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롯데백화점이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의 무게추가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상품·브랜드 경쟁력 회복’ 중심이던 지난 체제에서, ‘현장·영업·운영력’ 중심의 실전형 리더십으로 전략 단계가 넘어갔다는 풀이가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를 중심으로 백화점을 문화복합공간으로 확장 포지셔닝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 확보 중심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이제는 젊은 세대, 지역 상권, 체류형 콘텐츠를 공략하는 실전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업계의 진단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형 리더를 전면 배치한 것은 지금 필요한 역량을 ‘영업력’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상품 경쟁력은 일정 수준 끌어올렸고, 이제는 고객 CRM·VIP 관리·점포별 영업 전략이 중요해진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형’ 리더로의 세대교체, 롯데백화점은 무엇을 바꾸려는가
정 대표는 전임자인 정준호 대표보다 10살 어린 1975년 생으로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다. 정현석 대표는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장 중심 리더십’은 ‘젊은 감각’과 함께 정현석 대표의 역량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꼽힌다.
씨저널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정 대표는 현장 이해·채널 통제력·입지 전략에 강점을 가진 ‘운영자형 리더’로 분류된다.
정 대표가 유니클로 공동대표 시절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운영 역량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유니클로는 상품·브랜드 전략은 일본 본사 대표가 맡고, 국내 유통·채널 전략은 정현석 대표가 힘을 보태왔다.
신규 출점·상권 분석·매장 효율화 등 ‘한국형 리테일 운영’에서 강점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점포 운영과 사업 관리 등의 역량을 쌓아왔다.
대구점·영등포점·부산점장, 잠실점 영업총괄, 고객전략팀장 등 백화점 현장을 두루 거치며 고객 수요, 상권 특성, 매출 시간대 등 실제 매장의 언어를 몸으로 익혔다.
그 뒤 롯데마트 디지털파크 기획팀, 아울렛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재고 회전·대량 판매·테넌트 운영 등 오프라인 리테일의 기본기를 강화했다.
◆ 정현석의 경험이 롯데백화점에서 만들어낼 시너지
정 대표는 앞으로 상권과 고객, 매출 흐름 등 현장 언어를 이해하는 눈으로 점포별 전략을 정교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점장과 영업총괄 출신으로 고객층 변화와 시간대별 매출 패턴, 상권의 세대변화, 테넌트 조합의 적정성 등 현장과 맞닿아 있는 정보를 체득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백화점의 ‘지점별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점포 전략을 정교화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백화점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가 유통과 매장운영 중심의 경험 속에서 판단과 실행의 간격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이는 백화점 조직이 전통적으로 브랜드와 기획 중심으로 움직이며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점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판매동향이 빠르게 바뀌는 패션 소비패턴과 체류형 매장의 변화, 테넌트 재편 등에서 속도감 있는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렛식 효율성을 적용해 재고 회전과 중거가 고객 대응 등 최근 백화점이 취약한 ‘기초 체력’을 보완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업계는 낮은 재고 회전율과 테넌트 의존도 증가, 중저가 고객층 이탈 등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정 대표가 아울렛사업본부에서 축적한 SKU효율화, 회전율 관리, 테넌트 운영 통제 경험은 백화점의 구조적 취약지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이다.
또한 국내 유통망과 임대·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입점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정 대표는 롯데 내부에서 입지 개발사와 임대 사업자, 복합몰 운영사, 물류·SCM 조직 등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네트워크를 쌓았다.
이는 해외 브랜드 유치나 인기 브랜드 선점 경쟁에서 입점조건 협상력을 강화해 매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비효율 공간이나 동선, 비용 등을 정리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 있다.
리테일 운영 경험이 많은 리더일수록 비효율 공간 정리와 저수익 테넌트 조정, 동선 최적화, 인력·임대 관리 같은 ‘눈에 잘 안보이지만 실질적 수익선 개선 요소’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백화점에 가져올 가장 즉각적인 변화도 수익성 방어를 위한 운영 최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왜 지금 ‘현장형’인가, 정체된 백화점 시장 속 롯데의 고민
정 대표의 현장 감각은 롯데백화점이 현 시점에서 안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타임빌라스 프로젝트를 ‘미래 동력’ 삼아 전국에 매장을 확대할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를 공략한 타임빌라스는 패션, F&B, 엔터테인먼트, 컬처, 트래블&비즈니스가 모두 연결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쇼핑몰의 이지를 전환했다.
이러한 입지 설정은 이미 유통업계 전반에서 실행돼 왔다. 이런 변화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의 경쟁자는 다른 유통사가 아니라 야구장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백화점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구조적 정체기에 놓여왔다. 매출 성장률은 둔화했고 2030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은 온라인·체험형 공간 중심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체험기반, 세대확장형, 장기체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존 백화점 한계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복합공간을 확장하는 데 움직임이 비교적 느리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빌라스는 지난해 5월 롯데백화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이를 기점으로 2030년까지 7조 원가량을 투입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실행 속도는 더디다. 2호점으로 계획된 롯데백화점 군산점도 내년 하반기 준공 일정이 연기되면서 사업 추진의 탄력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를 2016년 하남에서 처음 선보인 뒤, 현재 전국 15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복합문화공간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