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호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미래는 위믹스와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
[씨저널] 올해 게임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들썩였다.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며 남은 것은 법제화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스테이블코인을 외쳤지만 기술적 준비 정도에서는 게임사별로 차이를 보였다. 넥써스는 ‘국내 1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목표로 원화와 달러화를 포함한 4종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네오위즈는 별도 법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위메이드는 기술적 진척도가 단연 돋보이는 게임사다.
올해 9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스테이블 원’을 공개하고 11월 테스트넷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정식 출시는 내년 1분기로 잡고 있다.
메인넷은 실제 자산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말한다. 수많은 노드(서버)의 연산을 통해 기록된 정보를 분산해서 저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은 연산을 제공하는 노드에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메인넷이다.
‘스테이블 원’ 공개 당시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은 “K컬처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성공했듯 원화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혁신적 플랫폼을 만나 새로운 금융 한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은 없지만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다른 게임사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메이드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과제인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인프라 ‘메인넷’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블록체인이 회사의 미래” 게임 넘어 K금융으로 확장하려는 새로운 야심
스테이블코인 전략에서 위메이드의 차별점은 결국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관호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미래는 위믹스와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장현국 전 대표의 사임 이후 위메이드가 블록체인보다 게임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박 회장이 장 전 대표 체제 하에서 겪었던 위믹스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장 회장이 경영 복귀 1년6개월 만에 게임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장 회장은 지금 당장의 수익 창출 관점을 넘어서 미래 시장의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구축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고객사들을 포섭할 수 있다”며 “아직 BM(비즈니스 모델)으로 연결할 뚜렷한 안은 없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와서 외부에서 저희 인프라를 이용하게 되면 BM으로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믹스 사태 겪었지만 블록체인 기술력 그대로 남아 스테이블코인 메인넷 구축
게임업계가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를 P2E(Play to Earn, 돈 버는)게임과 조심스레 연관짓는 시선도 있다.
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게임코인 ‘위믹스’를 발행했다. 국내에서 P2E게임은 불법이므로 주로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위믹스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국내 이용자 가운데 해외 우회접속을 통해 P2E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용자들은 위메이드의 게임에서 얻은 게임아이템을 위믹스로 바꾼 후 위믹스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구조로 P2E게임과 위믹스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문제는 가상화폐인 위믹스의 가치와 유통량이 지나치게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위믹스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의해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가 두 번이나 상장폐지되는 사태를 겪었다.
위믹스 사태의 경험으로 위메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코인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시행착오를 크게 겪었더라도 당시 확보된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AI·SW 대학원 특임교수는 “게임은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나드는) 페이먼트(결제)가 활발한 산업이므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며 “국내에서 메인넷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이 소수인데 위메이드가 스테이블코인 메인넷을 구축하는 데는 위믹스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