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CJ와 맺은 반쿠팡연대 확장, 정용진 멤버십·물류 강화로 '이커머스 시장' 균열 노린다
안수진 기자 jinsua@c-journal.co.kr 2025-12-17 10:54:23
신세계 CJ와 맺은 반쿠팡연대 확장, 정용진 멤버십·물류 강화로 '이커머스 시장' 균열 노린다
정용신 신세계그룹 회장.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이 멤버십과 배송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이커머스 정상화’ 전략이 멤버십과 물류 재편이라는 두 축으로 통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정 회장은 CJ그룹과 전략적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른바 ‘반(反) 쿠팡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CJ와 2021년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협력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지난해 6월 유통·물류·콘텐츠 전반에 걸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그 뒤 CJ대한통운과는 물류협력, CJ ENM과는 콘텐츠 제휴 등 실질적 협업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SSG닷컴의 멤버십 개편과 배송 전략 정비가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이자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정 회장의 전략적 승부수로 보고 있다.

◆ SSG닷컴의 멤버십 전략, ‘쓱세븐클럽’에 티빙 결합하며 CJ ENM과 시너지 노린다

SSG닷컴은 신규 유료 멤버십을 선보이며 CJ그룹과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다음 달 출시되는 멤버십 ‘쓱세븐클럽’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TVING)’ 이용권을 옵션 형태로 결합했다.

장보기 중심의 온라인몰에 콘텐츠 플랫폼을 접목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유료 멤버십을 핵심 락인(lock-in) 수단으로 삼아온 경쟁 플랫폼들과 유사한 전장에 올라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SSG닷컴에 따르면 쓱세븐클럽 론칭 알림 사전 신청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회사는 이에 따라 사전 신청 고객에게 제공 중인 장보기 지원금 3000원 이벤트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쓱세븐클럽은 장보기 결제 금액의 7%를 고정 적립해주는 구조가 핵심이다. 여기에 티빙 이용권과 신세계백화점몰·신세계몰 할인 쿠폰을 결합해 혜택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체감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멤버십 출시 예고 이후 트래픽과 회원 유입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12월 9~14일 일평균 신규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고, 신규 가입 회원 수도 12% 증가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SSG닷컴의 일일 이용자 수(DAU)는 쿠팡 이슈가 불거진 11월 29일 약 41만 명에서 12월 11일 약 65만 명으로 59% 늘었다.

앞으로의 관건은 멤버십 가격이다. OTT를 결합한 유료 멤버십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월 2500원·연회비 3만원)보다는 인상되더라도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마트와의 시너지 확대 여부도 향후 성과를 좌우할 변수다. SSG닷컴은 이마트와의 통합 매입, 공동 프로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온라인 이마트’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 이마트 점포 후방 공간을 활용한 PP(Picking & Packing) 센터를 기반으로 한 쓱 주간배송, 점포 기반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퀵’ 등이 대표 사례다.

SSG닷컴 관계자는 “장보기 7% 고정 적립과 OTT 혜택으로 압축되는 멤버십 경쟁력에 쓱배송의 편의성이 더해지며 고객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1월 신규 멤버십 출시를 기점으로 이마트와의 시너지를 더욱 강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SSG닷컴의 배송 전략,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 체질’ 재편

멤버십과 함께 SSG닷컴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은 배송이다. 신세계그룹은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물류 구조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부터 이마트가 운영하는 여주·대구·시화 등 3대 물류센터에서 전국 155개 이마트·트레이더스 매장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중간물류 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중간물류는 물류센터에서 개별 점포로 상품을 이전하는 과정으로, 이마트는 그동안 한진 등 복수의 물류사에 해당 업무를 맡겨왔다.

이번 전환 역시 지난해 6월 체결된 신세계–CJ 간 MOU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이 맡게 된 중간물류 물량은 기존 이커머스 위탁 배송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마트 별도 기준 매출은 16조9673억 원으로, SSG닷컴과 지마켓 매출 합계의 6.7배에 달한다.

양사 모두 실익이 크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물류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고, 확보한 재원을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과 상품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안정적인 대형 물량을 확보하며 중장기 매출 기반을 강화하게 됐다.

협력은 운영 차원을 넘어 자산 단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최근 SSG닷컴이 운영해온 김포 소재 ‘네오(NE.O) 003’ 센터의 토지·건물·설비 등 주요 자산 인수를 마무리했다. 신세계그룹은 김포 네오센터 2곳과 오포 첨단물류센터 역시 단계적으로 이관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매각 대금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한다.

신세계그룹과 CJ대한통운의 물류협력은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축으로 재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특히 SSG닷컴의 핵심 물류자산이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단순 위탁을 넘어 구조적 결합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물류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는 네이버의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가 있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CJ대한통운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여러 물류사와 손을 잡는 형태다. 

SSG닷컴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고 이커머스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고, CJ대한통운은 수도권 서부권 대형 거점을 확보해 풀필먼트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자동화·온도대별 설비를 갖춘 해당 센터는 CJ대한통운의 고부가가치 물류 서비스 확대에도 유리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CJ대한통운에 단순 위탁을 넘어 자산과 거점을 공유하고 있다”며 “비교우위를 가진 두 업체의 협력으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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