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전상장 퇴짜 맞은 코스메카코리아, 조임래·박은희 '벼락치기' 지배구조 개선 오명 씻고 투명성 확보해낼까
이승열 기자 wanggo@c-journal.co.kr2025-12-03 08:39:27
조임래 대표이사 회장(왼쪽), 박은희 대표이사 부회장 부부가 함께 창업한 코스메카코리아는 올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했으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코스메카코리아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1999년 조임래 대표이사 회장, 박은희 대표이사 부회장 부부가 함께 창업했다.
2016년 10월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2025년 6월3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경영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이전상장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9월2일 통보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이전상장 심사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안정성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코스메카코리아 쪽은 이전상장 불발 직후 “이사회 구성 등의 지배구조가 문제로 지적되며 이전상장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배구조 고도화를 통해 문제를 개선한 후 이전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메카코리아는 2024년 상반기까지 철저하게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었다.
2024년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를 보면 조임래·박은희 부부와 장남인 조현석 사장이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었다. 이사회 의장 역시 조 회장이 겸임하고 있었고, 사외이사는 1명뿐이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2024년 5월부터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면서 급하게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오너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이사회 구성이 이전상장의 발목을 잡게 됐다.
◆ 급하게 지배구조 개선했으나 이전상장 좌절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코스닥 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고 코스피 이전상장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랴부랴 이사회 구성을 개편했다. 먼저 사외이사 수를 늘렸다. 같은 해 7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와 조용복 법무법인 태평양 경제고문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기존에 선임돼 있던 부진효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까지 사외이사 수가 3명이 되면서 사내이사 수와 같아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사회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의 건’을 의결하고 내부거래통제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새롭게 구성했다.
2025년 3월에는 추가로 사외이사(최수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를 선임했다. 이와 동시에 조현석 사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사내이사·사외이사 수는 2대 4가 됐다. 사외이사 수가 과반이 된 것이다.
5월에는 이사회 의장마저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조용복 사외이사가 조임래 회장에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다만 조용복 이사가 8월11일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임하면서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이 됐다. 이사회 의장은 최수규 사외이사가 맡았다.
코스메카코리아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도 도입했다. 이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8월 통과되기 전 선제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코스메카코리아의 자산총액(별도기준)은 2025년 6월 말 기준 4036억 원에 그쳐 집중투표제 도입 대상이 아니다.
◆ 향후 추가로 개선해야 할 점
이 같은 노력에도 코스메카코리아는 이전상장에 실패했다. 이른바 ‘벼락치기’ 지배구조 개선 시도와 함께, 여전히 크게 남아 있는 오너의 영향력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스메카코리아는 오너 부부 두 사람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데다 상장계열사인 잉글우드랩 역시 차남인 조현철씨가 대표로 있어 오너 일가가 상장사의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가족경영’ 구조다. 전문성이 있는 전문경영인의 영역을 좀 더 넓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이사회 산하 모든 위원회에 오너 일가가 진입해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내부거래통제위원회와 ESG위원회에는 조임래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수위원회에는 박은희 부회장이 각각 들어가 있다. 특히 ESG위원회는 조임래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코스메카코리아는 여전히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상근감사 1명이 감사업무를 보고 있고, 독립적인 감사 지원조직도 없다.
코스메카코리아에는 준법지원인도 선임돼 있지 않다. 준법지원인은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법적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준법지원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 기업의 법적 위험 관리가 부실해지고 불법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약화를 초래한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오너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코스메카코리아가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이전상장 재추진 계획을 묻는 씨저널의 질문에 “현재는 책임경영과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적정한 시점에 다시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 조임래·박은희는 누구?
조임래 회장은 1953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피어리스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오현두루라, 한국콜마, 태웅화장품을 거쳐 1999년 코스메카코리아를 설립했다.
화장품 연구원으로 잔뼈가 굵은 연구개발 전문가다. 지금도 스스로를 경영인이 아닌 연구원으로 여긴다.
국내 최초로 미백과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효과를 갖춘 3중 기능성 비비크림을 출시해 전국에 비비크림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박은희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1974년 피어리스에 입사해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다 1999년 남편인 조 회장과 함께 코스메카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감사와 사내이사직을 맡아오다가 201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재 코스메카코리아에서 경영관리와 사회적책임(CSR)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