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비버롹스2025'로 인디 생태계에 장기 베팅, 권혁빈의 눈은 '브랜드'를 향한다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2025-12-04 08:48:34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는 인디 게임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투자 대상이자 기업 정체성의 일부로 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앞으로 세계를 주도하고, 선도하고, 지배하는 것이 인디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2023년 12월 초 열렸던 자체 인디게임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에서 한 이야기다.
권 CVO는 그동안 인디게임을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축으로 인식해왔다.
스마일게이트가 2025년 지스타 일반 관람객 대상(B2C) 전시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자체 인디게임 축제 ‘비버롹스2025’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권 CVO의 의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지스타 자체의 운영과 관련된 논란은 제쳐두고서라도, 스마일게이트가 팬 접점과 창작자 생태계를 어디에 두고 전략을 펼칠지 가늠하게 해주는 사례인 셈이다.
◆ 스마일게이트 팬·브랜드 전략 중점은, 지스타 불참과 비버롹스2025의 대비
지스타 2025의 전체 부스 수는 지스타 2024와 비교해 약 10% 줄었고, 이 가운데 B2C 부스는 약 13% 감소했다. 대형 게임사 다수가 B2C를 축소·이탈하는 흐름 속에서 스마일게이트는 B2C 전시를 아예 접고, 비즈니스 미팅에 최적화된 B2B 대형 폐쇄형 부스만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스타의 높은 부스 비용, 해외 참가사 위축, 기대작 부족, 운영상의 여러 가지 논란 등 복합 요인으로 대형 게임사들이 지스타에 조금씩 힘을 빼고 있는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역시 공동 쇼케이스보다 자체 인디게임 축제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지스타 불참’처럼 보이지만, B2B 부스는 운영했다는 점에서 아예 불참한 대부분의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스타에서는 글로벌 퍼블리셔·플랫폼·투자사와의 미팅 등을 우선하고, 브랜드 이미지의 축적과 팬들과의 소통은 자체 인디게임 축제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 버닝비버 3년, 이번에는 ‘비버롹스2025’로 외형·콘텐츠 모두 키운다
스마일게이트의 인디게임 축제는 2022년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1회 ‘버닝비버’로 시작했다. 2023~2024년에는 장소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기며 3년간 누적 관람객 약 2만8천 명을 모았다.
2025년에는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행사명을 ‘비버롹스2025’로 바꾸고 규모와 범위를 모두 확장한다.
비버롹스2025는 12월 5~7일 진행되며 오프라인 게임 82개, 온라인 205개 등 모두 287개 인디게임이 참가한다. 유튜버, 스트리머, 성우, 웹툰 작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도 함께한다.
행사 구성도 단순 시연 부스에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게임 체험에 더해 팬 사인회, 토크쇼, 성우 더빙쇼 등 팬 커뮤니티를 겨냥한 프로그램 비중을 키웠고, 인디게임이 다른 창작 영역과 결합되는 ‘인디 컬처 허브’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 플랫폼–창작자 지원과 발굴–축제로 이어지는 인디게임의 삼각 구조
비버롹스2025는 권혁빈 CVO와 스마일게이트가 인디 게임 유통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지만, 권 CVO의 ‘인디 전략’은 단순 행사 개최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권 CVO는 인디 전용 플랫폼,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오프라인 축제가 연결된 삼각 구조를 통해 스마일게이트의 인디 게임 유통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2019년 처음 선보인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는 국내 최대 규모 인디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게임을 파는 스토어의 개념을 넘어 크라우드 펀딩, 퍼블리싱, 마케팅 지원 기능을 묶어 인디 개발사의 상업적 성공을 돕고 있다.
비버롹스2025와 스토브를 통해 축제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에서 ‘비버롹스2025 온라인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비버롹스2025에 참가하는 인디 게임을 일정 기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스마일게이트 멤버십(SGM) 인디게임’은 청년 창작자를 선발해 창작 지원금, 업무 공간, 멘토링을 제공하고, 수료자에게는 비버롹스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권혁빈 CVO는 인디 게임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투자 대상이자 기업 정체성의 일부로 보고 있다. 창작자 발굴(SGM)–개발·유통 지원(스토브인디)–B2C 홍보 확대(비버롹스)라는 인디 생태계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내부에서 순환시키겠다는 것이다.
◆ 인디와 AAA를 동시에 겨냥하는 양손 전략,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방점을 ‘브랜드 가치 제고’에 찍었다
물론 권혁빈 CVO가 스마일게이트가 ‘인디게임’에만 올인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AAA급 시장을 향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8월 GTA 시리즈 개발자 댄 하우저가 설립한 업서드 벤처스와 AAA급 SF 오픈월드 액션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 퍼블리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비를 포함한 전폭적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인디와 AAA를 병렬로 가져가는 ‘양손 전략’은 권혁빈 CVO가 스마일게이트 전략의 중심을 단기 수익성 집중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두고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스타에 B2C 부스를 열지 않고 자체 인디 게임 축제를 대규모로 연다는 것, 인디게임 플랫폼과 창작자 지원의 연계, AAA급 게임 투자 등 스마일게이트의 전략 방향이 확실하게 ‘브랜드’를 가리키고 있다”라며 “스마일게이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과 나란히 놓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