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 품은 HD현대중공업 이상균·글로벌 톱티어 노리는 HD건설기계 문재영, '정기선 시대' 합병법인 초석 놓기 과제
장상유 기자 jsyblack@c-journal.co.kr 2025-12-19 08:34:07
미포 품은 HD현대중공업 이상균·글로벌 톱티어 노리는 HD건설기계 문재영, '정기선 시대' 합병법인 초석 놓기 과제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총수에 오르면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과 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의 역할 확대에 시선이 몰린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리더들부터 HD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 달라.”

HD현대그룹에 37년 만의 오너경영체제를 연 오너3세 정기선 회장이 12월 초 열린 ‘그룹 경영전략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번 HD현대그룹의 경영전략 회의에는 계열사 사장단 및 경영진 32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그룹 리더들을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자리에서 리더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HD현대그룹은 정기선 회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던 2021년 말을 전후로 큰 변화를 줬다.

2021년 7월에는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옛 현대제뉴인) 출범과 함께 조선·에너지·건설기계라는 3대 핵심사업 체제를 완성했다. 2022년 3월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 이름을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변경했다. 그룹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중공업’을 회사 이름에서 빼는 결단이었다. 

이어 HD현대그룹은 정 회장 시대가 출발한 올해 말에도 조선 부문과 건설기계 부문에서 각각 두 사업회사의 합병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 정기선 “2030년 매출 100조 원 목표”, 합병법인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 미래가 관건

정기선 회장은 HD현대그룹의 2030년 매출 목표(지주사 HD현대 기준)를 100조 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HD현대의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는 69조9221억 원이다. 정 회장의 목표는 앞으로 5년 동안 그룹의 외형을 43%, 매년 7.5%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의 연결실적으로 편입돼 지금의 구조를 갖춘 2022년(매출 60조8497억 원)부터 올해까지 지주사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7%인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목표는 꽤나 도전적이다.

정 회장이 공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조선 부문과 건설기계 부문에서 이뤄지는 각각의 대형합병과 그 합병법인들의 성장이 꼽힌다.

HD현대그룹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해 HD현대중공업으로 12월1일 출범했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사명을 바꿔 HD건설기계로 새출발한다.

두 합병법인의 성장은 기대 요소면서 가장 무거운 숙제이기도 하다.

HD현대는 이달 초 그룹 경영전략 회의에서 그룹의 중장기 목표 달성에 핵심 원동력으로 HD현대중공업의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절대적 경쟁 우위 확보와 HD건설기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본격적인 확대에 있다고 봤다.

정 회장이 리더들의 분발을 촉구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의 수장인 이상균 부회장과 문재영 사장이 거둘 공과에도 시선이 쏠린다.

◆ 대형 선박만 경험한 HD현대중공업 이상균, HD현대미포와 시너지 사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의 핵심 과제는 기존 HD현대미포와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있다.

HD현대미포를 흡수해 12월1일 출범한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 원 달성을 10년 뒤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HD현대중공업 매출 전망치와 비교하면 62% 늘어난 수치다.

기존 일반 상선 분야에서는 단일 조선소(울산) 기준 수주 세계 1위 HD현대중공업과 중형 선박 점유율 세계 1위 HD현대미포가 각자 영역에서 변함없는 입지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반 상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핵심은 방산 분야의 함정 건조와 특수목적선 시장에서 추가적 합병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이 꼽힌다. 특히 국내 기술력을 향한 관심과 글로벌 수요가 모두 높아지는 방산 분야의 성과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의 시장전망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글로벌 함정 신규계약 규모는 2100척, 3600억 달러(약 5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106척 건조, 18척 수출이라는 국내 최대 함정 실적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과 함정 제작에 적합한 중형 도크 및 설비를 지닌 HD현대미포의 역량이 결합한다면 풍부한 시장기회를 찾을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에 보유한 드릴십(반잠수형 시추선)에 HD현대미포의 액화석유가스(LPG)·에틸렌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컨-로선(컨테이너 로로선, 복합화물선), 냉동컨테이너선 등을 추가해 특수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 회사 사이 시너지가 필수인 상황에서 이상균 부회장에게는 HD현대미포의 중형 선박 부문을 순조롭게 결합하는 일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대형 조선사 경험이 풍부하지만 중형사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1983년 HD현대중공업 생산관리담당으로 입사해 2015년에는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HD현대삼호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2020년에 조선사업대표로 다시 HD현대중공업에 합류한 뒤 대표이사까지 선임됐다.

특히 이 부회장이 정기선 시대에 조선 부문 핵심 리더로 발돋움한 만큼 그의 역할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이 사장에 오른 2021년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올랐고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석·조영철 부회장과 함께 HD현대그룹의 3인 부회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회사의 수장이기도 하다.

◆ HD건설기계 다시 설정한 중장기 매출 목표, 문재영 양사 모두 거친 강점 살릴까

2021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출범과 함께 매출 목표 10조, 글로벌 톱(Top)5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품고 있다.

다만 부진한 건설기계 업황과 함께 당시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매출은 처음으로 연결감사보고서를 공시한 2022년 8조5036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7조7731억 원으로 오히려 후퇴했다. 올해도 8조 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이 두 사업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과 함께 새롭게 중장기 목표를 설정한 만큼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문재영 부사장의 역량에 시선이 몰린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합병해 탄생할 HD건설기계의 2030년 매출 목표를 14조8천억 원으로 설정했다. 두 회사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 합(8조2608억 원)과 비교해 80% 뛴 수치다.

HD건설기계는 두 회사가 각자 지닌 글로벌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원가경쟁력 등 지역별 공장이 지닌 비교우위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판매역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인도와 브라질,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국 및 노르웨이에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업회사는 HD현대그룹에서 함께한 뒤 꾸준히 연계작업을 진행해왔고 올해 들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전자제어유압시스템, 스마트 세이프티(안전 시스템) 등을 공동으로 탑재한 각각의 대형 차세대 굴착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부진했던 HD현대건설기계 중국법인 생산을 중단하고 이 생산분을 HD현대인프라코어 중국공장에 위탁하는 사업재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HD현대건설기계에서 오래 일한 문 부사장은 합병을 앞두고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도 경력을 쌓은 만큼 합병법인이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문 부사장은 1994년 HD현대건설기계에 입사해 영업부문장, 산업차량부문장을 거쳐 영업본부장을 지냈고 2023년 HD현대인프라코어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부터 건설기계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다만 건설기계 영업쪽에 전문성이 몰려있는 만큼 향후 대형 사업회사의 수장으로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HD건설기계는 잠재력이 높은 엔진사업 및 애프터마켓(AM·부품 교체 및 정비)사업을 신규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내년 1월 통합법인 출범은 양사의 기술력과 시너지를 결집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건설기계를 비롯해 고수익 사업인 엔진, AM 등 모든 부문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2030년 글로벌 '톱티어'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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