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가 창립 이래 처음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가 있다. <엔씨소프트> |
[씨저널] ‘엔씨소프트’가 회사이름에서 ‘소프트’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9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가 있다. 12년 만의 구조조정, 굵직한 M&A 추진 등 최근 일어난 엔씨소프트의 변화가 지난해 3월 박병무 대표의 취임을 기점으로 일어났다.
2023년부터 경영 실적이 악화돼 위기에 몰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창사 이래 처음 공동대표 체제라는 카드를 꺼내며 박병무 대표를 데려왔다.
당시 VIG파트너스 대표였던 박병무 대표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엔씨소프트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했다.
박병무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실적 콘퍼런스콜이 있을 때마다 회사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11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작 출시 속도가 빠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최적화된 인원과 최적화된 스케줄로 진행해야 할 인센티브 체계 굉장히 강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6년에만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신더시티’ 등 10개의 신작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박병무 대표가 엔씨소프트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다.
◆ TF로 시작해 자회사로 큰 ‘NC AI’, 박병무 손에서 어떻게 클 수 있을까
박 대표의 취임 이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NC AI’를 자회사로 분사한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분사 배경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게임 개발을 효율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신규 지식재산(IP)은 독립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하고 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C AI가 분사할 때 구성원의 반발이 많았다. 하지만 분사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외적 성과가 발표되면서 우려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올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기업 5곳 가운데 NC AI가 선정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AI 연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 2011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TF 형태의 AI 전담 연구조직을 출범했고 2023년에는 국내 게임업계 첫 생성형 AI 브랜드 ‘바르코(VARCO)’를 발표하면서 자체 AI 모델도 공개했다.
이때의 모델이 발전한 것이 현재 NC AI의 주력 모델인 ‘바르코 LLM(거대언어모델)’과 ‘바르코 비전 2.0’이다.
◆ 김앤장 출신 M&A 전문가, ‘NC AI’ 어디까지 키울까
박병무 대표는 1989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며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부터는 로커스홀딩스(현 플래너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박 대표가 성사시킨 굵직한 M&A 가운데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사례는 아직도 회자된다. 2003년 당시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였던 박 대표는 제일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 원 이상의 차익을 회사에 안겼다.
뉴브리지는 하나로텔레콤 대주주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06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로 부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하나TV’ 서비스를 시작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2007년 SK그룹에 하나로텔레콤을 매각했다. 이 하나로텔레콤이 오늘날 시장 점유율 2위의 ‘SK브로드밴드’가 됐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