초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을 출시하고, 자사 스마트 푸드센터를 가동해 B2C 제품과 B2B 대용량 반조리 제품을 병행 생산했다. 또한, 메디푸드와 고령친화우수식품 등 국내 유일 제조·판매 사업을 추진하며 시장 선도적 입지를 확보했다.
단체급식 중심의 기존 모델 한계를 극복하고 케어푸드 등 미래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2020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7.2%씩 성장해 올해 3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오너 경영 안정 축,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역할
박 대표가 오랜기간 오너일가의 신뢰를 받아온 배경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최대 과제였던 지배구조 안정화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꼽힌다.
그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형제 경영에서 조율자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안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이끄는 현대그린푸드가 핵심 축으로 작동하며 안정적 경영과 계열사 조율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며 2018년 기준 12개 계열사, 연결회사 26곳 사이에서 지배구조를 효율적으로 정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기존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하며 첫 번째 고리를 끊었고,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두 번째 고리를 정리했다. 이로써 마지막 고리까지 자동으로 해소됐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자금은 두 형제가 각각 은행 차입과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했다. 정 회장은 현대A&I 지분 매입을 위해 약 320억원을 차입했으며,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이던 현대홈쇼핑 주식 전량(약 1200억 원 상당)을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지분 거래로 정 회장의 현대A&I 지분은 52%에서 73.4%로,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은 15.3%에서 23.0%로 증가했으며,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도 현대백화점에서 현대그린푸드로 변경됐다.
2023년에는 단일 지주사 체제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시키며 그룹 지배구조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밑에 두는 구조로 전환했다. 1년에 걸친 재편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해 두 개 지주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은 주주 반대로 무산됐지만, 단일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으로 오너 형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정 부회장은 보유하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전량을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넘기며 지분율을 28%로 확대했고, 정몽근 명예회장 역시 지분을 맞교환해 8%까지 늘렸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8.4%에서 74.1%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크게 강화됐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