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일 현대리바트 대표이사가 비용구조와 수익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가구업계가 단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거래 절벽과 소비 위축이 겹치며, 실적 반등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의 새 수장으로 그룹 내 대표적 재무·회계 전문가인 민왕일 대표를 전면에 배치했다. 실적 개선보다 비용 구조와 수익 체질을 먼저 손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현대리바트의 부진, 부동산 경기 의존형 구조의 한계 보여줘
민왕일 현대리바트 대표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올해 3분기 매출은 3406억 원으로 경쟁사 한샘보다 1천억 원 이상 뒤처졌다. 지난해 업계 1위였던 흐름이 1년 만에 뒤집혔고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리바트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신규 수주 확보가 절실하다”며 “3분기 예상 밖 매출 하락이 나타난 만큼 하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리바트의 부진은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사이클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가구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입주 물량과 리모델링 수요가 줄면 매출이 급감하는 구조에서 잇단 대출규제와 공급대책이 거래감소를 불러왔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을 성수기마저 예년 같은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유통 환경 변화도 위기를 가중시켰다. 쿠팡·네이버·오늘의집 등 온라인 플랫폼이 중저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클릭 한 번으로 구매가 끝나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전통 가구사는 전국 단위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설치라는 고정비를 안고 있어 단순 가격 경쟁에 나설수록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B2C 비중 확대를 통해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옷장 내부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엘레브 장롱’과 맞춤형 모듈 조합이 가능한 서재 ‘어셈블’ 등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공간 설계와 설치까지 전담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프리미엄과 맞춤형 상품군 중심으로 비용 구조를 정비하며,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왜 민왕일인가, ‘매출보다 구조’를 보는 인물
민 대표는 현대리바트가 프리미엄·맞춤형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비용을 관리하며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현대백화점에서 외형 성장 시기 단기 차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자산 규모를 확대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현대리바트 전략 실행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왕일 대표는 30년 넘게 현대백화점 그룹의 재무·회계를 맡아왔다. 1993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2013년 재경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2015년 경영지원본부 회계담당, 2018년 재경담당, 2019년 경영전략실장, 2020년 경영지원본부장 최고재무책임(CFO)을 지냈다.
민 대표가 재경담당 임원으로 있는 동안 현대백화점은 5차례 이상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규모를 8조9천억 원대에서 12조 원대로 키우며 공격적으로 외형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면서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차입금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2014년~2021년 평균 55.6% 수준을 유지하던 부채비율은 2022년 89.6%로 다소 상승했지만, 단기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확보 등의 적극적 재무관리로 지난해에는 79.9%까지 낮아지며 9.7%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사채를 포함한 총 차입금 규모는 M&A 자금 조달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했다. 현대백화점은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며 재무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M&A로 기업 덩치를 키우면서도 금융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