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이 2024년 7월22일 제12대 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경상국립대>
[씨저널] 지방 소멸과 학령인구 급감이 맞물리면서 지방거점국립대학교(지거국)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취업률 통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집계한 2025년 공시 기준 대학별 취업률 자료에 따르면 부산대학교(59.8%), 충북대학교(59.7%), 전남대학교(58.3%), 강원대학교(57.6%), 경상국립대학교(52.1%) 등 5개 지거국의 취업률은 모두 60%에 미치지 못했다.
한때 “상위권이 아닌 수도권 사립대학교보다는 지거국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통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하대학교(71.5%), 숭실대학교(70.9%), 건국대학교(69.2%), 국민대학교(68%) 등 수도권 중상위 대학교와 비교해 지거국의 취업률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학생 수 1만 명 이상의 대학교 가운데 취업률 하위 10개 대학교에 이름을 올린 전남대학교, 강원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의 취업 연계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립대 혁신 모델’ 내건 경상국립대학교 권진회, 대외적 성과 대비 취업률은 미흡
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은 2024년 6월 취임했다. 권 총장은 ‘경상권 인재 거점’, ‘국립대 혁신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주항공·방산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 실무형 인력 양성, 공동 교육과정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다.
경상국립대는 산학연 협력 실적을 바탕으로 지자체 표창 등의 대외 평가를 확보했다. 연구지원 확대, 교수법 혁신, BK21·QS 세계대학평가 100위권 진입 목표 등을 통해 중장기 브랜드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취업률이다. 경상국립대학교의 취업률은 52%로 재학생 수 1만 명 이상 국내 대학교 가운데 최하위다. 산학·연구 성과가 졸업생들의 고용지표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 총장에게 연구·산학의 성과를 취업률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할 과제가 주어져있는 셈이다. 특히 우주항공·방산 등 지역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학교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만큼, 지역 일자리나 전략사업 일자리와 실질적 연계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취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강원 1도 1국립대학’ 통합 눈앞, 정재연 강원대학교의 고용 성적표는 아직 공백
정재연 강원대학교 총장은 2024년 7월 취임한 뒤 줄곧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통합(1도1국립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새로운 고등교육의 모델을 창조하겠다는 뜻을 보여왔다.
정 총장의 통합 강원대 구상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교육부 통폐합심사위원회는 올해 5월29일 두 대학의 통합과 관련해 최종 승인을 내렸으며 정식 출범 시점은 2026년 3월로 정해졌다.
정 총장은 통합 승인과 관련해 “"교육과 연구의 질도 높이고 대학의 역량을 키워서 지역 소멸 위기를 대학의 힘으로, 지자체·지역과 함께 막아나갈 수 있는 그런 역량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 선정, 통합 추진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캠퍼스 역할 재편·학과 개편·지역 상생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리서치데이, 유학생 프로그램, 학부·학과장 회의 등을 통해 연구·국제화·학생 경험을 강화하면서 ‘통합 거점대’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강원권의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통합과 글로컬 전략이 실제로 지역 청년에게 어떤 신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2025년 공시 기준 강원대학교의 취업률은 57.6%, 국립강릉원주대학교의 취업률은 62%에 불과하다.
정 총장이 통합의 강점으로 내세운 재정·조직 효율화, 교육혁신플랫폼 구축 등을 통한 고등교육 역량 강화 등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취업률 개선이라는 현실적 지표로 나타나지 못한다면 전국 최초 ‘1도 1국립대’ 실험을 향한 내부·외부 평가가 더욱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전통 강호의 고전, 이근배 전남대학교 ‘지역 인재 육성’의 시험대
전남대학교는 의학·공학·생명과학·농업 등 지역 핵심 산업 인력 양성의 중심지로 오랜 기간 상위권 지거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25년 공시 기준 전남대학교의 취업률은 58.3%로, 9개 지거국(서울대학교 제외) 가운데 7위다.
취업률만 놓고 본다면 ‘전통의 강호’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근배 전남대학교 총장은 올해 2월 취임했다. 2025년 공시 기준 취업률이 2024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발표되는 만큼 전남대학교 취업률의 부진이 이 총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하락하고 있는 전남대학교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할 과제는 이 총장에게 주어져있다.
이 총장은 취임 직후 KBS와 인터뷰에서 “전남대학교가 거점 국립대라는 이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학을 설립한 취지가 무엇인가, 그 초심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라며 “지역사회에 인재 양성이라는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하는 점에서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는 총장명예학생(PHS) 제도, 교육혁신본부 중심 비교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기주도 역량·사회적 책임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역사회·언론사·동문회와의 협약을 통해 진로·취업 네트워크를 넓히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한 전남대학교 졸업생은 “서울에서 살면서 전남대학교의 위상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라며 “지방 소멸이라는 최악의 경영 환경이 주어져있다는 것은 알지만 취업률은 인재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이 총장의 학교 경영이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