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1mm 서비스'는 정말 AI 원조로 추억될 수 있을까, SK텔레콤의 '국가대표 AI' 꿈
김주은 기자 june90@c-journal.co.kr2025-12-16 10:41:25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의 주관사로 선정된 회사다. 사진은 SK텔레콤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2025 파운데이션 모델 테크 워크숍'에 참석한 모습. < SK텔레콤 >
[씨저널] "대한민국이 AI 인프라의 허브로 도약하게 하겠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이 11월 열렸던 SK AI 서밋 2025에서 한 이야기다.
정 사장이 SK텔레콤의 AI를 이야기하면서 SK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일종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의 주관사로 선정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LG AI연구원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주관기관으로 사업 전면에 섰다. SK텔레콤의 AI 분야 독자 경쟁력이 확고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인 셈이다.
◆ SK그룹 AI의 프런트 도어, SK텔레콤이 SK그룹 최전선에 서게 된 이유
최근 몇 년 동안 SK그룹 전체에서 AI는 매우 중요한 화두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은 AI 연산을 위한 GPU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고, 얼핏 AI와 큰 접점이 없어 보이는 SK이노베이션마저도 AI 시대에 필요한 소재 개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SK텔레콤은 SK그룹의 AI 비전에서 '소비자 접점'을 맡고 있는 회사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라는 명성답게 SK그룹 전체에서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AI 연구나 서비스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비자와 만나는 지점에 형성돼있다. 2022년 5월16일 출시한 세계 최초의 한국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B2C 서비스, 에이닷(A.)이 대표 사례다.
SK텔레콤은 일찍부터 성장 동력을 ‘AI·클라우드·모빌리티’에서 찾겠다고 공언하며 그룹 내에서도 가장 먼저 “통신사가 아니라 AI·플랫폼 회사”라는 정체성 전환을 공식화한 계열사다.
국가대표 AI 사업에서 SK그룹 차원이 아닌 SK텔레콤 단독으로 주관사에 오른 것은, 그룹이 AI 인프라·칩·데이터센터 역량을 뒤에서 지원하고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LLM, 그리고 이를 활용한 소비자 접점의 서비스는 SK텔레콤에게 맡기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 성과를 거둔 것이기도 한 셈이다.
◆ 피처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SK텔레콤의 AI 서비스
SK텔레콤은 일찍부터 AI 연구개발에 투자해 온 회사다.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 시절부터 AI와 관련된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통신사 가운데 가장 선도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발표한 ‘1mm 서비스’다.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가 주축이 되어 개발했다. 당시 이 서비스를 출시할 때 SK텔레콤이 내세운 기능은 ‘자연어 인식 엔진’, ‘개인 맞춤형 서비스’, ‘실시간 대화’ 등으로 지금의 AI 서비스 홍보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월 1200원을 내면 캐릭터가 사용자의 감정 상태와 위치 등을 파악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홍보됐다.
결국 ‘에이닷’도 이때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챗GPT가 나오면서 AI 서비스가 광풍을 일으켰지만 SK텔레콤은 그보다 먼저 에이닷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처음에는 SK텔레콤 통화 요약 서비스에 챗GPT의 LLM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자체 개발한 LLM을 쓰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 SK텔레콤은 최후의 2팀이 될 수 있을까
SK텔레콤은 내년 1월15일 발표될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차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과기부는 평가를 거쳐 기존 ‘국가대표 AI’로 선정된 5팀을 4개 팀으로 압축한다.
발표를 한 달 앞둔 14일 SK텔레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5개 팀(라이너, 셀렉트스타, 크래프톤, 42dot, 리벨리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각 팀의 강점을 홍보하기도 했다.
과기부는 2027년까지 총 세 차례의 중간 평가를 거쳐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의 최종 정예팀으로 2개 컨소시엄만 남긴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